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34회 |
보스톤코리아 2012-02-06, 11:11:47 |
"눈이 왔는데 무슨 산행이야?"
하는 남편의 물음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걱정과 염려의 마음일게다. 특별히 겨울산행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대부분 그런 생각이 일반적이라 여겨진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 나도 비 오는 날 골프를 가는 남편을 보며 그렇게 얘기했으니 말이다. 비지니스를 하는 남편이 늦은 시간에야 집에 오고 아침 늦게야 집을 나가는 관계로 자정을 넘어 새벽 한 두 시가 되어야 취침을 한다. 그런 내게 이른 아침 시간은 새벽 시간과도 같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산행을 위해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날은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지난번 산행이 겨울 일기(눈과 비)로 취소되었기에 이번 산행은 한 달 만에 간 산행이었다. 눈 쌓인 산행이었을까. 아니면 겨울 한 달 동안 게으름을 피우다 제대로 운동을 못한 이유였을까. 이번 산행은 오르는 시작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져 많이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그 어느 산보다 이번에 올랐던 Mt. lafayette 정상은 내게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은 산이다. 어느 산우님은 Mt. Lafayette을 오르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하셨는데 내 경우는 라파엣 산을 오르는 내내 지난번 산행 때도 그랬거니와 이번 산행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산행의 늦은 걸음 덕분에 여기저기 산골짜기와 산새를 둘러보며 그런 기운을 느꼈다. Mt. Lafayette은 높이가 5,260ft이며 정상왕복은 7.6마일이 되는 산이다. 정상을 오르는 구간 중 Mt. Lafayette 8부 능선인 Greenleaf Hut(4,200ft)에 도착하게 된다. 이번 산행은 처음 오르는 시간부터 몸이 개운치 않았는데 유난히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중간 정도를 오르며 마음에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자꾸 타이르며 올랐다. 지난 가을 산행에서 산우님들과 함께 정상을 올랐던 그 감격을 잊지 못해 오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마음의 욕심만으로 정상을 오를 수도 올라서도 안 되는 것임을 알기에 마음에서 내려놓기로 했다. 오늘은 Greenleaf Hut까지만 가고 라파엣 산 정상의 아름답고 멋진 설경을 천천히 만나보자고. "오늘은 '헛(Hut) 산행'을 한 거라니까요?" "Greenleaf Hut까지 오르고 거기서 머무르면 '헛 산행'이라고...'" 가깝게 지내는 동갑내기 산우님의 그 익살스러운 얘기가 산막(Hut)에 머물렀던 우리 셋에게 웃음과 함께 깊은 생각을 주었다. 때로는 산의 정상을 오르느라 바빠 여기저기 바라볼 여유 없이 올랐다가 내려오곤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상에 오른 산우님들이 내려오기 전에 천천히 내려가며 그 아름다운 라파엣 산의 설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하얗게 눈 덮인 산과 산새를 둘러보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절경에 끝없는 감탄만 토해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얀 세상을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 종교는 달라도 신을 예찬하며.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작은 나를 만난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신비로움을 체험하며 창조주의 섬세한 손길과 피조물인 인간을 잠시 생각한다. 또한, 산을 오르는 내내 가파른 산길 굽이굽이마다 힘겨워 헉헉거리는 고비고비마다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산을 오르며 곁에 산우들이 함께 동행하고 있어도 결국 내 걸음으로 오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힘들고 버거워도 또 내 발걸음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내 삶의 발자국들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삶에서 만나는 그 어떤 어려움일지라도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책임감을 배우는 것이다.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높아지고 나는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산을 만나며 숨겨 놓은 마음의 고백 하나가 생겼다. 사람도 서로 만나 더도 들도 말고 사계절만 겪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를 알게 된다. 지난해 고운 봄 꽃들을 만나며 산행을 처음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산행이 물기 먹어 촉촉한 여름 숲에서 푸른 나무들을 만나고 울긋불긋 갖가지 오색 빛으로 물들인 가을 단풍산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겨울산행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산우님의 말씀처럼 글쟁이 시인님이 산행을 할 수 있고 멋진 사진 작품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덕담을 해주신다. 산을 오르며 내게 주신 잊었던 작은 감사들이 하나 둘씩 가슴에서 스멀거리며 차오른다. "오늘은 '헛(Hut)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웃음으로 얘기할 수 있는 마음의 친구들이 있어 감사한 날이다. 온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며 자연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산행이 좋아 나누고 싶은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긴장의 연속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작은 일 하나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가족 그리고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삶에서 조급하지 않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를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음의 여유를 얻기 위해서 가끔은 자연(산과 들과 바다)을 찾아 함께 호흡하며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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