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92회
보스톤코리아  2011-04-04, 13:38:59 
몇 년 전 학위위조 논란인 '신정아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화제가 됐던 그녀가 자전 에세이 '4001'(사월의 책 펴냄)을 펴냈다. 그녀는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담담한 표정으로 '4001번'(수인번호)로 살아왔던 지난 시간을 얘기하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였다. '신정아 사건'의 그녀는 학력 위조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이다. 학력을 위조해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뒤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었다.

며칠 전 모임이 있어 몇 가정의 부부가 모이게 되었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정아 사건'과 그에 관한 여러 얘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가깝게 지내는 교수님의 부부도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한창 얘기가 오가는 중에 요즘 이 '4001'의 책자에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가 대학 동기이며 친구라는 것이다. 교수님은 그 친구분의 성품과 지금에 처한 안타까움을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교수님 곁에서 부인이 아닌 한 여자의 목소리를 내는 분이 또 있었다. 결과야 어찌 됐든 그런 빌미를 여자에게 준 것에는 남자(전 대학 총장)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4001'이란 그녀의 자전 에세이를 직접 읽어보지 않고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전의 '신정아 사건'과 함께 그녀를 잠시 기억에서 떠올려 보는 것이다.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옛말처럼 그런 마음으로 자서전을 낸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자전 에세이에서 자신과 관련됐던 인사들의 이름을 들추어 거론한다면 그 주변의 가족들에게는 어떤 상처가 될까. 어찌 보면 당사자들보다도 곁의 가족들이 겪어야 할 아픔과 상처가 더욱 깊고 큰 것이다. 여하튼 처음부터 이 사건의 시작은 그녀의 지나친 욕심과 야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녀의 진심은 무엇일까. 2007년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징역 1년 6개월 동안 선고받아 지냈던 수인번호 '4001'의 억울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것일까. 잠시 '4001' 책자의 줄거리를 읽자니 차마 입에 오르내리지 못할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진정 사랑만을 위한 사랑이었다면 차라리 불륜조차도 세간의 남은 자비의 동정표라도 받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 아닌 자신의 야심을 위한 목적 있는 사랑이 아니었던가. 누구 때문에 당한 일이니 어쩌니 말할 것도 없는 서로의 목적을 위한 쓸쓸하고 씁쓸한 얘기에 불과한 얘기 말이다.

이런 얘기가 어디 한국의 얘기뿐이겠는가. 미국 백악관이 배경이 되고 무대가 되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밀애를 가졌던 '르윈스키 스캔들'이 있지 않던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런 사건들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한 서론과 본론과 결론을 가지고 있다. 부와 명예를 가진 한 남자의 불타는 욕망과 자신의 욕심과 야심을 채우고자 하는 한 여자가 서로의 목적을 위해 사랑을 이뤄가는 일들 말이다. 여하튼, 이런 일을 만나면 세간에서 자주 오가는 말이 있지 않던가. 자신이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

이 일을 통해 아픔과 슬픔과 고통으로 있을 주변의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일은 터지고 말았으니 하늘만큼 올랐던 높은 명예가 한순간에 땅에 떨어지는 일 앞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가 책을 내어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렸으니 자신들도 책을 내어 아니라고 결백을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저기 매스컴에다 나는 아니라고 결백문을 낼 것인가. 이런저런 얘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누구에게 탓을 하며 돌을 던질 것인가. 이 사건을 통해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신정아는 1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자신이 겪고 반성하며 자신 스스로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 한 젊은 여자의 욕심과 야심이 만들어낸 서글픈 변명이 결국 '4001'을 만들어 냈다. 그 수감됐던 시간 동안 세상에 대해 얼마나 부끄럽고 화가 치밀었을까. 이 자전 에세이의 줄거리를 만나며 그녀가 참으로 뻔뻔스럽다고 느껴지지만, 그녀는 그 뻔뻔스러움을 넘기 위해 용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자신의 잘못보다 더 크게 가슴을 파고들었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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