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대규모 반 오바마 시위
보스톤코리아  2009-09-17, 23:30:03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오바마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오바마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최대 현안인 의료보험 개혁을 놓고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첨예한 대립 양상을 벌이고 있다. 의회 안에서의 논쟁이 아니라 장외에서의 대규모 군중 집회로 확산되면서 의료보험 개혁은 세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일에는 워싱턴 도심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반(anti)오바마 시위가 벌어졌다. 궂은 날씨였지만 수만 명이 의사당 앞 광장인 내셔널몰에서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이념적인 지향성은 정반대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워싱턴의 낯익은 풍경이었던 대규모 시위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날 시위는 올해 봄 오바마 정부의 재정정책에 항의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던 티파티를 주관한 단체를 비롯해 여러 보수 단체가 함께 주관했다. 주최가 느슨한 연합체이다 보니 참가자 성향도 범위가 넓었다.

다수는 의료보험 개혁과 재정적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중엔 “오바마는 실제론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는 극단적 우파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사회주의를 원하면 러시아로 가라”는 구호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위대 사이에선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 도중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외쳐 여론의 지탄을 받은 조 윌슨 공화당 의원이 칭송 대상이 됐다. ‘Thank You, Joe Wilson’이라는 팻말도 수십 개가 보였다. 집회 사회자가 “오바마는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했다”고 외치자 군중들은 “거짓말, 거짓말”을 연호했다.

이날 시위는 ‘보수파는 거리에 나서지 않는다’는 통념을 깼다. 조직력에 의한 동원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팻말 글씨도 손으로 직접 쓴 게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선거 참패 후 무기력한 상태인 공화당은 이날 나타난 강경 보수파의 결집력을 주목했지만 상당수 참가자는 공화당에 대해서도 “무능하며 진정한 보수주의
자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는 “Yes, we can”을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 구호가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만5,000여 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의료보험 개혁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9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의료보험 개혁 추진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던 오바마가 대국민 설득작업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게임을 위한 시간은 지나갔다. 지금은 의료보험 개혁을 실행에 옮길 때”라고 말했다. 이어 “(현 의료보험 체계를) 현상 유지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익집단, 보험회사,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사람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겁주기 위한 온갖 루머가 동원되고 있다”면서 “바로 이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이날 오바마의 연설 내용은 상하원 합동 연설과 비슷했지만 그 분위기나 어조는 전혀 달랐다. 오바마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연단에 올라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어조도 어느 때보다 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분간 주요 도시를 돌며 민주당 지지자들과 중산층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할 계획이다. 무보험자들에게 보험 적용을 확대해도 중산층의 부담이 커지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또 현재의 의료보험 체계가 유지되면 무보험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재무부의 최근 통계자료를 인용해 “65세 이하의 절반 가까이, 21세 이하의 57%가 10년 안에 무보험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성일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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