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 백제 문화를 찾아서 : 16. 아스카의 꽃 법륭사(法隆寺) 1
보스톤코리아  2011-10-31, 12:14:12 
이제까지 오오사카 지역에 있는 고대 백제인들의 유적을 소개하였다. 백제에서 왜국으로 이주한 도래인들의 생활 터전은 가와치(河內)와 나니아(지금의 오오사카)였다. 그 다음에는 바로 동쪽에 인접한 나라 평원으로 진출하여 찬란한 아스카 불교 문화를 꽃 피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를 야마도 왕조시대라고 부르는데 일명 소가 왕조 시대라고도 칭한다. 소가씨 집안에서 천황과 대신을 독점하였기 때문이다.

소가씨 집안이 백제에서 이주한 도래인이고 이 집안의 선조가 백제의 목만치 장군이었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나라현은 인구가 150만 정도이고 나라 시도 인구 35만의 작은 도시지만 나라시에 있는 동대사(東大寺)를 다녀가는 관광객은 1년에 1400만이나 된다. 한 마디로 볼 거리가 많은 곳이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 유산만 해도 동대사(東大寺), 고호쿠지(興福寺), 가스가타이사(春日大寺), 아스카사(元興寺,飛鳥寺,法興寺), 야쿠시지(藥師寺), 도쇼다이지( 唐招提謝), 헤조궁터(平城宮), 법륭사(法隆寺), 가스가산(春日山), 원시림호키지(法起寺)로 10개가 되며 일본의 국보, 문화재를 합치면 엄청난 문화 유적을 소유한 곳이다.

이 많은 문화 유적 중에서 우리에게 제일 낯익은 곳을 뽑으라면 아마도 십중 팔구는 호류지(法隆寺)를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고구려의 담징이 법륭사 금당 벽화를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금당 벽화는 중국 운강(雲崗)의 석불과 경주 석굴암과 함께 아시아 3대 미술품에 드는 유명한 벽화다. 그러나 1949년에 화재로 벽화가 거의 소실되었고 지금의 벽화는 후세인들이 다시 그린 것이고 원래 담징의 벽화는 보관 되어 있다. 석가정토, 아미타 정토, 약사정토, 미륵정토를 그린 벽화인데 금당 동쪽 벽에 석가정토도 서쪽 벽에 아미타정토도가 그려져 있다.

일본서기 스이코왕 18년(610)에 기록되기를 고구려 왕이 중담징(法定)을 보내왔다. 담징은 오경(五經)을 알고 있었다. “채색에 능하고 지묵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른 기록에서는 그가 법륭사에 머물면서 불법과 학문을 가르쳤다고 한다. 당시 고구려는 수 나라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고구려가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자 기쁜 마음으로 호류지의 금당에 정토도를 그렸다고 한다. 일본에서 그는 종이와 먹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법륭사(法隆寺)는 나라현 이코마군 이카루카정(班鳥町)에 있다. 근처에 성덕태자의 궁이 있던 곳이다. 성덕태자의 생부 요메이(用明) 천황이 두창으로 생사의 기로에 처했을 때 신하들을 모아놓고 “짐은 3보에 귀의하기로 하였다” 라고 선언하고 모두 부처를 받들 것을 종용하였다. 천황의 발원을 받아들여 소아마자 대신, 성덕태자, 스이코 천황이 주도하여 세운 절이 법륭사다.

사천왕사를 건축한 백제 기술자들이 두번째로 만든 작품이 법륭사다.

법륭사가 세워지고 성덕태자가 사망한 다음에 그를 추모하기 위하여 몽전이 건축되고 백제 위덕왕이 보낸 구세관음상 (救世觀音像)이 몽전에 봉안된 것은 130여 년이 지난 후세의 일이다.

일본에서 법륭사는 요메이 천황의 발원대로 3보(三寶)를 충족시킬 만큼 구색을 갖춘 완벽한 절이라고 한다. 불가에서 3보는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를 말한다.

불보는 부처님 그 자체를, 법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승보는 수행자를 지칭한다. 이러한 3보를 개개 사찰이 다 갖출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3보를 대표하는 사찰이 있다. 양산의 통도사,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가 이에 해당된다.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袈裟)가 봉안 되어 있어서 불보 사찰이고,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 대장경 경판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법보 사찰이고, 송광사는 고승 대덕을 많이 배출하여 한국 불교의 승맥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승보사찰이라고 부른다.

송광사는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 이래로 조선초기 법장 스님에 이르기까지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절이다. 법륭사가 한국의 삼보 사찰과 같은 뚜렷한 위상은 없지만 사천왕사, 동대사, 아스카사와 더불어 고대 일본 불교의 중심 사찰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일 것이다.

법륭사는 절의 중심 건물과 대보장전(大寶藏殿)이 있는 서원과 성덕태자를 추모하기 위해 건축한 몽전이 있는 동원으로 나눈다. 서원의 가람 배치는 거의 300만㎡ 넓이의 주위에 토담을 두르고 그 남면 중앙에 남대문을 만들어 그 곳을 지나 북쪽으로 가면 2층 팔작 지붕으로 만든 중문(中門)이 있고 중문에서 동서 양쪽으로 회랑이 쭉 뻗어가다 그 끝이 북쪽으로 꺾여서 강당의 좌우와 연결되어 있다.

중문과 강당 사이의 빈터에는 서쪽에 5중탑 동쪽에 금당이 배치 되어 있고 강당의 좌우에 경장(經藏)과 종루( 鐘樓)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가람 배치를 법륭사 식이라고 부른다.

법륭사는 스이코(推古) 천황 때 (607) 준공되었다가 670년에 화재로 파손됐으나 서기 700년 천지천황 때 다시 재건되었다. 어찌 되었든 금당과 오중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화재 이전의 법륭사는 1탑 1금강이 남북을 축으로 한 일직선에 배열된 백제식 가람 배치였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 건물은 안동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이 672년에 창건되었고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수덕사 대웅전이 있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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