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22) : 외부와 내부의 시각으로 본 오늘의 중국(4)
보스톤코리아  2011-02-21, 14:22:11 
망경에서 생각해본 한중관계
북경에서는 3일간 망경(望京)에서 숙박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망경(왕징)은 중국내에서 한국인들이 최대로 모여사는 곳이고 북경에 사는 조선족도 여기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니 연변을 제외하면 중국내의 최대의 코리아타운이고 한국인과 조선족을 합쳐서 최대 약 10만명이 이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을 둘러보니 말 그대로 코리언의 세계이고 한국것이 들어와 있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한국화된 지역이었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가 한국식 레지던스호텔이었는데 방내 비품이 거의다 한국제품이고, TV를 틀면 한국방송이 나오고, TV옆에는 북경거주 한국인들이 발행하는 잡지가 놓여있어 오히려 한국의 호텔들보다도 더 한국적이었다.

현재 중국에는 약 100만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중화권인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면 외국인이 중국에 거주하는 숫자로는 한국인이 제일 많을 것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수가 2005년의 통계에 약11만명으로 나오는데 그 이후에도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 같지 않다. 그러고보면 일본인보다 9배정도는 더 많은 것이다. 중국속에 일본인들의 집단거주지가 거의 없지만 한국은 이미 북경, 청도, 연태 등 도시에 코리아타운이 들어섰고 중국의 조선족까지 합치면 중국속에서의 코리언의 존재감은 일본인보다 훨씬 크다. 망경의 코리아타운을 보면서 통일신라시기의 당나라 연해지역에 널리 분포했던 신라방(新羅房)이 생각났다. 그때 신라인들은 당시의 세계최대강국중의 하나인 당나라에 진출하여 동아시아의 해상무역을 사실상 주도했다. 북경의 지인한테서 들으니 한국인들은 중국사회에 깊게 파고들고 중국인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사이가 되는데 일본인들은 어쩐지 중국인들과 그렇게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하기 쉬운 것은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앞서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가깝고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한가지 현재의 중국에 200만 가까운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이 중국과 접근하고 교류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인적자원이었다.

이미 잘 알려져있다시피 2003년에 한국의 대중수출은 양적으로 대미수출을 초과했고, 이제는 대미, 대일수출보다 대중수출이 더 많다고 한다.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장기적으로 흑자를 내는 많지 않은 나라가운데의 하나이다. 1990년대부터 20년정도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해가는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의 발전을 최대한 잘 활용한 나라이다. 1997년의 IMF위기의 단기간의 극복이나 2008년의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를 잘 넘긴 것도 중국의 경제성장을 잘 활용한 것과 관계가 깊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장기간의 정체상태에 빠지면서 한국에 비하면 중국의 발전을 그리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정냉경렬(政冷經熱)이라는 말이 생겨나다시피 양국의 외교적인 관계에서는 마찰이 자주 일어났다.

한국의 장점은 아직도 세계최강인 미국과의 외교적, 경제적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그러면서도 지금까지는 중국과 뚜렷한 대립을 피하면서 관계를 잘 발전시켜왔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세계최강의 대국들인 미국도, 중국도 동시에 잘 활용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인 것 같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는 조선(북한)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하게 평형을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잘 풀려야 하고 궁극적인 통일을 지향해가면서 그 통일이 한반도와 중국 양측에게 서로 윈윈게임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혜를 짜야 한다.

예술촌으로 봐뀐 공장
북경의 망경에서 가까운 곳에 새로 생긴 예술촌으로 알려진 ‘789예술구’이 있어 찾아가봤다. 원래는 ‘789연합공장’이라 불리우던 군수, 방직공장이 이전을 하면서 비게된 공장의 넓은 공간을 예술가들이 창작에 활용하면서 어느사이 유명한 예술촌으로 거듭났다. 꽤 넓은 공간에 170여개의 갤러리나 아틀리에가 모여있다고 하고 유명해져가는 과정에서 아트샵, 카페같은 것이 많이 모이면서 종합오락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다고 한다. 전시된 작품중에는 전위적인 것이 많아 중국의 젊은 예술가들의 반항적이고 거침없는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유리창에 둘러싸여 관람자들의 구경거리가 된 천안문, 미국의 마돈나를 옆에 끼고 싱글벙글하는 모택동, 이런 작품들속에서는 기존의 권위나 우상이 형편없이 깨여져가고 있었다. 한때는 용도폐기될번 했던 공장터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사고에 의하여 세간의 주목을 끄는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이런 변화는 중국의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닌 문화적인 활력도 보여주고 있었다. (2011년1월15일)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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