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에 성장한 소아의학의 이데올로기
보스톤코리아  2013-01-21, 15:01:27 
매년 플루가 유행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오늘 밤부터 흐려지겠다는 일기예보를 듣는 것만큼이나 익숙해졌지만, 지금 유행중인 플루는 이례적으로 감염자가 많고 사망자까지 나타나고 있어서인지 그야말로 플루 비상인것 같다몇 해 전의 신종 플루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나나 우리 가족은 무사히 지나갈까,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다. 혹시… 대형 플루 비상이 이렇게 잦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은 정말 떠도는 루머처럼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특허를 가지고 있는 로슈사나 플루 백신을 생산하는 노바티스 혹은 여타의 초국적 제약회사가 개입한 음모 아닐까하는 공상에까지 이르러본다.

1954년, 소크 백신 임상 실험
미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기억하는 백신 중에는 일명 소크 백신 (Salk Vaccine)으로 불리는 소아마비 예방 백신 (Polio Vaccine)이 있다. SAT Critical Reading 지문으로 응용된 적이 있는 어떤 글에서는 소아마비 백신의 개발에 대해 “과학적으로는 우주 개발에 비견될만큼, 대중적으로는 2차 대전에 비견될만큼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195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의 소아마비 발병률은 꽤 놓았고, 그리고 1930년대 이후 거의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으며, 한때 아동 사망률 6%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공포였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손에 꼽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역시 소아마비로 인해 하반신 장애를 입었던 이다. 그는 임기 초반에는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후반에는 소아마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1940년대에는 소아마비에 대한 연구 재단을 설립해달라는 요구를 담아 전국 각지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막대한 성금을 보내는 일이 있었을 정도다.
관심이 있는 곳에 과학이 있다. 1940년대에는 소아마비 발병률에 비해 폴리오 바이러스는 아주 흔하게 발견되는 병원체라는 것과 흥미롭게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동들의 소아마비 감염률이 그렇지 못한 아동들보다 높다는 것 등이 알려지게 된다. 위생상태가 좋은 아동들이 항체를 키우지 못해서 폴리오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더욱 쉽게 감염된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던 1948년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서는 폴리오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몇몇 연구 그룹들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미국은 1952년 58000건, 1953년 35000건이라는 (보통은 한해 소아마비 발병률은 20000건이었다.) 사상 최악의 소아마비 비상사태를 맞게되었다.
최초로 소아마비 예방에 효과적인 백신으로 개발된 소크 백신이 개발된 것은 1952년이었으나 임상실험이 진행된것은 1954년이다. 몇몇 초등학교에서 수천 명의 초등학생들이 임상시험자로 참가한 폴리오 백신 임상실험 결과, 소크 백신은 PV-1에는 60%, PV-2 및 다른 종류의 폴리오 백신에 대해서는 90%이상의 예방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소크의 소아마비 백신 임상실험에는 윤리적인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성급하게 백신 개발을 서두르다보니, 아직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백신을 놓고 대규모 임상 시험을 가동 했으며, 피험자가 어린이였다는 점, 그리고 대조군에 속하는 (위약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에 대한 문제 등이다. 그러나 소크 백신의 “성공” 덕에, 윤리적인 고민은 잊혀졌던 것 같다. 1955년, 곧장 어린이 소아마비 예방 접종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소크의 임상 시험 후 반세기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 지구 상에서 소아마비가 “존재”하는 국가는 나이제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밖에 남지 않았으니, 폴리오 백신이 소아마비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는 말은 과언이 아닐게다.

스포크, 과학적인-자연주의 육아
소아마비 백신 개발이 예방 중심의 소아의학 (Pediatrics)이 확립되는 기폭제였다면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되던 1950년대, 또 다른 소아 의학의 이데올로기적 근거는 벤자민 스포크 (Benjamin Spock)가 1946년 출판한 The Common Sense Book of Baby and Child Care 라는 책에서 드러난다.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책이 출간되기 불과 반세기 전인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만해도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10세 이하 어린이 노동은 아주 흔했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베이비 붐이 일던 당시 상황은 달라졌다. 스포크 박사는 “아이가 원하면 젖을 주어라” “아이를 마음껏 사랑해주어라” 혹은 “엄마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엄마의 본인을 따르라. 그것이 과학이다”와 같은 메세지를 전파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오늘날의 한국의 삐뽀삐뽀 119만큼이나 인기있는 육아서적이었던 스포크 박사의 책은 전세계에 <육아 상식>류의 이름을 달고 번역이 되기도 한다. 한때 이 책은 보수주의자들에게서는 “아이를 망치는 책”이라는 이유로 여성주의자들에게서는 “모성 본능(만)을 강요한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최근 자연주의 육아의 붐이 일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아이 키우는 나는 소아과학회가 권고하는 백신 스케쥴 따라 백신을 맞추면서도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아이는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모 노릇에는 본능보다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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