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6
보스톤코리아  2023-10-09, 11:24:06 
8번홀 : 골프 그리고 가정(假定)
인생을 살다보면 “그때 만약 이렇게 했다면 지금 내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가정을 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 역시 18홀을 돌고 점수표를 되세겨 보면서 이미 끝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 속에서 매 홀 후회와 가정을 반복하는것이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자! 이제 나는 8번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티샷을 위한 어드레스(스윙을 하기 직전의 볼에 대한 몸의 자세)를 잡는다. 이번 홀은 오른쪽으로 약간 굽은 350야드 도그레그(DOG LEG :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홀을 말한다. 구부러진 코스 모양이 하늘에서 볼때 개의 뒷다리 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워진다) 파4홀이다. 샷을 할때마다 “머리를 들지 말아야지, 허리를 돌려야지, 오른쪽으로 휘니 안전하게 왼쪽 언저리를 겨냥해야지” 하는 등 매번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지만 이런 잡생각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볼에만 집중한 결과로 나의 티샷이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며 날아갔다.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나의 티샷은 내가 처음 마음먹은대로 오른쪽으로 휘는 지점의 왼편에 정확히 안착했다. 내가 맘먹은데로 샷을 날린다는게 골프경기 중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희한한 일이라 내 자신도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세컨샷 지점을 향해 기분좋게 발걸음을 옮긴다. 나의 세컨샷 위치는 홀까지 약150에서 160야드 정도를 남겨놓고 페어웨이(FAIRWAY : 티에서부터 그린까지 이어지는 손질해 놓은 잔디길)에 안착한 그야말로 최상의 조건에 놓여 있었다. 흔치않은 챈스에 무슨일이 있어도 이번홀 최소 파(PAR)로 마무리 한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세컨샷을 준비한다. 평소 150야드 정도면 7번 아이언을 잡고 운이 좋으면 온그린(On Green)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 그린 못미친 주변에 떨어뜨린 후 칩샷(CHIP SHOT: 손목만을 이용한 어프로치의 일종으로 단거리에서 핀을 향해 치는 샷)에 승부를 걸어보는것이 나의 골프 패턴이었다. 그러나 파를 기대하며 투온을 목표로 한 지금 7번 아이언이 왠지 좀 짧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빼 들은 클럽이 6번 아이언. 자신감을 가지고 힘껏 스윙해 본다. 손맛이 짜릿할 정도로 잘 맞은 샷이다. 볼이 그린을 향해 날아간다. "와! 오늘 골프좀 되는데!"하고 느끼는 순간 옆에 있던 캐디가 "어어어"하며 탄식을 한다. 볼은 그린을 훌적 넘겨 깊은 러프 속으로 쳐박히고 만다. 파에 대한 나의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이때 "만약 6번이 아닌 평소대로 7번을 잡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인생이나 골프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는 부질없는 일이라는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깊은 후회와 함께 '만약'이란 단어가 가슴속에 파 묻힌다.

그렇다. 만약이라는 말은 내가 한 어떤 행동에 대한 결과를 놓고 다른 행동을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결과의 가정(假定)을 의미한다. 즉 하지 않은 일을 했을 때의 결과를 가정하는 일이니 참으로 부질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인생의 길이 수학처럼 답이 하나일 수 없기에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만약'속에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고속도로가 꽉 막혀 로컬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로컬 길도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약속시간을 훌쩍 넘겼다. "만약 고속도로로 그냥 갔으면 약속시간을 지키거나 양해될 정도로 약간 늦지 않았을까"하는 사소한 '만약'에서 부터 직장을 옮기지 않았다면, 미국으로 이민을 오지 않았다면 하는 인생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약'까지 인생의 대부분이 이 '만약'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살아가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만약'이란 단어는 생기지 않은 일에 대한 결과를 가정해 보는 부질없는 짓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부질없는 짓이 꼭 잘못되거나 나쁜일 같지는 않다. 살다보면 인생에서 똑같은 상황이 빈번히 반복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비슷한 경우가 반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에서도 18홀을 돌면서 비슷한 상황이 가끔 연출되기도 하는것 처럼 말이다. 이때 이 '만약'이 경험이 되어 마음속에 자리 한다면 두번째 비슷한 상황에서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인생이나 골프나 수 많은 '만약' 속에서 경험을 쌓게 되고 똑같은 실수를 방지할 수 있게 이 '만약'이란 단어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여덟번째 홀을 돌면서 '만약'이란 단어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고 싶다. '만약'이란 단어가 그저 말 그대로 후회로만 연결된 부질없는 말로만 끝날수도 있고, 이 '만약'이 경험으로 축적되어 내 삶의 선택에 큰 도움이 되는 단어로 연결될 수도 있기에 '만약'을 후회로만 남겨놓지 않고 인생의 경험으로 축적해 똑같은 실수를 두번다시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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