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한 번씩 바뀔 때쯤에는 보스톤 시내의 찰스 강을 찾아 강변로를 산책하고 돌아오곤 한다. 도심과 함께 자리한 찰스 강은 주변에 대학들이 많아 젊은 학생들의 산책이나 조깅하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끔 강변을 걷다 보면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느껴져 생동감이 넘치고 저절로 신바람 일렁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매일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은 계절이나 날씨에 관여치 않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매일 걷고 매일 쉼 없이 달리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달리는 목적도 다를 게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 달리기를 좋아해서 달리는 사람, 때로는 마라톤 대회의 목표가 있어 달리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2012년 4월 16일)은 올해로 116회를 맞는 '2012 보스톤마라톤(Boston Marathon) '이 있는 날이었다. 직접 보스톤마라톤을 보러 가기는 처음인지라 보스톤 시내의 오전 시간대 차량들의 움직임이 걱정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차들이 막힐 것을 예상하고 있는 내게 남편은 오늘은 교통혼잡이 더 없을지도 모른다고 귀띔을 해준다. 보스톤 시내의 정보는 남편이 더 정확하기에 믿어보기로 하고 보스톤 시내를 향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시내의 높은 빌딩 숲을 따라 걸으며 카플리 스퀘어에 도착하니 도로마다 사람들은 이미 줄지어 꽉 들어차 있었다. 인산인해의 빽빽한 공간 틈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보스톤 날씨가 며칠 선선했었는데 갑자기 여름 날씨처럼 무더워져 화씨 87°F(섭씨 30도)를 웃돌며 찌는 듯한 날씨였다. 선수들을 기다리며 응원하던 관람자들도 그 날씨에 견디기 어려웠으니 '보스톤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많이 지쳤을 경기였다. John Hancock 빌딩과 Trinity Church 그리고 Boston Public Library 빌딩 숲 사이 작열하며 내리쬐는 태양 볕은 선수들을 기다리는 관람자들의 정수리와 얼굴에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날의 무더운 날씨를 알고 집을 나섰으니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했는데도 얼굴은 강렬한 태양 볕에 익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에 그 무더위를 이길 수 있었다.
그 찜통 같은 무더위 속에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장장 6시간을 한 곳에 서서 한국 선수들이 들어오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으니 나 자신도 놀랄 일이었다. 선수들이 달려오다 골인 지점을 지나 심신의 피로가 몰려오는 마지막 지점 그 자리를 지나는 선수들 모두가 지쳐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그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노력하며 훈렸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자신의 길에서 열심과 성실로 달리고 또 달렸을 그 선수들의 삶이 잠시 마음을 스쳐 지난다. 이 세상에서 쉬이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자신의 끊임 없는 노력이 있을 뿐.
"케냐의 웨슬리 코리(30)가 올해 116번째를 맞은 세계 최고 전통의 보스톤마라톤 대회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코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츠세츠주 보스톤 시내에서 열린 2012 보스톤마라톤 남자부에서 2시간 12분 40초로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탓에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최초기록에서 6분 25초나 뒤졌다. 코리의 이번 기록은 보스톤마라톤에서 1위 기준으로 두 번째로 느린 것이다. 코리는 2위 레비 마테보(케냐 2시간 13분 6초)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다가 1마일(1.6km)을 남겨놓고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우승으로 케냐 올림픽 대표가 된 코리는 "내게 보스톤마라톤은 올림픽과도 같은 것"이라며 "이 대회에서 우승해 정말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대회에서 비공인 세계기록(2시간 3분 2초)을 작성하고 월계관을 쓴 제프리 무타이(케냐)는 20km까지 1위로 달리다가 위경련 증세가 나타나 기권했다. 여자부에서는 샤론 체로프(케냐)가 2시간 31분 50초로 우승했다. 코리와 체로프는 우승상금으로 각각 15만 달러(약 1억 7천만원)를 받았다." - <서울=연합뉴스>-
2012 보스톤마라톤 대회에서 무더운 날씨로 탓으로 1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또한, 116회째 열린 보스톤마라톤 대회에 뜨겁고 무더운 날씨에도 2만 2천5백 명의 참가자가 26.2마일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톤마라톤 주최측은 참가자들을 열사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여분의 물을 준비하고 천천히 달리도록 권유했으며 마지막 결승지점에서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며 많은 의료봉사자들 역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약 4천3백 명의 참가자들은 경기 직전 출전을 포기했다고 한다. 찜통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나 그 선수들을 응원하며 기다리던 관람자들이나 모두가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 무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기다리며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라는 그 한마음의 어우러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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