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62
보스톤코리아  2017-01-23, 13:40:53 
이어지는 김대문의 화랑세기(필사본, 이종욱 역주해), […임금이 이와 같습니다. 숙흘종공이 장차…. … 돌아 연이어 지나갔다. 금진이 바라보고 …. 사다함이 말하기를 “어머니 …” 했다. (사다함이) …나가 숙흘종의 고삐를 잡고 말하기를 “…” 라고 했다. (숙흘종이) 말하기를 “어머니는 어머니다. 의義는 이미 끊어졌다” 라고 했다. …. (사다함은) “…끊을 수 없다” 했다. 숙흘종이 이에 들어가 금진을 보았다. … “… 어머니로 … 울었다. 이로써 …대신 사랑하여 딸 준영을 낳았다. 아름답기가 …. …공 또한 사통했다. 그러나 진종眞宗을 두려워하여 감히 …하지 못했다. …. …종宗이 말하기를 “고수의 아들 대순大舜 …있습니다” 했다. 이에 낭도를 거느리고 ?영英을 숙흘종에게 … … 벗을 위함이 이와 같았다.]

이 부분도 탈자가 많아서 정확한 해독이 불가능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상호관계를 풀어 가면서 ‘숙흘종과 금진의 재회’ 로 재구성해 볼 수는 있다. 먼저 제24대왕 진흥왕을 중심으로 보면, 그의 이름은 삼맥종이고 아버지는 입종갈문왕이며 어머니는 지소태후이다. 입종은 법흥왕의 동생이고 지소는 법흥왕의 딸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그들 사이에는 진흥왕과 숙흘종 두 아들과 딸 만호를 두었다. 그리고 만호는 진흥왕의 아들 동륜, 즉 조카와 결혼하여 진평왕, 진정갈문왕, 진안갈문왕 등을 낳았다. 그리고 동륜이 아버지의 후궁인 보명궁주의 치마폭을 찾아 월담을 하다가 ‘개 사건’으로 죽고난 후 왕후의 꿈은 사라졌고 다시 오빠인 숙흘종과 혼인하여 만명부인(김유신의 어머니)을 낳았다. 

하지만 화랑세기에서는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 필사본이 위서가 아니라면 신라인이 쓴 기록이 더 정확하리라고 믿는다. 화랑세기에는 금진이 입종갈문왕과 통정하여 숙흘종을 낳았다. 즉 숙흘종은 진흥왕과 동부이복 형제이다. 또한 만호부인의 출생 역시 요절한 입종의 딸이 아니라 지소가 남편과 사별 후 4세 풍월주 이화랑과 관계하여 낳은 딸이다. 결과적으로 숙흘종과 만호는 같은 부모를 둔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근친혼과도 거리가 멀다. 결과적으로 숙흘종의 부모(입종과 금진)와 만호의 부모(이화랑과 지소태후)는 전혀 다르다. 삼국사기만 보면 동부동복의 오누이가 결혼했지만, 화랑세기에 따르면 숙흘종과 만호는 이부이복이다.

이제 사다함과 숙흘종의 관계를 보면, 그들은 이부동복 형제이다.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은 1세 풍월주 위화랑이 보도부인과 사통하여 태어났다. 그리고 법흥왕의 후궁이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법흥왕의 동생 입종과 통정하여 숙흘종을 낳았다. 금진은 법흥왕이 죽은 후 출궁 당하여 살았다. 오래 전 부터 금진을 사모했던 신하 구리지와 통정하여 토함과 사다함 그리고 딸 새달을 낳았다. 그리고 금진은 구리지가 독산성 전투에 나가 있는 동안에 구리지의 용양신 설성과 사통하여 설원랑을 낳았다. 그리고 금진은 곧 토함과 사다함, 새달을 데리고 진흥왕의 아들 동륜태자의 유모로 왕궁에 들어 갔다. 왕궁에서 유모로 있는 동안 진흥왕의 딸인 난성공주를 출산하였다. 

사다함은 화랑도의 부제로 있을 당시 여러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금진의 남자 설성도 백제를 정벌하는데 출전하여 높은 공을 세우자 진흥왕이 설성에게 …찬의 직위를 주고 금진을 설성에게 정식으로 내려주었다. 하지만 사다함 형제는 임금이 하사한 집이나 본장에서 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고 나왔다. 아마도 사다함의 신분이 진골(삼국사기 사다함조)이고 설성은 골품이 없기에 어머니의 남편으로는 인정했지만 아버지로는 받아드리지 않겠다는 걸로 보여진다. 이 때 부터 아마도 숙흘종도 어머니 금진과 의절하고 살아 온 것같다. 한편 사다함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효성이 지극하였다. 신분이 낮은 설성을 계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사다함이 보인 효성은 화랑세기 여러곳에서 나타난다. 

위의 화랑세기의 내용은 이러한 배경을 두고 당시까지 의절한 상태로 살던 금진과 아들 숙흘종의 조우를 안타까워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하여 사다함이 숙흘종의 행차를 붙잡고 설득하여 모자간의 정의를 회복시켜주는 장면이다. 다시 한 번 사다함의 우애와 효성심이 우러나는 모습이다. 어머니 금진 역시 아들 사다함을 사랑하였다. 사다함은 당시 신라에서 가장 뛰어난 미모의 여인인 미실과 연인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가야정벌에 종전하였다가 돌아와보니 사랑하는 미실은 세종의 부인이 되어 있었고 또한 가장 친한 벗이자 부하인 무관랑의 죽음을 너무나 슬퍼하다가 그만 요절하였다. 그 무관랑의 죽음은 금진의 호색에서 비롯되었다. 금진은 구리지와 설성이 모두 전사한 뒤 무관랑을 침실로 불러드렸다. 이에 괴로워한 무관랑은 월성 구지에 뛰어내리다 크게 다쳐서 죽었다. 하지만 금진의 색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위에 등장하는 진종(36대 효성왕비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많다)과 아버지가 불분명한 딸 준영이 이를 말해준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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