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벨리뱅크 파산 이유... 결코 남의 일 아냐
고객 예금 등 자산을 채권에 투자, 운영의 실수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 , 엄청난 채권 손실 떠안아
보스톤코리아  2023-03-12, 20:32:21 
(보스톤=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실리콘벨리뱅크(SVB)가 뱅크런(Bank run)으로 무너졌다. 이 뱅크는 고객들이 다투어 예금을 인출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신용에 문제가 없던 비교적 탄탄한 은행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자산운영으로 인한 신뢰의 추락은 곧바로 은행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은행의 붕괴는 잘못된 자산운용 투자에 따른 것이었다. 은행은 과거 2021년 연방정부 재정부양책으로 엄청난 예금이 쌓였다. 테크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탈 커뮤니티를 주 고객으로 하는 SVB는 2022년 6월 740억 달러였던 예금이 2022년 3월 31일 1천98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렇게 많은 현금예금을 안전자산에 투자키로 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된 재무성 채권(대부분 모기지 증권) 투자했다. 재무성 채권은 안전성은 좋지만 한가지 이자율 변동 위험이 높다는 것을 간과했다. 이 채권들의 평균이자율은 1.6%였다. 이들은 10년 이상의 장기채권이었다. 2022년 말 SVB는 총자산 2천110억달 중 채권이 비중은 1천17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1년간 연준은 역사상 가장 급격한 페이스로 이자율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재무성 모기지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 25%나 평가절하된 상태였다. 물론 채권을 만기일까지 보관한다면 현재의 가격에 이자을 더해서 받을 수 있지만 중간에 이를 파는 경우 채권은 가격이 떨어지게 되므로 평가절하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A가 이자율 1.6%일 때 채권 1만달러를 구입했는데 이자율이 올라 5% 가 됐다고 가정하자. A가 10년동안 만기가 되도록 손에 쥐고 있으면 1만달러에 이자까지 받겠지만 돈이 필요해 이 채권을 판다면 1만달러에 5%이자의 채권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1만 달러에 1.6% 이자율 채권을 구입하지 않는다. 이자율 차이만큼 채권 가격을 낮춰 7천-8천 달러 정도에 팔아야만 매매가 가능해진다. 즉 이자율(수익률(yield)이라고도 함)이 올라가면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는 이유다. 

SVB 보유 채권 중 만기시 91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은 현재가치로 보았을 때 평가절하돼 무려 7백60억달였다. 따라서 2022년 말 SVB 보유 채권의 회계상 손실은 150억달러였으며 이는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기 전인 2021년 말의 약 10억달러의 손실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였다.  

실제로 이 같은 손실이 존재했지만 SVB는 이를 회계상으로 손실로 기록할 이유는 없었다. 회계법상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held to maturity)항목으로 분류하는 경우 만기까지 그 비용을 정산하지 않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회계상 손실로 처리 됐다면 2022년 말 SVB가 보유한 자기자본 160억달러 거의 대부분을 앗아가 버리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있었지만 투자자들과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이 사실을 주목하지 않았다. 따라서 만기가 되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며 손실 또한 사라지게 되는 상황인 것으로 보여졌다. 불과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그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킹알파(Seeking Alpha)에서 실리콘밸리뱅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칼럼이 실리면서 하나둘씩 이 문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은행 고객들은 어디선가 날라든 이메일을 받고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은행은 피치 못하게 210억달러의 재무성 채권을 팔아 1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22억5천만달러의 자본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또 자문기관인 골드만삭스의 도움을 받아 벤처 캐피탈인 제너럴 애틀란틱으로부터 자본을 모으고 일반 투자가들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보다는 대량 인출 사태를 촉발했다. 주로 벤처캐피탈, 스타트업 등 거액을 예금한 기관투자가가들이 95%의 고객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객의 대량 인출으로 인한 타격은 더 컸다. 


실리콘 벨리 및 미국 스타트업들의 문제 
SVB의 파산으로 실리콘벨리를 비롯한 미 전역의 일부 스타트업들은 자금이 묶여 직원들의 주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겪고 있다. 비록 FDIC의 보험금인 25만불까지 13일부터 인출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아닌 기업들에게는 턱없이 작은 금액이다. 

특히 실리콘벨리뱅크의 주고객인 테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 미국으로서는 기술적 손실일 뿐만 아니라 테크근로자들에게도 큰 손실을 안길 수 있다. 월세, 모기지, 자동차 할부금, 크레딧카드 상환금 등의 지불이 불가능해 지게 되는 경우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제닛 앨런 장관은 12일 “우리는 은행고객들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다. 대부분은 스몰비지니스며 미국 전역에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며 우리는 규제당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잘랐다. 

지난 10일 규제당국인 FDIC는 SVB의 관리를 선언하면서 예금주들에게 다음주 예금금액의 양에 따라 일부 금액을 지불하며 나머지는 예치증서로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은행들의 문제?
SVB의 채권손실은 단지 이 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은행들도 이 같은 채권손실을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2022년 말에 평가 손실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만기까지 보유(held to maturity)로 급하게 회계항목을 변경한 은행들이 많았으며 FDIC는 전체적으로 6천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권을 매매용(available for sale) 항목으로 편입하는 경우 반드시 시장가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평가절하 손실율을 반영해야 한다. 

배런스에 따르면 “은행들이 상황에 따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회계 항목 변경은 언제나 문제였다”고 회계전문가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가들은 은행의 재정상황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는 착시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만기 때까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다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만약 대량 현금인출 사태(Bank run)이 일어나, 채권을 조기에 팔게 되는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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