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68회 |
보스톤코리아 2012-10-15, 12:37:23 |
미 동북부 뉴잉글랜드(매사추세츠 주, 코네티컷 주, 로드아일랜드 주, 버몬트 주, 메인 주, 뉴햄셔 주)지방의 가을은 그 어느 도시보다 풍성하고 아름답다. 세계적인 명산지 White Mountain을 중심으로 굽이굽이 이어진 산들은 대서양 연안에 있는 구릉성 산지와 해안으로 사계절의 산을 오르내리며 고요하고 장엄한 운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또한, 가을이면 오색찬란한 채색으로 단풍물 들이고 높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산을 오르는 이들의 가슴마저 설레게 하고 떨리게 한다. 보스턴 시내에서 3시간 남짓 운전을 하고 가면 이토록 아름다운 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OOO산악회의 지난번 산행이 그날의 일기로 정기산행이 캔슬되었다. 산행을 기다리던 산우들 몇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래서 마침 월요일이 Columbus Day라서 가깝게 지내는 언니와 친하게 지내는 동갑내기 친구 부부와 함께 넷이서 우리는 그날 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연휴라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을 것은 예상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온 이들이 많았고 젊은 청년들이 많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캐나다 쪽에서 단풍산행을 위해 온 이들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주 오르던 Mt. Lafayette(5260ft /정상왕복)을 정하고 다녀왔다. Mt. Lafayette(Old Bridle Path-Greenleaf) Parking lot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이것저것 빠진 것이 없나 물건을 챙기며 신발 끈도 다시 매고 간단한 준비 운동도 잊지 않았다. 산을 막 오르는데 아뿔싸! 제일 중요한 것(Pole)을 잊은 것이다. 친구의 차로 바꿔 타면서 내 차에다 놓고 온 것이다. 산길을 오르며 지팡이로 쓸만한 것이 있나 눈여겨보면서 산을 오르는데 누군가 산을 오르내리며 쓰고 간 나무 지팡이가 눈에 띈다. 이렇듯 나누는 정을 또 배운다. 산을 오르는 길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굽이굽이 오색찬란하게 단풍 물 든 산천은. 가을 산을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에 설잠을 깨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였다. 아침 고운 햇살이 찾아들 때쯤 집을 나설 때는 가을 단풍산행만 기대했을 뿐, 저 높은 산 위에 눈이 쌓여있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는 그 기분은 특별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자연은 이토록 말없이 계절과 계절의 샛길에서 늘 큰 감동을 선물한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설렘처럼 가슴 벅찬 감동에 우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가을 단풍산행에서 겨울 눈꽃산행까지 두 계절을 한눈에 만난 것이다. 언제나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가깝게 지내는 언니와 언제나 털털한 마음으로 모두를 편안하게 대해주는 동갑내기 친구와 그의 아내인 씩씩하고 활달한 동생 그리고 나 우리 넷은 그렇게 오붓한 산행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산을 타는 동생은 남편과 쉬면서 천천히 올라오고 언니와 함께 우리 둘은 눈이 온 정상까지 오르자는 말 없는 약속으로 나름 빠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라파엣 산은 언제나처럼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머니 품'처럼 깊게 가슴에 와 닿는다. 한없이 고요하고 푸근하며 편안한 그 느낌은 떨쳐버릴 수 없는 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뒤를 따라오던 친구 부부는 우리가 잠시 쉬는 동안에 가까이 오고 있는 모양이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Mt. Lafayette은 높이가 5,260ft이며 정상왕복은 7.6마일이 되는 산이다. 오랜만에 산행을 한다는 동갑내기 친구의 아내인 동생은 정상을 오르는 구간 중 Mt. Lafayette 8부 능선인 Greenleaf Hut(4,200ft)까지만 가기로 했다. 남편에게 아내인 동생이 자꾸 헛까지의 거리를 묻는 모양이다. 아마도 힘든 시간일 것임을 내 경험으로도 익히 알기에 모르는 척 조금만 더 오르면 만난다고 얘길 해주고 우리는 다시 산의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라파엣 산의 8부 능선인 Greenleaf Hut을 지나며 위를 올려다보니 가슴은 더욱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산 위는 자욱한 안개에 싸여 한치 앞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라파엣 산은 산의 정상을 쉬이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오르는 사이 운무에 싸인 산자락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 하더니 갑자기 파란 하늘과 하얀 눈 그리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절경을 한 눈에 보여주신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창조주게 감사의 고백을 올리고 말았다. 우리는 가을 단풍산행에서 하얗게 눈덮인 겨울 '눈꽃산행'까지 만나고 돌아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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