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단상
신영의 세상 스케치 937회
보스톤코리아  2024-05-27, 12:36:47 
"그림자가 생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사물의 어떤 부분이 빛을 받지 못하여 생기는 그림자가 있다. 탁자 위 컵을 비췄을 때 그 반대편에 생기는 그림자인데 일종의 그늘(shade)에 해당한다. 일사광선이 불투명한 물체를 통과하지 못하여 생기는 그림자를 영어로는 캐스트 섀도(cast shadow)라 하는데 이는 다시 물체 자체에서 생기는 그림자로 물체의 표면 윤곽이 그대로 그림자가 되는 1차적 그림자, 피사체 그림자가 근접한 벽이나 바닥에 생기는 것을 2차적 그림자, 물체 그림자가 주변에 있는 다른 피사체 위에 형성되는 것을 3차적 그림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림자는 광선 방향에 대해 90° 각도로 놓여 있는 밝은 색의 장식 없는 벽에 드리워지는 것이 가장 강하며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배경이 어두울수록 그림자 효과가 감소된다. 그림자 윤곽에 따라 그것이 주는 효과도 다른데 일반적으로 윤곽이 뚜렷할수록 그림자가 어둡게 보인다. 그림자 크기는 항상 피사체보다 큰데 라이트와 피사체 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림자는 커지고 그림자 길이는 라이트가 떨어지는 각도가 작을수록 길어지며 라이트와 배경을 이루는 기울기 각도가 클수록 길어진다. 그림자는 확실하고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며 모호해서는 안 된다."

시간 /신 영

멈추었다
멎은 심장의 그 거리만큼
공간 안과 밖의 시간

어디쯤에서 기억할까
그 멈추었던 시간을
언젠가 보았던 얼굴
얼룩진 시간의 그림자

가고있다
오래 전 떠나왔던 그 길
그 길 따라 오늘도

너의 시간 속에
내가 머문다
내 가슴속에 
너의 시간이 흐른다

시간은 결국 순간의 결합체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의 찰나의 점들이 만들어 낸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것을 의미한다. 시간의 길이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각자 삶에서 경험한 만큼의 너비와 높이와 깊이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의 달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렀다고 기억마저도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 쌓여갈수록 더욱더 깊어지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는 것이리라. 혼란스러웠던 80년대를 지나온 우리 체류탄 냄새를 아는 세대만큼은 적어도 잊지 않았으리라 그날의 그 아픔과 혼돈을.

'잊지 말자'라는 말보다 '기억하자'라는 쪽의 마음을 두고 싶다. 누군가에 의해 잊지 않으려 애쓰기보다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적어도 핏내 짙은 비린내 서린 5월만큼이라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역사는 언제 어느 시대나 그렇게 흘렀다. 그러나 적어도 동시대에서 겪은 내 조국의 서린 아픔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으며 기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저 입 밖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가슴 저 밑바닥의 슬픔의 요동침을 느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아무리 편안하고 평안한 오늘을 살더라도 말이다. 가슴 깊이 묻혀 있는 짙푸른 그림자를 다독여 주면 좋겠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1950년 6·25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비극이었으며,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한국의 사회운동은 1970년대 지식인 중심의 반독재민주화운동에서 1980년대 민중운동으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집권세력에 대항해 최초로 무력항쟁을 전개하였다고는 하지만 1970년대 저항 운동의 수준과 한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五一八光州民主化運動) 혹은 광주민중항쟁(光州民衆抗爭)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되었다.

시간은 흘러 훌쩍 40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영혼들과 그 유가족들의 아픔에 애도의 마음을 드린다. 그렇다고 특별히 무엇인가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5월의 슬픔과 쓸쓸함에 그들을 기억할 뿐이다. 처절하게 스러져간 그들의 주검들 속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찢긴 가슴의 한 조각을 주워내 가슴 한켠에 묻어놓는다. 그 슬픔이 다 마르는 날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리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시간 속 아픔들이 스멀거리며 올라온다. 가슴 아픈 영혼들의 울음이 가슴을 오열을 터뜨리며 울부짖는다. 기억하자 시간 속 그 5월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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