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명과학 벤처 기업가 고종성 박사
보스톤코리아  2013-03-11, 14:31:20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한국 벤처 기업으로 생명과학의 메카 캠브리지에 입성, 5~6년째 신약개발에 힘쓰고 있는 고종성 박사(GENOSCO CTO, 57세)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지닌 과학자다.

칼텍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UC 버클리 객원 연구원 등을 거쳐 한국 LG생명과학연구소 신약개발 연구 센터장과 한국화학연구소 항암제 단장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초석을 다지던 그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홀연히 보스톤으로 건너와 GENOSCO를 세운 열정은 “작은 연구개발소지만 분명 우리는 뭔가 일을 해내고야 말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열정의 근원을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적 책임”에 두는 그는 학문적인 데만 치중하는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 말한다.

“30대에 내가 결심한 것은 병든 자들을 고쳐주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칼텍을 갈 때 바이오를 접목했고, 메디컬 사이언스 등을 공부했다. 40대에 회사 중역이 되었고, 이후 국가 연구소라는 안정된 직장에 있었지만, 내 꿈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튀어나왔다.”

고 박사가 안정된 틀을 깨고 ‘자유’를 찾아 모험을 시작할 2008년 당시는 서브 프라임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던 많은 한인 연구원들이 실직해 귀국할 때였다.

그는 역발상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했고 바이오 산업 환경이 잘 조성돼 있는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터를 잡았다. 렌트비도 저렴했고, 인력 확보 역시 이보다 더 좋을 곳은 없다는 판단 하에 GENOSCO를 설립했다. 당시 그의 나이 50대 초반. 남들은 열정이 식어가는 때, 그의 열정은 오히려 불타 올랐다.

처음 혼자 시작한 때에는 형편이 넉넉칠 않았다. 남의 사무실 한켠에 서블릿을 얻어 들어가 눈치밥을 먹어가며 시작한 연구, 직원이라곤 달랑 고 박사 혼자였기에 손수 실험도 마다않고 했다.

“내가 온 때는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하지만 나의 역경 (극복)지수를 측정해 보고자 일부러 차를 사지 않고 대중 교통을 이용해 다녔다. 3개월을 그렇게 다니니 왠만한 이 곳 사정은 훤히 파악하게 됐다.”며 또 한번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그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 즐겁다”는 그는 이곳 캠브리지의 주변 인프라를 이용해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유수한 한인 과학기술자들이 포진해 있고, 관련 물품 구입시 세금 면제 혜택을 받으며, 기계 리스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등 모든 조건이 연구 개발에 최적이라는 것.

이어 그의 왼팔과 오른팔이 되어 주는 이재규 박사와 송호준 박사를 만나게 되고 이들과 지금껏 한배를 타고 왔다.

“월급 받아 부자되지 말고 신약을 개발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부를 이루자고 도원결의를 맺었다”는 것.

GENOSCO는 아직은 10명의 전문 연구원을 둔 작은 규모의 벤처 연구개발소다. 오스코텍(김정근 대표)이 출자한 회사긴 하지만 한국인이 ‘바이오 산업 공화국’이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캠브리지에 나홀로 진출해 5년만에 급성백혈병과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관계된 4가지 연구업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구나 지난 해에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백혈병 신약 연구가 독창성을 인정 받아 미국 특허에 등록,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연구 개발이라는 길고 지루한 길은 늘 승리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인내와 극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실패율이 높은 일이다. 그래서 역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의 긍정적인 자세는 그의 LG 생명과학 근무 시절 ‘제미글로’ 탄생에 얽힌 일화에 잘 내포돼 있다.

제미글로는 지난 해 말 특허돼 시판되고 있는 국내 최초 DPP4 계열 당뇨병치료제로, 그가 2005년 물질발굴부터 2007년 임상 초기단계까지 총괄 책임을 맡아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수많은 실패를 동반한다. 그런데 제미글로 물질명이 444번으로 끝나다보니 윗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재치가 떠올랐다. 당시 ‘왕영은의 뽀뽀뽀’가 인기 프로그램이었는데, 그게 딱 생각이 난 거다. 그래서 사장님께 '죽을 4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444)뽀뽀뽀'라고 치고, 개발이 완료돼 허가를 받으면 '사사사 삽시다'로 부르자고 설득을 했다."

긍정적인 그의 자세는 오픈 마인드, 즉 나누는 삶으로 그를 인도한다. 자신만의 성공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변인, 후배들에게도 성공적인 삶의 방법을 제시해 준다. 그래서 그는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의하고, 자신이 앞서 나가 후배들에게 더 넓고 안정된 터전을 물려주려 애쓴다.

현재 GENOSCO의 기업 목표 중 하나 역시 그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제약연구원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기러기 아빠로 살 수밖에 없다. 공부하는 자녀들을 데리고 가는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난 여기서 기업을 일궈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 그들이 이곳에서 일궈 놓은 네트 워크, 시간들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성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 중 하나이다.”

그의 이러한 임무는 FTA로 인해 한국 제약업계가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기에 가능성이 높아졌다. “옛날에는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제너릭 판매에만 그쳤지만 요즘은 신약 개발을 위해 이곳 캠브리지로 올 것”이라는 그는 자신이 선구자로 모델이 되고 싶어한다.

“작은 회사이지만, 우리가 여기서 신약을 하나 더 만들어 상품화 시킨다면, 한국의 (대)기업들이 가능성을 보고 진출할 것이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는 그가 한국 신약개발 벤처기업의 선구자로 캠브리지에 남기게 될 발자욱은 한국 바이오 과학기술자들뿐 아니라 혁신적 개혁을 꿈꾸며 이 지역에 입성하게 될 한국 제약 기업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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