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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에게는 보희와 문희 외에도 또 다른 누이 정희가 있었다(이것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기록이 없고 화랑세기에만 등장한다). 보희는 왕후가 될 꿈을 꾸고 나서도, 그 꿈을 동생 문희에게 파는 바람에 그만 ‘꿈’ 이 되었고, 나중에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후궁이 되었다. 문희는 언니 보희로 부터 꿈을 사기도 하였지만, 몸이 불편한(정황상 달거리를 하는) 보희를 대신하여 김춘추의 옷을 꿰매주러 들어가게 되었고, 그렇게 상면한 그들은 상통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김춘추의 아내가 된 문희는 후일 문명왕후가 되었다.

정희政姬는 김달복에게 시집가서 딸 흠신欽信과 아들 흠운欽運과 흠돌欽突을 낳았다(기록이 없어서 누가 형인지 알 수 없다). 흠신은 보로전군399) 에게 시집가서 아름다운 두 딸을 낳았다. 김흠운은 655년 백제의 조천성助川城(현재의 옥천)을 공격하던 중 전사하였다. 김흠운의 부인은 요석공주였는데 그들 사이에는 딸 둘이 태어났다. 둘째 딸이 제31대 신문왕의 왕비가 된 신목왕후이다.400)

김흠돌은 진공을 이어 27세 풍월주가 되었다. 그는 백제(660년)와 고구려(668년)를 멸망시켜 삼국을 통일하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흠돌의 딸이 문무왕의 아들 정명태자의 빈이 되었다. 그의 딸이 언제 빈으로 책봉되었는지 기록이 없어서 알 수 없다. 정명태자와 태자빈 김씨는 오랬동안 자녀가 없었다. 681년7월 문무왕이 죽고, 정명은 신문왕으로 즉위하였다. 물론 태자빈 김씨도 왕후가 되었다. 하지만 즉위한지 한 달 만에 장인 김흠돌이 반란을 일으켰다. 김흠돌은 처형되었고, 그의 딸 왕후 김씨도 폐위되었다. 그 후 683년 김흠운의 딸이 왕비로 책봉되었다. 그녀가 신목왕후이며 제32대 효소왕과 제33대 성덕왕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한편 풍월주 진공과 김흠돌은 사이가 좋아 어색漁色도 함께 하러 다녔다. 그들은 당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자매인 흠신과 보로전군의 딸들을 꾀어 정을 통했다. 이에 흠돌의 어머니 정희는 노하여 오빠인 김유신에게 고하여 벌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두려움에 찬 흠돌은 찰의察儀에게 뇌물을 주어 보량寶良에게 용서를 빌었다. 찰의는 당시 김양도의 폐아였고 보량은 양도의 부인이었으며, 또한 보로전군의 어머니였기에 찰의를 통해서 활로를 모색하였다.

399) 보로전군의 아버지는 진평왕이고 어머니는 보량이다. 보량의 어머니 양명공주가 이부의 아들 양도와 그들을 결혼시키기 전에 보량은 진평왕의 후궁으로 있었다. 양명이 진평왕의 딸이니, 진평왕은 손녀인 보량을 후궁으로 삼아서 보로전군을 낳았다.

400) 제38대 원성왕의 조상이 김마차金摩次라는 기록이 있다. 이 김마차가 김흠운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는데 분명치가 않다. 즉 현성대왕으로 추봉된 원성왕의 고조부의 아버지가 마질차摩叱次(마차摩次라고도 한다)인데 그의 부모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가 마차라면 김흠운의 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법선(현성대왕 추봉)이 내물왕의 8세손이라는 것과 잘 맞질 않는다. 또한 당시 태종무열왕이 후궁 용보와 낳은 아들(들)의 이름이 마득馬得과 거득車得인데, 그(들) 또한 마차일 개연성이 있다.

어째든 김춘추와 보희의 딸 요석공주는 김흠운과 결혼하여 딸 둘을 낳았다. 둘째 딸이 683년 신문왕의 비가 된 신목왕후이다. 둘째 딸은 왕비가 될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인가? 그녀는 문무왕의 장남인 소명태자에게 시집갔는데 소명이 그만 조졸하였다. 그리고 소명의 동생 정명이 태자에 책봉되었다. 정명의 부인은 김흠돌의 딸이 었는데, 681년 7월 정명이 신문왕으로 즉위하면서 왕후가 되었다. 곧 동년 8월 김흠돌이 반란을 일으켜 처형당했고, 왕후 김씨도 폐비가 되었다. 그리고 683년 과부로 있던 소명태자의 부인이 시동생과 재혼하여 신목왕후가 되었다.

요석공주의 둘째 남편은 원효대사이다. 그들이 만난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태종이 원효가 길거리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는 사실에 비추어 시기를 유추해 보면, 요석의 첫 남편 김흠운이 전사한 해가 655년이고 요석의 아버지 태종무열왕이 660년에 죽었으니, 그들이 만남은 655년에서 660년 사이로 볼 수 있다. 원효와 요석은 설총을 낳았다. 원효의 아버지는 설담날이고, 조부는 설잉피이다. 잉피의 아버지는 7세 풍월주를 역임한 설원랑이며, 설원랑의 아버지는 설성이다. 설성의 어머니 설씨녀는 이름도 모르는 준수한 화랑과 하룻밤의 인연으로 설성을 임신하게 되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내용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설씨녀와 가실’ 의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화랑세기도 참고하였기에 삼국사기의 설씨녀는 분명 설원랑의 할머니일 것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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