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부정행위에 대한 고찰 (1) |
보스톤코리아 2013-03-11, 15:39:10 |
미국 대학원으로의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은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GRE(미국 대학원 입학 시험)를 보기가 힘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적었다. 한국 학생들이 2002년 GRE 문제를 인터넷에 유출하다가 적발돼 GRE를 주관하는 ETS(미 교육 평가원)에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시험 횟수를 연 2회로 확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GRE를 보기 위해 비행기표와 숙식 비용을 포함해 최소 150만원 이상을 들여 일본, 필리핀 등으로 향하곤 했다.
현재(2011년 가을 이후)는 그 ‘벌칙’이 풀려 한국에서도 월 1~2회 GRE가 실시되고 있지만 ETS가 한국을 다시 ‘신뢰’하기로 해서가 아니다. 부정행위에 취약한 문제 은행(Problem Bank) 방식의 시험을 폐지하고, 단순 암기로 공부할 수 있었던 어휘 문제(Analogy, Antonyms) 대신 단어의 용법을 시험하는 문장 완성(Text completion) 등의 문제를 사용하는 개정판 시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정행위가 만연한 한국은 중국, 타이완과 함께 아직도 ETS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있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SAT 부정행위에 대해 논하기 전에 GRE 시험의 전례를 먼저 언급한 이유를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저지르는 SAT 부정행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시험 문제 유출뿐만 아니라 나라별 시차를 이용한 부정행위, 브로커를 통한 조직적 부정행위, 심지어 다른 사람이 대신 시험을 치러주는 대리 시험조차 성행한 적이 있을 정도다. SAT 시험을 볼 때 워낙 부정행위를 하기가 쉽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SAT 를 주관하는 ETS나 CollegeBoard의 시험 감독 방법이 허술하다거나 시험 관리가 미숙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시험 주관 단체의 관리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작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 혹은 그런 부정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죄 행위를 잡아내고 처벌하는 제도가 느슨하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런 행위가 얼마나 부도덕하고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SAT는 1926년부터 시행되어온 역사가 깊은 시험이다. 2011년에 대리 시험으로 적발된 '샘 에셔고프'의 스캔들을 제외하고 그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큰 스캔들이 없었다. (에셔고프는 현재 에머리 대학에 재학 중이며 실형을 선고 받는 대신 극빈층 학생들에게 무료 SAT 교습을 해주는 조건으로 사법당국과 합의를 봤다.) 한국에서 꾸준히 부정 행위가 적발되는 것이 ETS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SAT 학원가에선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잠시 숨 죽이고 있으면 지나갈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야말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시험 문제 부정 유출 때문에 당시 한국에서 SAT를 본 응시생 900명의 성적이 모두 취소된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적인 입시 풍토에 젖어 있는 일부 한국 학생들은 SAT 점수를 10점이라도 올리는데 목을 멘다. 아니, 오히려 그런 자녀들의 등을 떠밀고 시험 점수를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학부모들이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SAT 점수를 올리려고 한다. 정작 명문대에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점수로 증명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한국 사회가 결과 지향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법적인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일부 몰지각한 한국 사람들 때문에 시험 점수가 취소되는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한국 학생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잠재적인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자신의 자녀가 높은 SAT 점수를 받았지만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점수의 신뢰도가 떨어져 원하는 대학교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는다면, 혹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는데 학교 친구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한국 사람이라고 무시를 한다면, 과연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다음 주에 계속)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SDAcademyOnline.com 617-505-1852, 510-387-0735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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