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64회
보스톤코리아  2012-09-17, 13:12:21 
결혼해 가정을 갖고 남편과 아내로 부부가 되어 세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며 20여 년을 사는 동안 삶이라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알아간다. 우리의 부모님이 살아오셨던 그 길처럼 최선을 다해 가정을 꾸리고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며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평범한 삶'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을 삶 속에서 경험하며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이다. 어느 가정이나 이것이 편안하고 평안해 일이 잘 풀리면 저것이 불편하고 어려움이 함께 따르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 인생의 단편의 모습일 게다.

누구나 각자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기에 내 걱정만 많아지고 내 고통만 크게 느껴질 뿐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도 나와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나와 다른 소리를 내며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삶의 경험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자신과 자신 사이에 쌓아놓았던 꿈이나 이상 그리고 목표 그 외의 것을 하나씩 내려놓게 된다. 그것은 어찌 보면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한 결과의 포기나 좌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생각이 아닌 삶의 경험에서 자신이 선택한 하나의 지혜인 까닭이다.

"40대에는 미모의 평준화가 50대에는 지성의 평준화가 60대에는 물질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70대에는 건강의 평준화가 80대에는 목숨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젊어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사람마다 높은 산과 계곡처럼 차이가 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산은 낮아지고 계곡은 높아져 이런 일 저런 일 모두가 비슷비슷해진다는 것. 많이 가진 자의 즐거움이 적게 가진 자의 기쁨에 못 미치고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사람의 감사에 못 미치기도 하여 이렇게 저렇게 빼고 더하다 보면 마지막 계산은 비슷하게 되는 것."

처음 이 얘기를 들으며 요즘처럼 여기저기 쉬이 오가는 우스갯소리가 많아 그저 그런 얘기일 테지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생각에 머물며 결혼 후를 시작점으로 20여 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니 나 자신이나 주변의 친구들을 보아도 이쯤에서는 모두가 서로 비슷비슷해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각자의 세부적인 삶은 다를 테지만, 눈에 보이는 삶은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며 열심히 노력하여 비지니스를 시작하고 집을 장만하고 자녀를 교육시키며 그리고 출가시켜 손자 손녀의 즐거움을 누리는 일 말이다.

이렇게 그 여린 시간 시간의 자국들이 이어져 세월의 무늬를 만들고 그 무늬가 제 모양과 색깔을 내며 인생의 그림이 되는가 싶다. 그래서 서로 함께 어우러져 큰 그림이 되고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것이 인생은 아닐까 싶다. 나이가 어려서는 서로 눈에 보이는 것들로 시샘도 하고 욕심도 부리고 마음에 미움도 만들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 속에서 크고 작은 것들로 서로 부딪히며 인생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삶의 크고 작은 경험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서 그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이 지혜가 되는 것이다.

인생의 중반을 걸어가는 지천명의 길에서 잠시 삶을 생각해보면 살면서 내게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무관심하거나 고개를 돌릴 일은 그 무엇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어느 순간에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에 담고 산다면 그 삶은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정도의 마음을 갖고 사는 그 사람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탓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미움을 심기워 키우지 않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나이들며 조금씩 연습하며 여유로운 삶이면 좋겠다.

산을 올라 본 이는 알 것이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눈에 보이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산꼭대기 정상을 올라 원을 그리며 360°를 돌아보라. 그 어디 하나 막힘이 있는지 말이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면 산 아래의 것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던가. 이렇듯 오르는 길 동안에 각자 만나는 풍경들이야 모두가 다를 테지만, 산꼭대기 정상에 오르면 그 신비로운 자연 앞에서 그만 말을 잃어버린다. 자연의 놀라운 경이 앞에 그만 작은 나의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삶의 크고 작은 경험에서 지혜를 배우며 나이 들면 인생은 정말 비슷비슷해지는 거라고….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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