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85회
보스톤코리아  2017-02-27, 13:05:23 
뉴잉글랜드 지방(보스톤 주변)에 산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날이다. 사계절을 만나고 느끼고 만끽할 수 있음이 생각을 거듭할수록 축복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가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할 때가 많다. 이 부러움마저도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모티브가 되면 더욱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미 내게 있는 것마저도 찾지 못해 누리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이다. 자신과 늘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하나둘 찾아보면 곁에 소중한 것(사람과 사물과 장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 귀한 것들을 큰 것을 찾다가 그만 놓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가끔 나는 부엌 창문에서 내다보이는 풍경들에 한참을 머물러 있기를 좋아한다. 바라다보이는 나무를 정해놓고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눈여겨보면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감동을 넘어 연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잎이 푸르러 싱그럼을 선사하고 가을이면 고운 단풍물로 유혹하며 겨울이면 백색의 세상으로 가득 품어주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 렌즈를 통해 계절마다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를 좋아하지만, 그 이전에 내 눈 안에 가득 들어온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산이야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

봄이 오는 소리에
눈을 뜨니 이미 겨울 속에서
산속 생명들은 하나 둘
봄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산이야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
산 아래서 산 위의 것을
걱정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마음 하나 챙겨 오르면 될 것을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저 먼 산만 바라보며
마음을 보채고 가슴을 조아리며
긴 겨울을 보냈습니다

산이야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
마음 안에서 가슴 속에서
염려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발걸음 옮기며 오르면 될 것을요

산 아래서 산 위의 것을
마음을 보채고 가슴을 조아리며
걱정하고 염려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산이야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을요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작은 나를 만난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신비로움을 체험하며 창조주의 섬세한 손길과 피조물인 인간을 잠시 생각한다. 또한 산을 오르는 내내 가파른 산길 굽이굽이마다 힘겨워 헉헉거리는 고비고비마다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산을 오르내리며 내 삶의 발자국들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삶에서 만나는 그 어떤 어려움일지라도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책임감을 배우는 것이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작은 나를 만난다.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높아지고 나는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산은 언제나 계절마다에서 변함없이 한 곳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품어주는데, 산을 오르며 이것은 좋으니 저것은 싫으니 더우니 춥니 타박을 하는 것은 바로 산을 오르는 나 자신이다. 참으로 어이없음이다. 제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마음을 정하니 말이다. 이렇듯 기분이 좋아 산을 오르고 기분이 나빠 산에 오르다 보면 그 좋고 싫음의 감정은 사그라들고 어느샌가 정상을 향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참 기쁨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우치는 시간이다. 누가 가라고 해서 산을 오른 것도 아니고 가지 말라 해서 오르지 못한 것도 아님을 자신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이든 아내든 부모이든 자식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간에 제 기분에 따라 좋고 싫음을 저 홀로 정해놓는 것은 아닐까 싶다. 상대방은 산처럼 여전히 한 자리에 있는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상대방을 탓하는 것은 아닐는지 잠시 생각에 머물러 본다. 서로 대화의 시간이 적고 그러다 보니 가까운 사이라도 속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어 서운하고 소통이 어려운 것이다. 서로 서운한 마음의 앙금이 남아 있으니 이해하기란 더욱 어렵고 결국 불통에 묶여있는 것이다. 불통의 열쇠는 결국 신뢰이고 소통의 통로는 대화인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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