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13회 |
보스톤코리아 2011-09-05, 12:43:35 |
일주일에 한두 번 치는 골프가 운동이라고 말하는 남편과 그 말을 들어주는 아내가 있다. 그것이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부부라는 이름표를 붙인 두 사람의 오가는 대화다. 운동이라는 것이 그리 쉬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세상 나이 50을 넘어 60을 향할 때쯤에 건강 책업을 받다가 느닷없는 성인병이 찾아왔다느니 아니면 술 담배를 줄여야 하느니 하는 말이 오갈 때쯤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요즘 젊은 신세대들의 삶과 생활 방식은 부모님들의 세대하고 많이 다르다. 여하튼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노통)과 여가 시간을 이용한 운동은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실천하기란 어렵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몸의 정기 책업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환자처럼 보이고 크루즈를 타고 다른 나라에 여행을 하다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여유롭고 여행만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산이나 바다 그리고 들이나 그 어떤 곳에서도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순간 그 공간과 그 시간의 사이에서 그곳에 머문 나를 잠시 생각하게 한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이 모든 것들 속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내심 나 자신의 삶을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한다. 물론 이민생활에 바쁜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의 사업체를 들여다 보면 쉴 사이 없이 바쁘게 산다. 그래도 이렇게 바쁜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곁에 몇 있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자신의 삶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부지런히 하고 시간을 내어 열심히 운동하며 사는 모습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주어진 삶의 일상에서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갈고닦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지 않을까 싶다. 그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그 일의 성공과 실패를 막론하고 말이다. 우리 부부의 공통분모는 각자가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열심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서로 좋게 표현해서 여유롭다 말하지만 결국 게으르다는 얘기가 맞다. 요즘 한 2년 정도는 운동하는 클럽에 조인하지 않았었다. '게으름'이 첫 번째 이유이고 나 자신하고 싸움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삶에서 그 게으름으로 많은 일과 귀한 시간을 잃을 때가 얼마나 많던가. 몇 년 동안을 동네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1시간 정도 걷는 것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었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클럽에 조인하게 되었다. 물론 남편은 더욱 운동에 게으른 편이다. 사실 남편에게 운동을 시작하자고 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운동이라는 것은 누가 하라고 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어려서는 세 아이 키우느라 함께 운동을 시작할 수도 없었거니와 남편만 보내고 싶지도 않았던 마음일 게다. 요즘 몇 개월 산행을 시작하면서 운동이 얼마나 우리의 몸과 마음과 정신에 필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게 제일 가까운 사람인 남편에게 운동을 시작하라고 몇 번을 권유하게 되었다. 물론, 몇 년 동안 동네를 걸으며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제쯤이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마음이 가까운 곳에 있는 동네의 스포츠클럽에 남편과 조인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남편은 쉽사리 시작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남편에게 운동하라는 권유를 서두르지는 않았다. 다만, 클래스 시간을 조절하여 열심히 즐겁게 운동을 시작하고 다녀오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아침저녁 시간의 스케줄을 조절하여 일주일에 거의 매일 운동을 가는 편이다. 그중에서 요가 클래스를 일주일에 3회 정도 가는데 열심히 땀을 흘리고 돌아온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표정은 그렇게 땀이 나는 것에 대해 의아한 표정으로 말이다. 한 열흘 정도가 지났을까 남편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 궁금증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정말 요가를 하는데 그렇게 땀이 많이 나느냐고 물어온다. 정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기분 좋은 웃음을 보내온다. 아마도 그것은 아내가 열심히 운동을 시작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일 게다. 내가 몇 달 전 처음 산행을 시작하며 남편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라고 권유했던 그 사랑의 마음처럼 그런 사랑과 배려의 마음일 게다. 궁금해하는 남편에게 그럼 함께 가보겠느냐고 물었더니 조금은 쑥스러운지 머뭇거리다가 요가 클래스에 한 번 참석해보겠다더니 지금은 아내인 나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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