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12) : 기차로 횡단해본 미국(4) |
보스톤코리아 2010-11-22, 13:55:37 |
록키산맥의 경관
7월25일에 버클리를 떠나서 하루 밤을 기차에서 지내고 26일 아침 5시반경에 깨어나보니 기차가 이미 유타주 경내에 들어섰고 사막은 이미 안보이고 산들이 나타났다. 차창으로 멀리보니 높은 산맥이 보인다. 록키산맥이 틀림없었다. 여지껏 황량하던 사막과는 달라 산에는 수림이 꽤 보이고 협곡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목초지가 여기저기 나타났다. 유타주의 주도(州都) 는 Salt Lake City라고 하는데 기차가 통과하기로 돼 있었다. 인구 약 18만 정도의 도시이고 2002년에는 여기서 동기올림픽이 개최되었다. 미국의 신흥종교조직 몰몬교의 총본산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기에 달리는 기차에서라도 한번 보고 지나고 싶었는데 내가 잠들다가 깨어나기 직전인 새벽 5시경에 기차가 거기를 통과해버려 아쉬움을 남겼다. 유타주의 주도인 Salt Lake City로부터 콜로라도주의 주도인Denver에 이르기까지 록키산맥을 통과하는 구간인데 미국의 철도노선중에서도 자연경관이 제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리하여 정신을 차리고 차창밖으로 흘러지나는 자연경관을 관찰했다. 기차가 Salt Lake City를 지나서 몇시간은 산악지대이고 수림이 보였는데 오전 8시경에 유타주의 Helper라는 산속의 마을을 지나면서부터 이번에는 사막이 아닌 모래산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그런 모래산에는 수목이 거의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협곡에는 자그마한 강들이 흐르고 있었고 강가에는 수풀도 자라고 가끔 가다 협곡에 밭과 목초지가 나타났다. 불그스레한 색깔의 모래산의 경관은 황량하기는 한데 산의 모습이 천태만상이고 미국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던 낭만을 자아내는 그런 풍경이었다. 그럴조건이 된다면 멋진 말을 타고서 그런 모래산이 있는 산악지대로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오전 11시반경에 기차는 Grand Junction이라는 산속의 자그마한 시가지에 정차했다. 알고보니 이 역부터는 이미 콜로라도주였다. 이 역을 지나면서부터 모래산이 거의 안보이고 꽤 높은 산들이 보이는데 그래도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산들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평야나 협곡에는 밭과 목초지가 보이는데 강냉이, 채소, 포도, 기타 과일들을 재배하고 있었다. 협곡에서는 계속 강이 흐르고 있어 수원이 모자라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후 한시반경에 콜로라도주의 Glenwood Springs 라는 협곡속에 자그마한 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불시에 산이 높아지고 협곡이 좁아졌다. 록키산맥의 제일 깊숙한 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여기의 협곡은 기차가 겨우 지날 것 같은 좁은 곳이고 손을 내밀면 차창밖의 벼랑가에 손에 닿을 정도였다. 협곡이 굉장히 깊어지고 협곡아래로는 맑고 가늘한 벽계수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협곡속의 어느 곳을 통과할 때 협곡에 온통 기암절벽이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절경이 나타났다. 아마 금강산이 바로 이런 모습일거라고 감탄하면서 절경구경에 흠뻑 취했다. 기차를 타고 미국횡단 여행을 결단한 나에게 주어진 특전이 아니냐 하는 정도로 기뻤고 록키산맥의 깊은 속살을 혼자서 본 것같이 도취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보니 이렇게 험한 협곡에 어떻게 철도를 부설했는지 그 때의 노동자들의 피땀과 희생을 잊고 지날 수는 없었다. 19세기 중기에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를 부설하면서 중국 광동지역에서 노동자를 많이 모집했고 그 들중에 힘든 고역과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 서부지역의 철도가 중국인들의 노동과 희생에 의하여 개통됐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공로가 인정받아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번화가에 차이나타운 설치를 허가받았고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는 중국인들의 그런 공로를 상당히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 25일에 기차가 버클리를 떠날 때도 기차안의 방송에서 이 철도에 대하여 소개를 하면서 이 철도건설에는 중국인들의 공로가 아주 크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이런 솔직한 모습이 좋았다. 제2차대전때 일본군의 진주만습격을 받고나서 미국서부지역에 있던 일본계인들을 아리조나주 등지의 사막지대에 강제수용했던 과거사를 훗날에 미국연방정부가 사죄하고 개인들에게 보상까지 해주었던 것이다. 일본에도 일제때 많은 조선인들이 징용당하여 광산을 개발하고, 홋카이도 철도부설에 동원됐고 그런 가운데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런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추모비라도 제대로 세워주었는지 의문스럽다. 오후 5시반경에 협곡이 사라지고 기차는 서서히 록키산맥의 동쪽구간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곳부터 산과 산 사이에 넓은 분지가 나타나고 녹음이 우거졌다. 록키산맥의 서부가 대체로 건조하고 수목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비하면 동부는 습윤하고 수림이 울창하여 완전히 서로 다른 산같았다. 좀 가다가 Fraser-Winter라는 산속의 자그만한 시가지에 기차가 정차했는데 목재를 적재한 트럭이 보이기에 다시 산들은 쳐다보니 어디나 수림이 울창하여 임업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짐작했다. 정말이지 록키산맥의 서부와 동부는 자연조건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서부 사막이나 모래산의 황량한 모습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울창한 산림속을 기차가 한시간 이상 달리면서 긴 터널을 여러개 지나니 불시에 드넓은 평야가 멀리 산아래에 나타나고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이는 콜로라도주의 주도 Denver 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간을 보니 오후 7시경이었다. Denver 는 도시배후에 웅대한 록키산맥이 자리잡고 앞면에는 광활한 중부의 대평야가 펼쳐지는 인구 약 47만명의 도시인데 맑은 날씨가 많아 청천하늘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록키산맥에서 기차 차창으로 내려다본 도시풍경도 가히 장관이었다. 시내 중심에 멋진 고층건물들이 들어서고 주변의 도시전체가 녹음에 뒤덮인 그런 모습이었다. 기차가Denver역에 들어서니 오후 8시가 거의 되었다. 26일 아침 5시쯤부터 기차가 록키산맥의 서쪽끝에 있는 유타주의 주도 Salt Lake City에 들어섰는데 오후 8시경에 록키산맥을 다 통과하여 콜로라도주의 주도Denver에 도착하기까지 장장 15시간이 걸렸다. 미국의 철도노선중에서도 자연경관이 제일 아름답다는 구간을 이렇게 하루 종일 구경하면서 통과하였다. 기차가Denver에서 약 40분 정차하고 다시 출발할때는 어둠이 깃들어 차창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잘 보면 기차가 대평야를 달리고 있었고 가끔가다 대형곡물가공소 건물이 보였다. 이제부터 중부의 대평야에 들어서는데 밤이 깊어가니 더 볼수 없어 오후 12경에 잠 들었다. 그러는 사이 기차는 중부의 대평야에 있는 Nebraska라는 주를 달리고 있었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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