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68회
보스톤코리아  2010-10-11, 13:16:12 
느낌, 그 느낌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계절이 가을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에는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 일컬었던 때가 있었다. 가을 하면 바람과 낙엽을 떠올리게 되고 깃이 세워진 바바리코트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그때의 그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가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멋을 표현하는 계절이 되었다. 올 가을 단풍은 제 색을 다 내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안타까움마저 든다. 지난여름이 그들에게도 몹시도 가물어 타들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뉴-잉글랜드에서 만나는 가을은 그 어느 계절보다 곱고 아름답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고속도로(N-93 or N-495)를 따라가면 뉴-햄프셔 주와 메인 주를 만나게 된다. 그곳까지 가지 않고 드라이브만 하더라도 오색빛깔에 물든 가을 단풍의 장관에 그만 놀랄것이다. 가을 단풍을 만나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그만 깊은 호흡에 머물게 된다. 여름내 푸르던 초록 잎들은 가을이 되면 다른 나무의 색을 부러워하거나 샘내지 않고 제 색깔로 물들이며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다. 제 색깔을 고집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지 않은가.

가끔 보스턴 시내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옷차림은 보는 이에게 신선함과 독특함을 주어 좋다 . 각자 자기들만이 고집하는 개성 그리고 남이 흉내 내지 못하는 창작하는 멋이 아름답다. 물론 젊은이들은 그 젊음 자체로도 아름답고 멋지다. 가끔 딸아이를 보더라도 꾸밈없는 푸릇함과 자기만의 고집스러움이 부러울 때가 있다.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가면서 삶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며 그렇게 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거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집할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를 펼쳐가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온 연륜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자신감도 더 높아지고 아량도 더 넓어지면 좋으련만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보통 주부들을 보면 아이들을 대학에 입학시키고 그럭저럭 몇 년 지내다 보면 지천명의 50에 가까운 나이에 있다. 이 나이가 되면 젊은이들처럼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세계가 또 있다. 또래의 친구가 무슨 차를 새로 샀는지? 아니면 무슨 옷을 입고 무슨 가방을 들고 무슨 구두를 신었는지 마음속으로 살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건이 따라주는 경우의 주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요즘 가끔 웹 서핑을 하다 보면 스타들의 패션을 선보이며 광고를 목적으로 한 뉴스거리들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든가 '베스트 드레서 & 워스트 드레서' 등 보는 이들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뉴스거리를 보면서 한가지 느낀 것은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는 것은 그만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어디 옷뿐일까. 그 어떤 것일지라도 내게 어울린다는 것은 우선 편안해야 하고 어색하지 않아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모임 장소를 가게 되면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천차만별의 표정과 차림의 사람을 만나지 않던가. 물론 그 무리에 나 자신도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어색함이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명품 옷을 걸쳤더라도 남의 옷을 얻어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명품 백을 들었어도 명품은 그만두고 '진품'인지 '짝퉁'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일 말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명품, 진품, 짝퉁과는 상관없이 내가 입어서 편안한 옷차림이나 들어서 편안한 백이면 더 자연스럽고 멋지지 않을까 싶다.

'아름답다'라는 것은 자신에게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말한다. 그 어디에서든 내게 있는 것으로 당당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다. 옛말에 '모방은 창조'라는 말이 있다. 남의 것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일 게다. 하지만, 남의 것을 보되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아닌 내게 담아와 충분히 소화시켜 표현할 때 '모방'이 아닌 '창조'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옷가지나 핸드백 악세서리 등을 따라 하는 것은 다행이겠으나 혹여 남의 인생마저 따라가다 내게 있는 귀한 보석을 잃지 않을까 싶어 나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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