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를 닮은 한 사람
보스톤코리아  2006-12-21, 01:03:58 
오늘 같은 날은 가만히 앉아 고요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날이다. 바깥이 시려서 더 맑아 보이는 겨울 하늘이 고결한 빛을 낸다. 그 빛 아래 서 있는 겨울나무를 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욕심 없는 노인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엊그제 한인 신문을 들춰보다 반가운 한 사람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가까이 지내고 있는 지인이시다. 딱딱 끊어지는 말끝만큼이나 정확한 그러나 속은 따뜻한 정 많은 분임을 잘 안다. 헌데, 신문 기사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06년도 [뉴잉글랜드 한인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영곤 회장에 대한 기사였다.

어렴풋이 지나는 얘기는 듣고 있었으나 이렇듯 빠른 결정에 못내 섭섭함마저 들었다. 늘 가까이에서 뵈는 지인이시기에 그 분의 성품이나 일의 철저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터였다. 뉴잉글랜드 지역 사회에서 태권도 역사의 한 장을 이끌어 온 그 장인정신은 늘 곁에서 존경스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이었다. 문득, 이 지인을 생각하며 '대나무'를 떠올렸다. 대쪽같은 성품에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성격은 때로는 다른 이들에게도 확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또한 대나무의 특성은 통풍이 잘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 분과 얘길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을 때가 많은 까닭이다.

"대나무는 옛부터 문인사대부들의 가장 많은 애호를 받으면서 사군자의 으뜸으로 꼽혀 온 것이다. 그것은 대나무의 변함없는 청절한 자태와 그 정취를 지조 있는 선비의 묵객들이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늘 푸르고 곧고 강인한 줄기를 가진 이러한 대나무는 그래서 충신열사와 열녀의 절개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또한 사군자를 나누자면 즉 봄의 매화, 여름의 난초, 가을의 국화, 겨울의 대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이런 것처럼 이 지인은 겨울의 시린 하늘에서 더욱 푸른빛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꼿꼿한 성품이 바로 이 분을 일컬음인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골프협회장 사임 의사를 표명했고 결정이 되었다 들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결정짓기까지는 개인적인 사정과 이유가 분명 있으리란 생각이다.

아직은 세상을 적게 살아 온 필자이지만 그 어느 단체이든 간에 사람을 이끌어 함께 걸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다. 사회 단체이든, 종교 단체이든 간에 그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어찌 다 알 수 있으며 헤아릴 수 있을까. 다만 어느 단체이든 간에 '보편성'을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인 단체의 모임도 그러할 뿐더러 종교 단체의 지도자들도 한 단체를 이끌어 가기에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 우리는 곁에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모습은 개인적인 성향에 흐르기 쉽기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번 골프협회장을 사임한 김영곤 회장의 올 2006년도 추진했었던 일들 중 '골프대회 수익금을 전액 한인회관 건립기금으로 적립시킨 일이다. 이 김회장의 노력은 한 한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다. 언제나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성품이어서 일까. 골프협회의 또 다른 예를 만들었다. 골프협회에 예약제, 프로그램북 발간하는 등 열정을 보이는 중에 사임을 표해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늘 열린 사고와 적극적인 성격은 오랜 정신운동(태권도)을 이끌어온 '매스터 와이 케이 킴'이라는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인들도 그러하거니와 미국인들이 '매스터 킴'을 대하는 모습은 한국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도 가졌었다.

물론, 골프협회장은 사임하였지만, 더 많은 지역 사회에 수고와 봉사로 애써주실 것이란 생각이다. 이제는 태권도는 한국인을 대신하는 또 다른 표현 언어가 되었다. 그만큼 노력한 분들의 오랜 수고와 꾸준한 장인정신이 있었음이다. 지나다 만나는 지인은 언제나 절도 있고 절제가 있어 좋다. 지인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이지만 주말에 모임으로 초대에 응할 때가 많지만 다음 날 '운동'을 위해서 일찍 자리에서 일어선다는 얘기이다. 이 절도가 어찌 그리 쉬운 일일까. 말은 쉽지만 모임에서의 자리를 뜨기란 자신의 확실한 생활철학 없이는 불가하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뿐 아니라, 본인 자신에게도 철저하다는 얘기인 것이다.

문득, 겨울 하늘을 올려다 보다 그 푸른빛이 좋아 한참을 머물렀다. 찬바람이, 스치는 시림이 있어 더욱 맑아 보이던 겨울 하늘이 어찌 그리도 아름답던지 말이다. 모두를 내려놓은 겨울 나무 가지 끝 사이로 푸른 하늘이 내려와 있다. 어찌 우리가 누릴 풍경이 곁에 있는데 잊고 살 때가 많은지 모른다. 한해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12월의 한 날에 문득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른다. 또한 오늘을 감사히 맞이하고 보낼 수 있도록 도우시는 '하늘의 손길'에 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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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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