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95회
보스톤코리아  2011-04-25, 13:01:26 
특별히 한국 방송(tv or radio)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보스톤 지역에서의 한국 인터넷 뉴스는 내게 유일한 문화 공간이며 그 시간만큼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물론 집에 어른이 계시거나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가정에서는 한국 유선방송을 신청해 드라마도 보고 뉴스도 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삶을 선택하는 일에서 무엇이든 이것이 옳다 그르다는 없다. 다만, 자신의 선택만이 있고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 내지는 의무 거기에서 오는 즐거움과 누리는 행복이 권리라면 권리랄까. 여하튼, 이것이든 저것이든 삶에서 누리는 만큼이 내 것이 아니던가.

얼마 전 한국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가슴 아픈 사연을 보게 되었다. 한국 과학기술교육의 요람 KAIST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특별히 4월은 '과학의 달'이라 여기저기에서 어린아이들에게 과학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키워주기 위한 특별 행사가 많은 달이었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과학기술교육의 요람지인 카이스트에서 학생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처음이 아닌 3개월 동안에 네 명의 학생이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뿐일까, 한 교수도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사건은 충격을 더해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학생들이 4명이 목숨을 끊는 사건을 보며 그만한 나이에 있는 대학생 세 아이를 둔 엄마로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질 않을 귀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려온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을 만큼 혼자 견디기 어려웠을 아이를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답답해 온다. 잘나고 잘난 뛰어난 수재들만이 갈 수 있다는 카이스트의 경쟁에서 버거운 수업(전 과목 영어 수업)교육과 징벌적 등록금 제도에 고민하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이처럼 경제적인 문제와 성적 등 처지를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의 대학생이 최근 3년 동안만 9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한 해 평균 230명의 대학생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원인은 정신적 문제와 이성·취업·경제 문제 등 다양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 2009년의 경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7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이성 문제 53건, 가정문제 30건, 취업문제 28건, 경제 문제 16건 순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에 처해있는 한국의 교육제도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어찌 한국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세계 어디 어느 곳에서나 충분히 일어날 수 일이 아닐까 싶다. 그 나이쯤에서 누구나 자신의 인생 진로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겪을 일이지만,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의 차이일 것이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학생들에게 글로벌 시대를 향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발맞춤의 교육 방식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학이 되었다. 다만, 문제의 이슈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징벌적 등록금 제도에 따른 학생들의 고민과 처지를 비관하여 이런 결과를 나았다는 것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교수(신경정신과)는 "인간에 대한 가치를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다 보니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며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교육학과)는 "학교에서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불어 살아가고 배우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며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바뀐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문제들을 바라볼 때면 마음속에서 세 아이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엄마의 마음과 모습으로 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라지만, 때로는 엄마라는 이름의 이기적인 욕심일 때가 더욱 많았다. 이기적인 자기변명을 전제로 한 엄마의 자식에 대한 강요나 욕심으로 있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남보다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남보다 부족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마음 말이다. 엄마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 홧김에 툭 내뱉는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서로 잘 알면서도 서로에게 주고받는 상처가 우리들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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