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취임 후 첫 시정연설, 정국 더욱 경색
보스톤코리아  2013-11-25, 11:37:37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에서 취임후 처음으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된 복지, 창조경제, 문화 부문 등 걸쳐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북핵문제와 개성공단 등 여러 정국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사건으로 여야의 첨예한 대립과 통합진보당의 삭발 시위가 이어지는 등 국회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된 시정연설이기 때문에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문제에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 야당이 대여투쟁을 강화할 방침을 밝히고 있어 정국은 더욱 경색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국정기조별 국정운영 방향과 예산
박 대통령은 "국회는 15년 동안 의정활동을 했던 곳이라 깊은 감회를 느낀다"며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과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4대 국정기조로 삼고 국정기조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국정기조별로 내년도 국정운영 방향과 국민과 약속한 주요정책들이 어떻게 예산에 반영됐는지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가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뒀다"면서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이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창조경제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2% 증가한 6조5000억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국회에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택관련 법안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의 규제완화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통행•통신•통관의 3통 문제와 개성공단 국제화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앞으로도 확고한 원칙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 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하고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맺음말을 전했다.

“미지근한 물로는 밥 못 짓는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과 국정원 개혁 등 국정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0여분에 걸친 시정연설 말미에 1분가량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 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충실히 수용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불통으로 야당과 국민을 무시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며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짓지 못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정난맥의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긴 유체이탈화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은 시정연설 직후 곧바로 규탄집회까지 열었다.

강기정 의원 몸싸움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엇갈렷다.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 2분경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대통령을 맞이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대부분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연설 중간엔 34차례 박수가 나왔다.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와 문화융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국정과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거나 예산안 편성에 대한 국회 협조를 구하는 대목에서 박수가 길어졌다.

반면 야당은 박 대통령 퇴장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당이 박수를 칠 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동료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민주당 원 20여명은 항의 표시로 불참했고 일부 의원은 연설 도중 자리를 떴다.

진보당 의원들은 연설 중 ‘정당해산 철회’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편 연설 후 국회 본관 앞에서는 경호관련 차량을 빼라고 요구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과 청와대 경호인력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경호를 맡는 22경찰경호대 소속 현모 순경은 20일 폭행치상 혐의로 강 의원을 고소했다.

민주당도 "청와대가 적반하장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하며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긍정’ 우세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 긍정적이란 응답이 부정적 응답보다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는 지난 11월 18일 전국 성인남녀 1,372명을 대상으로 박근혜정부 평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조사 당일 오전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48.7%가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적절히 제시한 연설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31.1%가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연설로 부정적'이라고 답해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17.6% 포인트 높았다. '잘 모름'은 20.2%였다.

이와 함께 조사한 정례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는 60.8%가 '잘 함'(대체로 잘 함 42.3%, 매우 잘 함 18.5%), 34.2%가 '못함'(매우 못함 17.9%, 대체로 못함 16.3%)이라고 답했다. '잘 모름'은 5.0%였다. 

이는 보름여 전인 지난 10월 31일 직전 정례조사와 비교할 때 '잘 함'은 6.9% 포인트 오르고, '못함'은 3.6% 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박근혜정부가 현재 국정운영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41.4%가 '국제외교관계'를 지목했다. '박근혜정부가 현재 국정운영에서 가장 못하고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33.4%가 '국민소통'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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