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우리 송이
보스톤코리아  2017-03-13, 14:00:08 
   오늘은 사사로운 일을 적기로 했다. 아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다. 제발 그런건 쓰지 말라. 그래도 못들은 척한다. 자식자랑 늘어 놓는 건 큰 흠이 아니라 우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 했던가. 고슴도치를 직접 본적이 있는지 기억은 가물거린다. 하지만 분명 매력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니 새끼라 해도 그닥 귀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눈으로 볼때 그렇다는 말이다.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때문에
고통이 생기나니
(이정하, 고슴도치 사랑 중에서)

  내 작은 아이가 갓난 어릴적이다. 아내의 친구 부부가 방문하기로 했다. 늦둥이를 자랑할겸, 무거운 아이를 안고, 메고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아내와 나는 은근히 그들 부부의 칭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 친구의 첫 마디. ‘모~옷 생겼네.’ 아내의 얼굴엔 당황하는 기색이 스쳐갔다. 내 얼굴도 벌게 졌을 것이다. 아내와 내 눈에는 마냥 귀엽고, 잘 생긴 아이였으니 말이다. 그 즈음에 찍은 아이사진이 남아있다. 다시 들여다 볼적에, 친구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도 강호동과 형제라 한다해도 속아 넘어갈 모습이다. 연예인 강호동을 미남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는 건장해 장군감이라 해야 옳다. 

  이십여 년 가까이 세월이 갔다. 아이가 집을 떠났다. 우리 부부는 이제 아이를 다시 갖고 싶었다. 성경에 아브라함은100세에 이삭을 낳았다. 나는 아브라함이 아니다. 아내도 아브라함의 처 사라가 아니다. 궁리끝에 강아지를 입양入養했다.  게다가 딸이다. 아내와 내 눈에는 거의 천상의 선녀에 가까운 새끼 강아지인 게다. 아내의 자랑은 끝이 없다. ‘이만큼 이쁜 애는 아직 본적이 없다.’ ‘애가 아무래도 천재인것 같다.’ 심지어 사진을 받아 본 내 아이도 한마디 했다. ‘예쁘네~에’. 내 눈에도 한쪽 눈탱이가 검은것이 유별나게 귀여웠다. 하는 행동마저 미쁘기 짝이 없는 거다. 당연한듯 아내는 장모님에게 사진을 보냈다. 아내가 전해준 장모님의 평評. ‘뭐 그런 못난이를 입양했느냐.’ 띠~옹. 

  장모는 처형과 처제네 강아지를 자주 봐왔다. 내가 속으로 투덜댔다. ‘그래도 그렇지. 장모님, 내 눈에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처제가 그의 강아지 사진을 보내왔다. 화려하지만, 성형수술한 얼굴처럼 보였다. 자연미 넘치는 쌩얼도 예쁜 우리 강아지가 더 낫다. 미美를 보는 눈도 한국과 미국이 다를 것이라 내가 강변强辯한다. 우리 강아지 이름은 송이다. 작은 아이가 작명作名했다. 이름도 착하지 아니한가. 우리부부는 고슴도치 되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세기 1:10절)

1. 10여년 전에도 자식자랑을 보스톤코리아에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에도 아내에게 주책부린다고 바가지 긁혔다. 2. 주치의를 정해야 했다. 수의사인 우리교회 김문소 장로님께 연락했다. 은퇴하셨단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그나마 자문은 계속해 주시기로 약조 받았다. 
3. 아내는 내가 고른 사진을 싣지 말라 경고했다.  독자들아, 아내에게 전화 하시라.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고 칭찬해주시라. 내게는 전화하지 말라.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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