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88회 |
보스톤코리아 2011-03-07, 14:35:41 |
처음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첫인상을 보게 된다.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특별히 사람과 쉬이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에 더욱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속을 알게 되면 오래도록 좋은 친구로 남는다.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서로의 통로가 열리면 막힘없이 시원스럽게 흘러간다. 삶의 여정에서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이 서로 공명하며 울림으로 남는다. 곁에는 많진 않지만 이런 친구가 몇 있다. 친구들의 특징은 여는 친구들처럼 매일 전화를 하거나 보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마음은 어제 만난 사람처럼 그렇게.
어제는 반가운 분을 만났다. 1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을 어제야 알았다. 오랜만에 뵈었는데 엊그제 뵌 것처럼 다정다감하신 모습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우리 교회에서 10여 년 전에 부목사님으로 계시다가 한국으로 떠나셨던 주OO 목사님이 잠시 미국 방문 중에 수요 예배에 참석해 설교를 해주셨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전히 고요하신 모습과 생명력 있는 말씀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무색하게 하고 말았다. 수선화처럼 곱던 모습의 사모님과 눈망울이 말갛던 삼형제도 자라 늠름한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보았다. "집사님, 모습이 그대로시네요?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예배가 끝나고 성도들과 반가움을 악수로 나눠주시며 목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다. 어찌 십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똑같겠는가? 하지만, 그 인사가 듣기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나 역시도 그 목사님을 뵈며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으시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어도 지난 시간동안의 나눔이 가슴에 자리한 까닭일 게다. 항상 두 분 목사님과 사모님이 고요하셨지만, 그 속 깊음에서 흘러넘치던 소리없는 울림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곳을 떠나신 지 10년이 훌쩍 흘렀어도 여전히 반가운 얼굴로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분의 성품이 늘 몸에 베어 있었고 그분의 향기가 마음에서 흘러 넘쳤기 때문이다. 그 누구를 만나도 다정한 눈빛과 다감한 마음으로 대해 주셨었다. 처음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친해지기는 쉬워도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그 어떤 관계에서든 거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고 바라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관계가 모두를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 제대로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우리는 때로 편하든 편치 않든 간에 다른 정해진 곳으로 떠나는 자리가 되면 있던 자리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처음의 만남보다도 더 소중하고 귀한 것이 헤어짐이라는 생각이다. 언제 또다시 어떻게 만나게 될런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설령 서로의 관계가 썩썩하여 편치 않은 관계라 할지라도 헤어질 때 좋은 얼굴로 떠나게 되면 다음의 만남은 생각 이상의 관계로 이어진다. 삶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싶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나이가 들수록 느끼게 된다. 처음의 만남보다도 더욱 중요한 헤어짐이란 것을. 어려서는 철부지로 몰라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젊어서는 지혜가 부족해 기다림보다는 화를 내고 성을 냈던 내 자신의 모습이 이제는 조금씩 마음으로 보여진다. 지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 내심 기다려지는 것은 무엇일까. 지혜는 삶에서 만나고 느꼈던 경험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 지는 것이다. 바로 지금까지의 경험했던 모든 일들이 내 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켰던 일들이 하나씩 풀어지는 속에서 만나지는 것일 게다. 이처럼 혼자서는 만날 수 없는 것이 삶의 지혜이다. 서로의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내가 앉았던 자리를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이길 바람해 본다. 삶에서 바깥으로 보여지는 화려함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차오르는 아름다움이길 소망해 본다. 무엇이든 처음보다는 끝이 중요함을 깨달으며 '유종의 미'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본다.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나도 그 사람의 향기가 오래도록 남아 흐르지 않던가. 그 사람의 내면에서 흐르던 생명력 있는 에너지가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흐르는 일 말이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없어도 그리운 사람은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일 게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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