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노트> 1000호를 발간하며 보스톤코리아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  2025-03-27, 18:07:18 
보스톤코리아가 매년 50호씩 20년간 1천호를 발간했다. 사진은 보스톤코리아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하버드 애비뉴 161번지 빌딩
보스톤코리아가 매년 50호씩 20년간 1천호를 발간했다. 사진은 보스톤코리아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하버드 애비뉴 161번지 빌딩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철학적 밑그림을 그린 설계자로 알려진 피터 틸의 책 <제로투원>에서 한 문구가 뇌리를 사로잡는다. “중요한 진실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대부분이 동의할 수 없는 진실, 얼마나 어려운 질문인가.  

스탠포드 철학과와 법학과를 나온 변호사였던 그는 이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모든 사람들은 A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진실은 A의 반대다.’ 라고 쉽게 풀어줬다. 질문을 꿰뚫을 수 있는 반 직관력과 용기가 있어야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존의 틀을 바꿔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세계화가 한창이던 2005년 3월, 뉴튼센터  ‘보스톤 정 유학원’의 사무실 한켠에서 보스톤코리아는 출발했다. 처음엔 ‘보스톤코리안’이란 주간 신문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신문의 방향은 ‘한인들과 함께하는 좋은 신문’이었다. 글로벌 시대에 매사추세츠의 작은 타운에서 시작한 소수 중의 소수인 한인사회의 신문, 누가 봐도 글로벌 시대의 역행이었다. 무료 재정 컨설턴트를 제공해주던 유매스 보스톤의 교수도 보스톤코리아의 사업계획에 고개를 저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란 철없는 생각으로 출발한 ‘스타트업’ 보스톤코리아를 향한 시선은 따뜻하지 않았다. 물론 보스톤의 3월은 여전히 춥기도 하다.

이민자들은 뭔가를 버리고 온 사람들이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지난해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올랐던 셀린 송 감독이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한인들 개개인들의 삶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상실이 갇혀 있기도 하고 커다란 성취가 가려져 있기도 하다. 조금만 털어도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후두둑 떨어져 나온다. 보스톤 한인사회는 노다지 금광이었다. 그 이야기들을 캐어서 담으면 됐다. 

한인들의 이야기 옆에는 이민생활을 하는 한인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도 곁들였다. 지역사회의 한인들을 연결하고 서로에게 부가가치를 더해가는 그런 선순환을 염두에 그렸다. 네트워크 형성으로 한인 사회의 경제가 움직이게 하는 축이 되는 구조다.  따뜻하고 좋은 신문이 되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그렇게 한 주에 한 호씩 차곡차곡 쌓았다. 사실이 쌓이기도 했지만 오해가 쌓이기도 했다. 

실수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보스톤 코리아의 창간호의 날짜는 2005년이 아닌 2004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잘못 인쇄된 달러 지폐는 10만 달러를 호가한다.) 뿐만 아니다. 잘못된 캡션과 오탈자도 잡아도 끝이 없이 나오는 벌레들처럼 잊을만 하면 반복됐다. 돌아보면 오보도, 또한 편향성도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로서 최선을 다해 공정하고자 노력했고, 비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세월도 켜켜히 쌓였다. 

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아 뭔가 우리들 삶에 유용함을 주는 것들은 역사가 된다.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에도 보스톤코리아는 여전히 한인들 곁에 있다. 고맙게도 독자들이 보스톤코리아를 동반자로 인정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측면에서 보스톤 한인사회의 역사이자 매사추세츠의 역사로 남을 수 있었다. 보스톤코리아는 더 따뜻하고 유용한 것이 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자 한다. 

20년째 우리는 여전히 스타트업이다. 매주 다시 시작하고, 매일 다시 시작한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여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한다. 안타깝지만 보스톤코리아 내부의 노력은 통제해도 외부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 언론의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섣부른 샴페인은 꺼낼 수조차 없다. 

우리의 미래는 솔직히 모른다. 단지 우리가 그리는 계획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다.  보스톤코리아는 종이 신문이 아닌 다른 형태, 즉 다른 플랫폼으로 바뀔 수는 있으나 20년 후에도 여전히 한인들 곁에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선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지라도 진실이 되도록 매일 정진할 것이다. 매일 함께 해준 독자들,  옆에서 도운 아내와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40주년 <편집자 노트>에서 다시 만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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