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14회
보스톤코리아  2011-09-12, 12:31:38 
처음 <포토에세이반>을 시작하게 된 것은 교회의 여선교회 모임에서 올봄부터 '뜨개질반 & 요리반'을 만들게 되면서 '글쓰기반'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여선교회 모임에서 임원들이 의논을 하고 5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특별히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여성들에게 있어 오십이란 갱년기와 폐경기를 겪는 시기이기에 그 어려운 시간을 잘 극복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나누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려던 '글쓰기반'은 마음과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분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을 모은 끝에 <글쓰기반>을 <포토에세이반>으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지게 되었다. 각자가 사진을 담은 후 느낌을 간단한 메모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로에게 희망이 생겼다. 사실 사진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이 사진을 통해서 새로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은 렌즈를 통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동안 바쁜 발걸음으로 달려왔던 이민생활에서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을 키우며 훌쩍 지났던 세월이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지는 시간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이 <포토에세이반>은 한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가까운 곳을 시작으로 사진촬영(출사)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 몇 달은 사진의 기본인 '구도잡기'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며 주변의 꽃들과 나무 그리고 숲을 디지탈 카메라에 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결정한 모임이 교회 웹에 광고가 나가고 지난 7월 말에 첫 모임을 가졌다. 참가 인원은 모두 10명이었지만, 서로 바쁜 가정생활과 일상생활에서 모이는 인원은 6-7명 정도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란 이렇게 자신이 만나고 느끼고 맘껏 누리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 가정의 아내와 주부에서 잠시 사진 작가가 된 느낌 말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접어든 50대 주부들의 가슴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특별히 타국에서 한 가정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지내는 이들의 가슴에는 도대체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한인 가정은 미국에서 수 십 년을 살아도 미국 가정과는 사뭇 다르지 않던가. 아무리 핵가족 제도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유학이 아닌 이민을 목적으로 온 경우는 여전히 주변에 챙겨야 할 가족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가족이 시댁이든, 처가댁이든 간에 때로는 삶에서 큰 부담으로 남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살아온 50~60대 주부들의 가슴은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난주에는 <포토에세이반>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간단한 '사진의 구도잡기' 공부와 디지탈 카메라에 '작품 담기'가 있었다. 모두가 부족하지만 서로에게 배우고 나누는 시간이다. 이 모임은 교회에서 시작한 모임이지만 그 어떤 종교에 국한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든지 원하면 가능한 서로의 가슴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이고저 한다. 지난 모임에서는 작은 화단의 꽃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어찌 그리도 행복해하던지 서로의 가슴에 뭉클함마저 전해주었다. 세상 나이 오십 줄에 있는 이들과 육십을 막 넘긴 이의 얼굴에서 작은 화단의 꽃처럼 곱고 아름다운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똑딱거리는 작은 '디지탈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숨을 죽이며 살금살금 걷는 그 걸음에서 말간 심장의 숨소리가 들린다. 꿈과 희망과 소망을 가지고 무엇인가 만나고 느끼고 맘껏 누리는 사람들이 참으로 곱고 아름다웠다. '작은 렌즈의 세상'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 있는 것들마저도 만나지 못해 느끼지 못하고 느끼지 못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맘껏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바쁘다는 이유와 핑계로 흘려보내고 잃어버리는 것이다. 내게 있는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지금은 작은 모임의 시작이지만, 이 <포토에세이반>을 통해서 서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길 바라는 것이다. 작은 렌즈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듯 내면 깊숙이에 있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길 소망해 본다. 혼자가 아닌 세상임을 깨닫고 더불어 함께 만나고 느끼고 맘껏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임을 배우는 시간이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때가 되면 피고지고 열매맺는 자연을 보면서 우리의 내면의 삶이 더욱 숙연해지고 풍요로워지는 인생의 여정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만남을 통해서 서로 보듬어주고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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