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꿈
보스톤코리아  2006-08-14, 00:27:06 
어제(8/9/06)는 말복(末伏)이었고, 그제(8/8/06)는 입추(立秋)를 맞고 보냈다. 이렇듯 고향 하늘을 떠나 살아서일까. 늘 고향의 절기들을 잊고 지내기 쉽다. 때로는 명절도 잊을 때가 있으니 무엇할까. 그나마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전화라도 올려 드려야겠기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형편이면 그저 모르고, 잊고, 잊어버리고 지내게 되는 것이다.
화씨 백도가 넘는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더니 立秋를 맞으며 잠시 쉼을 주기도 한다. 바람이 솔솔 불어주는 한적한 밤에 보름달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아마도 하루 속 무더위도 잠시 달밤에 몸을 식히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달빛이 내려온 창가에서 가만히 호흡을 맞추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숲가에서 울어대던 이름 모를 들 벌레와 매미도 이젠 좀 쉼을 얻었을까. 그네들의 소리도 여유를 내어온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눈치 채 버렸을까. 슬그머니 제 소릴 담기 시작한다. 아마도 벌써 가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는가 싶다.
매미의 울음소릴 가만히 듣노라면 그네들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7년여의 땅 속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갖고 그리움과 고통 그리고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그렇게 섧게 울음을 내는가 싶다. 아름다운 고통 바로 '생명의 신비'임이 분명하다. 몇 번의 허물벗기를 거듭해야만 날개를 달 수 있는 매미를 보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귀한 시간을 갖는다. 이렇듯 하찮은 미물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만나보면 놀라움이고 신비이고 경이이다. 아름다운 세상에서의 만남이다. 들려주는 소리 있어 나의 깨어남을 또 만나는 순간은 감사이고 축복임을 또 고백하는 것이다.
매미 얘기를 하다보니 문득, 아이들 어릴 적 '애벌레(caterpillar)를 키우며 만났던 일'들이 떠오른다. 거의 10여 년이 다 된 이야기다. 우리 집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의 일이었다. 집밖의 드라이브웨이(driveway)에 굼실굼실 애벌레 하나 기어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그 벌레를 한참 바라보다가 하도 재미있고 신기해서 우리가 집에 데리고 들어가 키워보자는 얘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깨끗한 유리병에 그 애벌레(caterpillar)의 집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뚜껑은 몇 군데 구멍을 뚫어 숨구멍을 내어 주고, 그 애벌레를 위해서 아침 일찍 아이들이 해당화 잎을 따다가 매일 넣어 주었다. 이슬 묻은 이파리에서 물도 마셨을 게다.
하루가, 또 하루가 지나며 애벌레는 잘 자라주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어 아이들과 신바람 일렁이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어느 날, 애벌레가 글쎄 하얀 옷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 셋과 함께 신기한 모습에 "와우, 이것 좀 봐~!" 하면서 그렇게들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면서 지켜보았었다. 신비스런 애벌레의 모습을,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모습을 말이다. 바로, 그네들은 고치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쁜 고치 집'을 마련하고 좋아했을 애벌레와 그네들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우리들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또 함께 지켜보며 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잠시 아이가 되어 신기함에 좋아라 했다.
얼마 지나며 고치 집에서 나방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너무도 신기해서 우리들은
"야, 이것 좀 봐~!"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이들과 엄마인 나는 의논을 하게 되었다. 이 나방을 밖으로 날려 보내주자고 말이다. 우리들의 마음은 모두 '자유를 사랑했었을까'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모았다. 현관문을 열고 유리병 뚜껑을 열어주었다. 이별은 슬펐고 안타까웠지만, 아이들과 엄마인 나는 나방이 날개 짓을 하며 훨훨 날 수 있는 저 '자유의 세상'을 맘껏 날아가라고 보내주었다. 애벌레의 꿈틀거림의 몸짓이 제 몸을 찢어 옷을 만들어 입고 그리고 날개 달아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모습은 신비이고 경이었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우리에게 남겨준 놀라움의 신비는 오래도록 남아 우리들 가슴에 경이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제 사춘기 녀석들이 되었지만, 그 어릴 적 함께 보고 느끼고 했던 생명의 신비의 체험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그 어느 공부보다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삶의 깊이를 언제인가 한 번쯤은 떠올릴 가슴 속의 사건임을 느끼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집을 짓고 그 고치 집을 나와 나비"가 되는 일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들이, 이 엄마가 우리 모두는 축복 받은 사람들임을 오늘도 고백하는 것이다. '생명'의 귀중함을,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어우러진 세상살이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가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가끔 이 '나비'의 얘기로 웃음꽃을 만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생명의 신비를, 경이'를 나누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들의 세상에서 보고, 만나고, 느낄 수 있음이 축복임을 고백하는 오늘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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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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