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21회
보스톤코리아  2011-10-31, 14:07:56 
시월은 언제나처럼 걸어오던 내 발걸음을 세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지난봄 꽃향기에 취해 즐거워하던 때를 문득 생각나게 하고 물먹은 여름 나무들의 숲에서 호흡하며 행복해하던 그때를 잠시 떠올리게 한다. 삶의 여정에서도 지천명을 오르는 이맘때쯤에는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게 한다. 제대로 잘살고 있는지를 묻게 한다. 내 모양과 내 색깔과 그리고 내 빛깔을 잘 내고 사는지 잠시 멈춰 서서 묻는 것이다. 가을 나무들은 하늘 닿은 나뭇가지 끝부터 물들어가는데 진정 나는 하늘이 주신대로 내 색깔로 제대로 물들어 가고 있는가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이다.

가을에는 가을볕에 익어 꽃피우던 여린 꽃들이 영글어가고 열매를 맺는다. 가을에는 갈바람에 스쳐 초록 잎들이 붉어가고 단풍을 만든다. 가을 나무처럼 우리네 인생도 익어가고 색깔을 내며 제 옷을 갈아입는다. 모두가 그렇게 제 빛깔로 물들어 가고 있다. 가을 나무는 제 몸을 내어 놓고 제 살갗을 긁어내며 그렇게 계절에 순응하고 자연의 이치를 따라 물들어 가고 있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사는 생명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날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겸허함에 다시 한 번 부끄러운 내 모습을 만난다. 순리대로 순응하며 사는 자연을 보면서.

생명이 흐르는 것들은 모두가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있다. 따가운 가을 햇볕 따라 제 몸을 키우고 태우며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제 모양과 색깔을 따라 그렇게 열매 맺고 물들어 가고 있다.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 누구를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빛깔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모두 다른 색깔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루며 어우러진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이토록 순수한 아름다움 앞에 그 무엇을 내보일 수 있겠는가.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의 그 놀라운 손길에 감탄하며 우리는 그저 피조물인 것을 고백하는 순간이다.

자연을 통해서 창조주의 놀라우신 손길을 경험한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만나는 샛길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나 자신을 만나며 감사를 배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살 수 있는 것은 큰 선물이고 축복이라고 또 감사의 고백을 올린다. 저 높은 고지의 산꼭대기를 올라 만나는 작은 풀 한 포기 그리고 소리 없는 바람에 흔들리는 이슬방울 모두가 생명을 이룬 피조물임을 깨닫는 순간 감사는 절로 흘러넘친다. 이 너른 세상에서 혼자이지 않음을 경험하며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생명에서 나 자신을 만나는 놀라운 경이를 체험한다.

자연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은 다른 것을 부러워하거나 탓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제 모습대로 환경에 적응하며 하늘의 목적에 따라 제 몫을 다하며 사는 것이다. 때를 따라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그 열매를 떨구어 다른 생명을 또 키우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세상의 욕심이 커져 버릴 즘 한 번쯤은 산에 올라 깊은 호흡으로 자신을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의 흔들림으로 괴로워할 때쯤에는 시간을 내어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한 번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나누는 새로운 느낌을.

우리네 삶도 그렇게 자신의 색깔과 빛깔로 물들이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삶에서 남의 색깔을 부러워하고 흉내 내려 애쓰는 시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낭비하는 인생이겠는가. 하늘이 주신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의 색깔과 빛깔로 물들이며 맘껏 누리는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의 것에 욕심부리지 말고 내 것을 먼저 소중히 여기는 신실한 마음이면 저절로 제 색깔과 빛깔로 물들어 아름답지 않겠는가 말이다. 제각각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깔과 빛깔을 지녔다면 다른 색깔과 빛깔이 어우러져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면 이미 충분한 색깔과 빛깔로 물들어 가는 일이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욕심을 내다보면 내게 있는 귀한 것들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내 것에 만족할 수 있는 삶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멋진 인생이다. 내 것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가슴만이 다른 사람의 것을 귀히 여길 수 있는 아름다운 가슴인 까닭이다. 모두가 자기 모양대로 제 색깔과 제 빛깔로 물들이며 사는 삶이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서로 색깔과 빛깔로 빛을 내고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길 소망하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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