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홍어 …가 된 한국 방문기 |
보스톤코리아 2012-11-16, 22:34:16 |
짧게 한국을 방문했지만 막걸리 사발에 그 유명한 홍어삼합회를 맛볼 기회는 갖지 못했다. 만만하지 않은 삼합회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좋은 회집 발견이 어렵기 때문도 아니었다. 다만 홍어회를 즐길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10월 말 부랴부랴 한국행 짐을 쌌던 것은 의외의 뉴스가 계기였다. 한국의 대선후보 3인이 해외의 동포 언론들과 간담회를 갖는다는 소식이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에 흥미가 동했다.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 후 첫 선거를 앞둔 상태니 달라진 것일까. 대선 후보들이 재외동포들을 위한 정책을 직접 발표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었다. 미리 받아본 각 당의 정책은 과거와 유사하지만 훨씬 더 적극적이고 고민한 흔적이 드러났다. 기대를 가져도 될 만했다. 이 정책들을 각 후보들도 신경 써 읽게 된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래야 재외동포가 눈에 들어오고 재외동포 정책을 직접적으로 생각하게 될 계기를 가질 것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세계한언)는 거금 1천만원을 들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간담회 장소를 잡았다. 시청 앞 플라자 호텔 정도를 잡아야 박 후보가 방문하기 편할 것이라는 배려였단다. 결론적으로 행사가 실시된 10월 30일 재외동포 언론 간담회 장에 박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새누리당 해외 선거 총괄위원장 원유철 의원은 “세계 한인언론인들에게 와서 인사를 드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몇 번의 기회에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만 (일정을 잡기) 쉽지 않았음을 말씀 드리고, 사실 한 참 전부터 선약이 있었다. 이 점 널리 헤아려 주시라”고 당부했다. 원 의원은 약 1시간 동안 쏟아지는 성토에 진땀을 흘렸다. 추후 세계한언 사무국에 확인한 결과 3개월 전인 8월 달부터 대선후보들을 접촉했다고 한다. 세계한언의 전경희 회장은 “박근혜 후보 측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확답은 주지 않았다. 그러나 오지 않는다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오지 않았기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일정을 11월 3일로 잡아달라 했던 민주당 문재인 캠프 측과의 만남은 소박한 여의도 중국집이었다. 뜻밖에도 재외동포 언론에게 점심을 대접한 것은 민주당 쪽이었다. 하지만 식사장소의 플래카드에는 문재인 세 글자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후보 간담회는 <재외동포 정책 간담회>로 둔갑해 있었다. 다를 거란 기대가 있었는지 어이없는 헛웃음이 입안을 맴돌았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캠페인 구호는 실종이었고 <표가 먼저다>라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성곤 민주당 세계한민족 수석부의장은 “현재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급선무이다 보니 발등의 불이 중요했다. 그래서 해외보다는 국내의 유권자들 챙기기가 우선했다. 사과 드린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갖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초청이란 한마디에 여기저기 터지는 박수 갈채에 낯이 뜨거웠다. 문재인 후보는 오지 않았지만 민주당의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재외동포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는 물론 새로운 재외동포 복수국적 관련 법안 내용발표까지 겸했다. 담당의원이 늘 바뀌는 새누리와 달리 민주당 재외동포 정책을 줄곧 담당해 왔으며, 재외동포 정책에 한국 국회의원 중 가장 정통한 김성곤 의원의 노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노력이 바랠 정도로 문 후보의 불참은 여전히 씁쓸했다. 문재인 후보 측의 시간 변경으로 인해 안철수 후보의 간담회는 유야무야 됐다. 세계한언측의 상세한 설명도 없었고 재외동포 언론사들의 요청도 없었다. 다만 후보들이 나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세계 각국을 합쳐 겨우 20만표 등록에 그친 것 때문이었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일부에서는 또 다른 재외동포 언론 단체인 <재언협>측이 중간에 끼어 들어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단체는 세계한언 대선후보 간담회 소식을 접하고 새치기 간담회를 열었단다. 이들에 대한 후보들의 반응은 물론 차가웠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열린 세계한언 간담회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제대로 단합하지 못한 해외 한인 언론들이 어떤 식으로 외면당할 수 있는지 좋은 본보기였다. 홍어 삼합회를 삼킬 때 암모니아가 톡 쏘아서 알싸하게 눈물이 찔금 나는 순간처럼 참담함이 찔금거렸다. 공식석상에서 해서는 안될 비속어지만 “국민을 마치 홍어X(으)로 생각하는 것"이란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의 말이 맞았다. 방향만 잘못 잡았을 뿐이다. 여기서 국민은 재외국민이며 만만하게 여기는 주어는 각 대선 후보들이다.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아야 했다. 미국에서 한국의 경제 영토, 문화 영토를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영주권자들이다. 이를 위해 투표권이 주어졌고 일부 혜택도 뒤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미국 영주권자들은 남의 일처럼 몰라라 했다. 미주 전체 등록률이 7%대니 말 다했다. 그렇다고 냉대하는 대선 후보들은 더 어이없다. 여러 면에서 선진국으로 변모했지만 정치는 제발걸음하는 한국이다. 아마 당분간은 한국에서 홍어 삼합회는 먹지 않을 것 같다. 재외 동포 정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육성 발표를 듣고 난 후에야 홍어의 제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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