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 이야기
보스톤코리아  2013-02-04, 14:42:12 
살면서 약방의 감초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흔해서 항상 주변에 있지만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존재를 비유할 때 쓰는 말로 대부분의 처방에 소량이지만 꼭 들어가는 약재라 모든 한의원에서 생강 대조처럼 꼭 가지고 있는 필수 약재입니다.

그 역할이 국가의 원로처럼 처방에 관여하는 바가 많아 별명이 '국가 원로'라는 뜻의 '국로'라고 하기도 합니다. 감초는 뿌리, 잔뿌리, 마디를 다 약으로 씁니다. 감초는 Licorice라고 해서 일반 스토어에서도 젤리 형태의 캔디로 판매합니다. 맛이 달고 성질이 평이해서 미국인들도 즐겨먹는 간식거리인 셈입니다.

필요에 따라 구운 것과 생 것을 구분해서 쓰기는 하지만 전체 처방에 들어가는 약들을 조화롭게 하고 부작용을 막아주며 각각의 약들을 필요한 장부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 꼭 들어가는 약재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감초를 구워서 쓰면 비와 위를 조화시켜 몸의 기운과 영양물이 부족한 것을 도와주는 쌍화탕이나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약재가 됩니다. 이와 반대로 생 것으로 쓰면 화를 내리게 합니다. 즉 몰린 기운을 내려 화를 풀어주는 작용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처방전에 들어가는 모든 약재들을 조화롭게 하고 필요한 장부로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체란 하나의 조화된 우주 같은 존재이며 아무리 외부세계의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인체는 언제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게 조절이 되며 그럼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올바르게 되지 못하여 항상성이 깨어지면 그것이 바로 질병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약과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육류, 생선, 과일, 채소 등은 그 성질이 평이해서 매일 먹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약으로 쓰는 풀이나 동물류는 그 성질이 매우 강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약으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입니다.

현대 의학에서 감초가 스테로이드 성분과 비슷하여 신장에 부담을 주어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수 천년 동안 많은 처방에 사용된 감초가 그러한 작용을 했다면 아마 스스로 한약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도태되지 않았겠나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이 생명과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도 결국은 시시각각으로 외부환경과 싸워서 이겨내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싸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이 바로 부신이며 거기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것입니다.

스테로이드가 아무리 좋아도 약으로 외부에서 계속 공급해주면 무서운 부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운동 선수나 바디 빌더들이 과용해서 문제가 되는 사례를 여러 번 보셨을 겁니다.
감초의 성분을 분석하면 부신피질 호르몬 자체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체내에서 생리적으로 생성된 부신피질 호르몬의 파괴를 보호라고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감초가 좋은 것은 바로 여성들의 피부를 아름답게 해서 민간에서 피부를 곱게 하는데 전통적으로 빈번히 사용되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기능이 있는 감초이지만 사람이 토하거나 속이 그득하거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 오랫동안 복용한다든지, 많이 복용하는 것은 몸에 좋지 않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과다 복용하는 것은 삼가 하여야 할 것입니다.

황제내경 소문에 무병장수의 비결을 "식음유절 기거유상 불망작노." 라고 씌어 놓았는데, 음식을 조절하며 일상 생활에 절도가 있고 헛되이 과로를 하지 않으면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평생 실천하며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1970년대 대한민국 평균 수명이 64였는데, 2012년엔 84세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 2050년경엔 100세까지 사는 것이 힘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전을 살펴보면 그 옛날에도 인간의 정명을 100 - 120세로 보고 있으니 옛 선인들이 말한 것처럼 건강 관리를 못해서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래 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관리를 잘 해서 타고난 수명을 스스로 줄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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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칼럼닌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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