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은 슈퍼에 판다
보스톤코리아  2012-05-28, 14:25:31 
사진을 찍다 보면 셔터를 누를 때를 아는 동물적인 감각이 자주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사진에 있어서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빠른 셔터타임과 밝은 대구경 렌즈에 고감도 촬영만으론 우리가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컬럼에선 카메라의 기본 기능이나 사진의 이론보다는, 촬영에 임하는 준비와 아이디어 도출 훈련,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한 경험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작용하는지, 촬영 전 얼마나 생각할 것들이 많은지를 얘기해 보도록 하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90%가 결정된다. 이것은 단순히 카메라의 세팅과 구도 같은 것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고, 그보다 좀 더 광의적 사고의 관점이다. 인물을 찍던, 제품사진을 찍던, 풍경을 찍던, 혹은 스냅을 찍던 상관없이, 그리고 상업사진이건 취미사진이건 할 것 없이 말이다.
촬영 시 위치를 잡는 것을 생각해 보자. 피사체의 위치, 배경과의 거리, 빛의 방향 등, 수많은 사진들을 찍으며 축적된 경험으로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행하고 지금 상태에서 최적이라 생각되는 지점으로의 이동한다. 전문 인물사진이라면 빛의 상태, 인물에 대한 메이크업 및 피팅, 포즈와 표정 등도 결정해야 한다. 가족들의 공원에서 즐겁게 노는 일반 스냅사진이라면 가족들의 표정, 감정을 이끌어 내어 포착하는 내공도 필요하다. 풍경이라면 최적의 빛이 올 것인가에 대한 직감과 판단, 기다리는 인내심도 있어야 하고, 상품사진이라면 그림자 처리와 반사각에 대한 빛의 세심한 조정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객체간의 상호속도 차이가 있던가, 움직임과 정지된 주제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려면, 심도보다도 셔터속도에 대한 세심한 계산이 필요하다. 결혼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사진이라면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실내촬영이 포함되므로, 평상시 수없이 플래시를 터뜨려보고, 또 터뜨리지 않고 어두운 실내에서 찍어보고, 이런 다양한 상황을 극복할 나름의 노하우를 평소에 터득해 두어야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가 하는 세팅을 배우기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과 같은 세팅, 같은 화각의 렌즈를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경험 많은 사람들이 그 세팅을 했는지, 왜 거기서 그 화각을 선택했는지를 미리 이해하고 촬영에 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사진은 셔터를 누를 때 결정된다’고 믿는다. 사전 준비나 이해 그리고 부단한 연습 없이, 그저 동물적 감각만으로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잘 찍히겠거니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흔히 말하는 무슨 국민세팅 같은 것을 하나 주워듣고 가서 그대로 하면 되겠지 하는 경우이다. 혹은 한술 더 떠서, 셔터 누른 다음에도 포토샵을 이용해 모든 것이 해결 되리라 생각하곤 한다. 포토샵을 20년 넘게 써왔지만, 기능이 강력할진 몰라도 절대 만능이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은 일정부분 보정을 해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포토샵을 ‘이미지 보정프로그램’이라 부르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원하는 사진이 결정 된다는 것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직감적인 셔터 본능 만으로 사진이 결정 되는 것은 10% 정도 일 것이다.

셔터를 누를 때는 이미 늦었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내공을 쌓고 테크닉을 익혀두었느냐가 중요하다. 빛을 이해하고 구도와 거리에 대한 감각을 쌓아왔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사진촬영을 가보면, 언제 어떻게 어떤 상황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을 어떻게 만나더라도 즉각적으로 대처가 가능할 만큼의 경험과 이해를 거쳐두어야 한다. 그래서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사진이 결정된다는 것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결정됨을 알고, 사전에 장소에 대한 경험, 스토리라인을 작성해 보고, 각 상황에 적용 될 수 있는 응용을 해보자. 사진을 찍으면서, 마치 복권을 사서 운을 시험하는 것 마냥 촬영에 임해서는 안된다. ‘셔터를 누르다 보면 한 장 걸리겠지’하는 요행으로 출사를 가진 말자. 우리는 가끔 기분 전환 겸해서 복권을 산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날 운을 봐서 기분전환겸 사는 것일 뿐, 큰 의미는 없다. 사진에 있어 운이나 요행은 바라지 말자, 복권은 사진에 있지 않고, 슈퍼에서 판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개인튜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부분은
문의해 주세요. (617.756.5744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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