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48회 |
보스톤코리아 2012-05-15, 11:35:08 |
세월만큼 빠른 것이 어디 또 있을까. 엊그제 대학을 입학한 것 같았던 딸아이의 졸업식이 5월 중순(5월 20일)에 있다. 손녀딸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 가셔서 몇 년째 살고 계시는 할머니(시어머님)께서 지난 화요일 한국의 인천 송도에서 미국 보스톤에 오셨다. 우리 집 딸아이를 여느 손자 손녀보다 더욱 챙기시는 것은 그만큼 이 아이에게 정이 든 이유일 것이다. 시부모님은 아들 둘 딸 하나 그렇게 삼 남매를 두셨는데 그 중 남편이 막내 아들이다. 우리는 막내아들이지만 결혼 후 2년 6개월을 시댁에서 살았다. 시아주버니는 미 공군으로 여기저기 그리고 이 나라 저 나라 발령에 따라 옮겨다녔던 이유도 있었다.
딸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주변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다. 특별히 한 지붕 아래에서 살면서 손녀딸의 태어난 과정과 자라는 모습을 매일 매 순간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셨기에 손녀딸에 대한 그 극진한 사랑은 곁에서도 부러울 정도였다.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이유일까 이 아이는 구김살 없이 밝고 맑게 자라주어 엄마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 지금까지도 할아버지는 손녀딸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입학식과 졸업식을 잊지 않으시고 용돈을 챙겨주신다. 때로는 다른 손자 녀석들이 섭섭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여전히 할아버지와 손녀딸의 그 깊은 정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다. 딸아이는 Brandeis University에서 Islamic and Middle Easten Studies를 전공하고 있는데 요즘은 마음으로 많이 걱정되는가 싶다. 대학원 준비를 하며 한 1여 년은 직장을 잡아 일하고 싶다는 딸아이는 졸업을 앞두고 여기저기 잡을 잡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특별히 만족할만한 곳에서 답을 듣지 못해 걱정하는 것이다. 내심 걱정과 염려로 있는 딸아이에게 엄마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일러준다. 지금은 보스톤에서 인턴십을 두 군데 하고 있는데 그래도 코 앞에 졸업을 앞두니 마음이 편치 않은가 싶다. 아직도 밝지 않은 어두운 세계의 경제에 애타 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까울 뿐이다. 삶에 있어 현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며 편안하게 공부하다가 졸업을 앞두니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가 싶다. 엄마 아빠에게는 직접 얘기하지 않았지만, 남동생과 함께 얘기를 나누었던 모양이다. 아들 녀석이 지나는 얘기로 엄마에게 살짝 귀띔을 해주는 것이다. 삶이란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는 외롭고 힘든 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삶에 있어 경쟁을 부추기고 싶지 않지만, 그 어느 곳에도 경쟁이 없는 곳이 없으니 부모로서 무엇을 일러주어야 할지 가끔은 막막해 온다. 현실은, 삶의 현장은 그렇게 녹록치 않음을 알기에. 특별히 보스턴 지역에는 명문 대학들이 많은 곳이기에 더욱 대학을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졸업과 취업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 집 큰 녀석은 테네시 주의 내슈빌에 있는 Vanderbilt University에서 3학년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시작해 벌써 집에 와 있다. 이 녀석의 말에 따르면 그곳의 학생들은 이곳 보스톤 지역의 학생들과의 차이를 조금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그 지역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웬만한 학점이면 취업은 그리 힘들지 않아 아이들이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딸아이와 큰 녀석과 나누는 사이 어제는 막내 녀석도 집에 왔다. 졸업을 앞두고 염려로 있는 딸아이에게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무엇을 우선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자식과 떨어져 살다가 한 지붕 아래에서 얼마 동안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욱 길어질지도 모를 일 앞에 느긋한 마음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그렇지 않기를 더욱더 기도할 테지만 설령 길어진다 할지라도 조급해하거나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이를 불안하게 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것이다. 이 모든 시간마저 지나고 나면 모두가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될 일임을 알기에 더욱 소중히 마음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해보는 것이다. 집안에서 엄마 아빠의 따뜻한 사랑과 덩치 큰 두 남동생의 든든한 보호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극진한 정성에 맑고 밝게 자라준 딸아이가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세상 밖에 나가 자신이 원했던 것만큼 채워지지 않았을 때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잘 견디고 일어서서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고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염려로 있다. 활달한 성격의 딸아이가 세상과 마주하며 서로 함께 더불어 잘 어울릴 수 있을 테지 하면서도 염려를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엄마인 까닭일 게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딸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기도의 마음일 게다. 대학 졸업을 앞둔 딸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마음의 기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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