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37회
보스톤코리아  2012-02-27, 12:01:51 
엊그제는 딸아이와 함께 한 이틀 뉴욕에 다녀왔다. 딸아이가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라 5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벌써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걱정이 많은가 보다. 요즘처럼 세계 경제가 밝지 않으니 미국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딸아이는 Brandeis University에서 Islamic and Middle Easten Studies를 전공하고 있다.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초등학생들을 시간을 내 몇 년 동안을 가르친 적이 있다. 딸아이와 함께 엊그제 뉴욕을 다녀오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채용 인터뷰가 있어 다녀오게 되었다. 꼭 합격하고 싶다는 딸아이의 꿈이 이루어지길.

인터뷰는 잘했느냐고 엄마가 묻자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기대는 해보겠다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엄마는 내색하지 않은 딸아이의 자신감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인터뷰한 결과는 2달을 기다려야 발표가 난단다. 딸아이의 인터뷰가 우리가 뉴욕에 도착한 다음 날 이른 아침 시간에 있어 인터뷰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호텔을 정하기로 했다. 인터뷰 장소는 뉴욕 증권가가 늘어선 Wall Street에서 있어 딸아이 덕분에 뉴욕의 도시 한복판의 호텔에서 묵게 되는 호강을 했다. 딸아이는 다음 날 이른 아침 서둘러 준비를 하고 인터뷰를 하러 나갔다. 뉴욕에서 잠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싶어 부지런을 떨며 나도 서둘렀다.

딸아이가 올 1월 만 22살이 되었는데 딸아이보다도 한 살이 더 어린 만 21살의 나이에 부모 형제와 떨어져 타국 만리 미국 땅에서 처음 첫 발자국을 디딘 곳이 뉴욕이었다. 뉴욕에서 젊고 싱그러운 푸릇한 꿈으로 한 2년을 지냈기에 그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몽실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뉴욕 Manhattan의 거리는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아 좋다. 스치고 지나는 서로의 발걸음으로 기운이 넘치고 에너지가 솟는 뉴욕은 언제 만나도 설렘을 준다. 조용한 도시 보스턴에 20년이 넘게 살아도 가끔은 뉴욕이 그립다. 뉴욕 Manhattan의 그 기운이, 그 에너지가 가끔은 그립다.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는 순간 잠시 내 나이를 잊고 말았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걷는 뉴욕의 거리는 저절로 활기에 찬 발걸음이 되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등에는 무거운 백팩을 메고 어깨에는 무거운 카메라와 무거운 망원렌즈까지 둘러메고 걷는데 그 무거움을 잊고 걸었다. 딸아이가 이른 아침 서두른 덕분에 엄마도 일찍 준비를 마치고 오랜만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하루의 시간으로는 너무도 부족할 미술관은 적어도 이틀은 보아야 조금은 아쉬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하루 동안의 미술관 관람은 무리이기에 다음 기회를 또 마련해보기로 하고 이집트 부문(Egyptian Wing)과 한국 부문(Arts of Korea)을 우선 선택했다.

"총면적 13만㎡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센트럴파크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장품의 범위가 가장 넓다고 평가 받고 있는 미술관으로 영국의 대영 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와 더불어 세계 4대 미술관 중의 하나이다. 유럽처럼 다양하고 많은 미술을 포용하는 미술기관의 설립을 원하는 미술가와 후원자들에 의해 1870년 설립되었으며 소장품은 선사시대로 추정되는 것부터 오늘날의 작품까지 광범위 하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수집하던 금융업, 철도업, 제철업을 경영한 실업가인 "존 피아몽드 모건"을 비롯해서 여러 수집가들이 이 미술관에 많은 기증을 하고 있다."

몇 시간을 미술관에서 돌아다녔는지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 이곳저곳에서 연인들끼리 혹은 오롯이 혼자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을 관람하는 모습들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문득, 딸아이가 생각났다. 그 시간쯤에는 인터뷰 물음에 대한 불안감과 답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만감을 이루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하고 멋진 미술관에 함께 들러 관람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딸아이가 원하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으면 가끔 딸아이 만난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뉴욕에 다니러 와서 미술관도 여유롭게 관람하면 좋겠다. 딸아이가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도를 올리며.

"아시아 지역 미술품과 관련해서는 중국실, 일본실, 동남아실에 이어 1998년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설치를 위한 경비와 전문가 양성 및 프로그램 기금을 지원함에 따라 한국관이 개관했다. 현재 메트로폴리탄의 한국실(Arts of Korea)은 약 400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미국 내 한국 미술과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관을 관람하는 중 외국인들이 한국의 미술품에 오래도록 머물러 서서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에 대한 설명도 놓치지 않는 모습에 순간 감동하고 말았다. 바로 내 조국의 귀한 미술품들을 귀히 여기는 외국인들의 마음이 고맙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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