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골짜기 그리고 산 그림자
보스톤코리아  2006-12-13, 00:16:09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미들이 다양하다. 자연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만 허락된다면 바다를 찾아 나서거나,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많이 있다. 또한 유난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산사람'이라고 불려질 만큼 산이 분신이 되어버린 사람들 말이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산을 오르다 보면 세상의 욕심을 많이 내려놓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의 고마움과 계절마다 일러주는 자연들의 숨결은 놀라움을 넘어 신비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오른다는 것은 늘 자신의 욕심과 욕망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겪는 일이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때론 나를 잃어버리는 시간일 때가 많은 것이리라. 남을 누르지 않고서는 내가 밀려나야 하고, 뒤로 물러서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그 두려움은 남을 누르고 내가 오르려는 본능적인 욕심으로 차 있는 것이다.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할까. 그럼 세상 사람이 다 그러니 나도 그런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렇게 합리화하고 나면 그만인 것일까. 때로는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로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렇게 공부해서 되겠니?"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면, "엄마, 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하고 대답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말해주겠는가.

그래, 산을 오르다 보면 더 올라 정상에 오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욕심이든, 성취감이든 그 어떤 이유이든 간에 끝을 보고 싶은 욕심 말이다. 또한 하늘과 더욱 가까워질수록 맑은 공기와 수목들의 향기는 사람을 유혹하고도 남을 법하다. 조금만 올라가면 세상을 한 눈으로 다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설레임은 벌써 정상에 올라 가 있는 것이리라. 문득 오르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골짜기의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게 된다. 우뚝 솟은 산과 산 사이에서 낮고 낮은 자리로 바쳐주고 있는 골짜기의 깊은 계곡의 바위가 말이다. 산이 산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저 골짜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한 비바람과 추운 겨울의 혹한을 견디며 산꼭대기에서 굴러오는 바위 조각들을, 흘러오는 물줄기를 받아주고 있는 저 골짜기가 있기에 저 산은 저렇듯 푸른 봉우리로 서 있는 것이리라.
한 겨울에도 햇살이 오르면 산봉우리에는 양지의 숲이 반짝거리지만, 언제나 어둡고 칙칙한 응달에 있는 골짜기에는 산 그림자만 가득하다. 나무들마다 물줄기뿌리 이어주며 늘 그렇게 기다림으로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남편을, 자식을 위해 사랑으로 베풀고 희생과 봉사 그리고 기다림으로 있는 어머니 같은 존재 말이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어찌 어머니의 사랑이 세상 따라 변했을까. 늘 이렇듯 어머니는 높은 산을 오르도록 곁에서 격려해 주고 든든한 후원자인 산 그림자로 있는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얘기가 있듯이 기쁨과 행복 이면에는 오래 참음과 고통의 견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쁨과 행복이 값지고 복된 것이리라.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 가운데는 늘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길을 걷다보면 돌 뿌리에 채이기도 하고, 넘어지고 다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의 자책이나, 나의 부족함으로 돌리기 쉬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을 만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복된 일이 어디 있을까. 넘어졌기에, 다시는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웠고, 남은 상처로 인해 지혜를 더 배운 일인 게다.

맑고 고운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있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현악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춥고,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나무로 만든다지 않던가. 혹한의 추위와 모진 강한 비바람을 견디며 꿋꿋하게 견딘 "무릎 꿇은 나무"를 말이다. "이 무릎 꿇은 나무는 록키산맥 해발 3천 미터 높이에 수목 한계선인 지대가 있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너무나 매서운 바람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마치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한 채 서 있단다. 눈보라가 얼마나 심한지 이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그야말로 무릎꿇고 사는 삶을 배워야 하는 것이란다.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 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여정은 이처럼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골짜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때도 있는 것이다. 또한 깊은 계곡의 응달에서 아주 오랫동안 산 그림자로 기다리며 지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찌 늘 한 자리에만 있겠는가. 산봉우리 높이 정상을 오른 이들에게도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리라. 높은 고지를 오르며 생명의 위험을 맡길 때도 있었을 것이고 또한 높이 올랐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힘겨운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고, 내리막 길이 있으면 오르막 길이 있는 것이다 삶의 길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 여정 길에는 이렇듯 산에 오를 때도 있고 골짜기에 머무를 때도 있는 것이다. 또한 오랜 기다림의 산 그림자로 있는 시간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기다림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지혜롭게 견디고 준비할 수 있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이번주 출시 DVD - Miami Vice 2006.12.13
<히트>, <알리>, <인사이더>, <콜래트럴>를 만들었던 거장 마이클 만이 1980년대 히트했던 동명의 TV시리즈를..
TNS 한주간 시청률 상위 20위 2006.12.13
출처 : TNS 미디어 코리아 (서울=뉴스와이어) 2006년12월04일- MBC <주몽>이 시청률 44.7%로 1위, KBS2<소문난칠공주>..
산과 골짜기 그리고 산 그림자 2006.12.13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미들이 다양하다. 자연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만 허락된다면 바다를 찾아 나서거나,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많이 있다. 또한 유난히 산을..
일본, 해외 일식집 인증제 추진 2006.12.13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해외에 있는 일본 음식점에 대한 인증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외의 일식당이 진짜 일식(日食)을 제공하는지 검증하여, 품질이나..
달에서 살아볼까 - 2024년부터 달에 사람 살 집지어 2006.12.13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부터 달의 남극 주변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영구 기지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NASA는 이 기지를 화성 등 태양계 행성 탐사를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