개성공단, 가동 9년만에 결국 중단
보스톤코리아  2013-04-15, 14:16:21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2000년 남북의 합의로 시작된 개성공단이 가동 9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개성공단이 북한의 잠정 중단조치에 따라 처음으로 ‘올스톱’된 것이다. 하지만 123개 입주기업은 북한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할 뿐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물자끊긴 공단, 필수 직원만 잔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남북한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으나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필수 직원들을 현지에 잔류시키고 있다. 생산 설비와 생산품들이 쌓여 있는 공장을 완전히 버려둘 수 없다는 절박한 이유에서다.

10일에 개성공단 업체 직원 115명이, 11일에는 35명이 추가로 귀경하면서 공단 현장에는 250여명 만이 남게 됐다. 북한의 통행제한 조치 9일 만에 860여 명이었던 남측 근로자는 3분의 1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물자 반입이 끊기면서 공단에 남아 있는 식재료와 연료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식량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라면이나 소시지 등을 나눠 먹으며 함께 견디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지켜왔던 현장을 버릴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문구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남측 직원 16명 중 법인장 1명을 빼고 다 나왔다”며 “공장으로 공급되는 가스는 끊겼고, 숙소로 공급되는 가스도 2~3일이면 바닥이 나기 때문에 남아 있는 법인장은 전기장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북측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아 적막해진 개성공단에는 현금수송차량마저 들어가지 못해 월급도 지급되지 못했다.

조업중단으로 하루 128만불씩 손해
공단관계자들의 말로는 아직까지 신변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조업 전면 중단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업체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입주 기업 123곳은 이번 조업 중단 사태로 하루 128만 달러, 원화로 14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될 경우 입주 기업들이 입을 피해규모만 기반시설 투자금 1조원을 포함해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업을 하는 한 입주업체 대표는 “납품을 못하니까 원청업체에서 매장에 상품을 못 채운다고 아우성”이라며 “개성공단에 쌓여 있는 30만장가량의 생산품을 어서 빨리 가져와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원청업체에서 하청물량을 일단 다른 업체로 돌리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다시 공단이 가동된들 하청물량이 되돌아온다는 법이 없지 않으냐”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김정일 사망 때도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엔 바이어들의 주문 취소물량이 계속 들어온다”며 “거래처 역시 손실을 피하려는 조치인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전했다.

정부지원보다 공단 재가동이 우선
이처럼 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가 본격화하자 정부와 금융권은 이날 지원책을 속속 내놓았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남북 경협기금 일부를 활용해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채무상환을 유예하고 긴급 경영안정화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입주기업에 1000억원을 지원한다. 이날부터 신청을 받아 업체당 5억원 한도 내에서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대출해 주기로 했다. 또 기존 대출금 역시 최장 1년간 상환을 유예해 줄 계획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우리가 원하는 건 경협기금 지원보다 공단의 재가동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20~30년 앞을 내다보고 개성에 공장을 세웠다”며 “협력기금을 받아 일시적으로 연명할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 일자리나 회사 앞날을 기약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정부, 북한에 대화 제의 않겠다!
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와 관련,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개성공단의 조기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대화는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일치된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도발 행위에 대한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는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측 근로자를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안전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특히, 개성공단 폐쇄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자와 휴직자를 위해 "재취업 지원을 비롯해 직접적 생활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기업협회 17일 방북 예정
개성공단기업협회 대표단이 공단 재가동을 협의하기 위해 오는 17일쯤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방북단은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개성공단기업협회 한재권 회장 회장단 등 10여명으로 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연휴가 끝나는 17일쯤 방북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방북 승인이 나면 북한측과 공단 재가동 문제를 협의하고 아울러 현재 체류 중인 남측 근로자들에 대한 신변보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를 포함한 범중소기업 대표단의 방북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성공단 기업협회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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