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피아노 인생 백혜선 씨
보스톤코리아  2013-12-02, 15:11:03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보스톤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늘 돌아가고 싶은 곳이며 특별한 곳으로 마음에 남아 있다”

오는 12월 6일 공연되는 클래식 음악회를 ‘인종과 세대간 화합’으로 풀어 내고자 하는 백혜선 씨는2009년 당시 NEC 총장이었던 로렌스 레서와의 협연 이후 4~5년만에 보스톤 무대에 선다. 

14세 사춘기 소녀 시절부터 보스톤에서 유학을 시작한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변 교수와 러셸 셔먼을 만나 음악적 스승으로, 그리고 삶의 스승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의 음악적 색깔, 교육철학, 예술에 대한 생각 등은 모두 그분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NEC와 그 두분은 나의 라이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변화경 교수와 러셸 셔먼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열정이 배어 있다. 

“변 선생님은 특히 문학, 예술에도 조예가 뛰어나신 분인데, 러셸 셔먼 역시도 굉장하다. 그분들은 나에게 피아노뿐만 아니라 미국 언어와 문학, 문화 등 전인교육을 혹독(?)하게 시켜 주신 분”이라며 “그런 교육자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러셸 셔먼의 강한 몰입력 또한 그때 배운 듯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엄격했던 변 교수의 교육법을 견뎌내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극기를 요하는 일이었다. 4~7년 과정을 끝까지 버텨내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던 당시에 유일하게 견뎌냈던 학생중 하나가 바로 백혜선 씨다. 

“모든 면에 뛰어나지 않았고, 늦게 트이는 편이었던 나는 견뎌야 하는 줄로 알았다. 나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도 없었고, 내 안의 것들을 어떻게 꺼내 놓아야 하는 지도 몰랐다” 며 당시를 회상한 그녀는 “변 선생님의 한마디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행군을 하기로 유명했던 변 교수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어린 제자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어린 너를 이곳까지 유학 보낸 부모님을 생각해 목표를 갖고 도전해라.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입상이라도 해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이후 20년이 지난 1994년, 백혜선 씨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1위 없는 공동 3위로 입상, 한국 국적인으로서는 최초로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부상했다. 

“연주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이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10년만에 재직하던 곳을 박차고 나왔다. 

“그때 나의 생각은 아직도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었다. 앵무새같다는 느낌이랄까…예술의 배경이 되는 교양이나 문화 등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현실이 굉장히 괴로웠고, 교수 자리를 ‘획득한 메달’ 정도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 백혜선 씨는 “세상을 사는 데 중요한 것은 명예가 아니라 끝까지 노력하며 사는 것이다. 음악가로서의 삶을 뼛속 깊이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 학기부터 클리블랜드 음악원 교수직을 시작해 일주일의 반을 뉴욕에 있는 아이들과 떨어져 클리블랜드에서 보내고 오는 그녀는 이제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가 어느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최근”이라며 의미 깊은 말을 던진 그녀는 “음악적 경험과 성장, 그리고 엄마로서의 입지가 바로 섰을 때 학교로 돌아가려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국제 콩쿨 입상에 너무 치우진다. 결과로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의 본질에 가까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 둘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알도록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만 4세 11개월부터 피아노를 친 세월이 45년.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굉장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난 그것을 40대가 돼서야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됐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까지만 해도 계획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했고, 30대엔 그렇게만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많은 의문을 품었다”는 그녀. “40대가 된 지금에는 내 나름의 위치에서 일할 때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 그리고 옆사람부터 바꿔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인생철학을 밝혔다. 

40년이 넘는 자신과의 고투를 통해  음악적 지경을 넓힌 백혜선 씨의 이번 연주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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