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의 한국 방문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3년 만에 찾은 한국에서의 여행은 알차게 계획하고 이곳저곳을 다녀왔다. 그것은 미국 생활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추운 겨울에 한국을 방문하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늘 아이들 여름방학 때를 맞춰 다녀오고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 위독하시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고 찾았을 때도 가을과 봄이었다는 기억이다. 물론 이번 여행도 개인적인 일의 계획으로 갔었지만,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까지의 거리가 가깝지도 않고 자주 가는 곳이 아닌 만큼 그 무엇보다도 시간을 아끼며 계획성 있게 움직이려 애썼던 시간이었다.
올겨울은 한국이나 미국 동북부나 유난히 한파가 심하고 이곳저곳에 눈도 많이 내려 자동차를 움직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추운 겨울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어려움이 더욱 많았다. 한국에서 한 달 동안 머무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야 하고 다음의 계획에 따라 미리 준비해야 하기에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어렵다. 언제나처럼 여행 중에는 주어진 시간이 빠듯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마도 그것은 욕심(사진에 대한, 여행에 대한)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번의 한국 방문은 계절이 추운 겨울인 만큼 여행에서의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고 돌아오고 싶었다. 물론 한국 방문의 목적인 문학 행사에 참석하고 그 후의 일정 계획을 세우며 그 무엇보다도 겨울산행을 하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는 지인 몇 분과 친구들이 산을 좋아하고 자주 오르는 이들이 있어 내게 좋은 여행 동행자가 되어주었다. 미국 보스턴 집에 도착해 다시 또 생각해도 애써준 그 마음과 수고가 어찌 그리도 고마운지 눈물이 핑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 높은 겨울 산을 초보자인 사람에게 발맞춰 기다려주고 함께 걸어준 그 우정과 사랑에 감동하고 말았다.
그저 산을 좋아하고 오르고자 하는 그 열정에 기꺼이 허락하고 여러 산을 안내해준 지인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뿐일까. 그 오르는 시간 동안에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온통 신경은 사진에 가 있고 함께 걸어주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둣 싶은 이 사람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산을 오르며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 렌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셔터를 누르는 모습이 앞서 걸어가는 사람에게 좋기만 했을까 말이다. 그래도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안쓰러워 다른 짐들까지도 챙기며 배낭에 담아 준 그 따뜻한 배려에 또한 감사를 한다.
겨울 산 중 태백의 '태백산'과 무주의 '덕유산' 두 개의 산을 오르고 싶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태백산 주목의 상고대'의 아름다운 설경 속 고사목들과 옛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천제단은 인간과 신과의 나뉨의 거리보다는 하나로 이어진 다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산을 오르며 만나는 아름다움과 웅장함의 장관들에 심장이 멎을 만큼 감동에 감동을 거듭하며 감탄사만 연신 토해내고 말았다. 너무도 아름다워 먹먹해지는 슬픈 가슴으로 태백산을 올랐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창조주께 고개 숙이고 무릎 꿇는 기도의 마음으로 올랐다.
"태백산은 높이 1,567m이다. 설악산·오대산·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 불린다. 최고봉인 장군봉(將軍峰:1,567m))과 문수봉(文殊峰:1,517m)을 중심으로 비교적 산세가 완만해 경관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웅장하고 장중한 맛이 느껴지는 산이다.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天祭壇:중요민속자료 228)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 볼거리로는 산 정상의 고산식물과 주목 군락, 6월 초순에 피는 철쭉이 유명하다. 태백산 일출 역시 장관으로 꼽히며, 망경사(望鏡寺) 입구에 있는 용정(龍井)은 천제의 제사용 물로 쓰인다."
태백산의 코스 중 우리는 당골로부터 시작하여- 문수봉- 천제단- 장군봉- 망경사- 당골매표소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이제 산행 3년 차인 초보자의 걸음으로 태백산을 다녀오면서 보스톤산악회 회원인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산악회의 회원이 아니었다면 정말 오르지 못했을 그 아름답고 웅장한 산을 내 발로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큰 감동이고 감격이었다. 그 아름다운 산을 마음으로 만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작은 보산회의 회장 이하 임원진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쉽게도 덕유산은 시간과 여건이 여의치 않아 다음 방문 때 다시 가기로 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