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전통과 현재의 고민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작품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 창작자 조미나씨 인터뷰
“진심 담긴 이야기에 국악도 재즈도 가장 잘 어우러져”
보스톤코리아  2022-09-01, 16:00:28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우상원 객원 기자 = 보스턴 한미예술협회와 주 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9월 11일 국악과 재즈가 접목된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 공연을 공동으로 주최한다.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은 작곡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인 조미나 씨의 창작품이다. 

다음은 조미나씨와의 이메일 인터뷰다.  
조미나씨는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영화 음악과 재즈 작곡을 공부했으며, 뉴잉글랜드콘서버토리(NEC)에서 재즈 작곡으로 석사 학위를, 재즈작곡(전공)과 음악학(부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에머슨 컬리지의 교수진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 국악 재즈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국악 재즈 소사이어티의 디렉터이기도 하다. 2019년에 처음으로 판소리와 칸타타를 재즈 오케스트라와 결합한 작품 <길령전>을 보스톤에서 선보여서 호평을 받았다.

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에 미국에 와서 음악을 공부했는데, 어떤 계기로 이렇게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는가? 
- 연세대 설립 이념에 따라 모든 연대생들에게 필수인 1학년 첫학기 첫 채플예배를 루스 채플에서 드리게 됐다. 일찌감치 도착하여 마치 한옥 대문과 같이 생긴 채플 문을 열고는 잠시 멈추어 서 있었던 기억, 그리고 저 앞에 놓여 있던 낡은 갈색 그랜드 피아노가 기억난다.

15년 정도의 세월 동안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나는 다른 지점에 서 있었다. 예배 때 찬양팀이 부르는 ‘시편 23편’을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시 음악을 하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진심으로 감동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경험하게 된 신학과 학생들의 음악적, 예술적 재능과 철학적 사고의 깊이는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도전적이었다. 이는 내가 좀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다시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채플 예배 때 들었던 노래처럼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고, 머라이어 캐리 음반 속 가스펠 스타일의 피아노 선율을 연주하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을 가지고 만났던 첫 재즈 스승님은 보스턴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해 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경제적인 이유로 음악공부를 포기했던 나에게 유학은 꿈을 꿀 수조차 없는 큰 일이었는데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겼고, 막연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4년 후 보스턴 버클리 음대에서 첫 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기대와 목적없이 형편과 상황에 이끌려 선택하게 된 곳,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한 지점이 사실은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전에 꾸었던 꿈의 단절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선상에 있다는 깨달음의 시작이었다. 

미국 음악인 재즈와 국악은 각각이 독특한 장르인데, 어떻게 함께 어울리게 만드는가?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NEC에서 재즈학과 음악학을 공부하며 다양한 음악 장르의 기술적 적용보다는 역사적, 서사적 측면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음악 예술적 행위를 하는가를 공부하게 되면서 다양한 민족 음악을 결합하고 또 분리하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됐다. 이는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2017년 NEC 박사과정 졸업 연주에서 그리스, 터키, 한국 음악과 재즈를 접목시킨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내 음악 안에서 ‘국악 재즈’ 개념을 정립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적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고민들을 온전히 담고 싶은 바람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2019년 초연된 판소리 칸타타 <길령전>이다. 

당시 브랜다이즈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세미나의 일환으로 바흐의 수난곡들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국적으로 표현된 예수의 수난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에서 발전하여 꿈속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소리꾼 길령이가 마음의 눈을 뜨고 목격한 예수의 수난 이야기를 전하는 <길령전>을 만들게 됐다.

한국 음악과 재즈는 ‘한’과 ‘블루스’의 감정 에너지를 흥겨운 리듬, 구슬픈 선율, 호소력 있는 소리에 얹어 즉흥적 예술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길령전>에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감정적 에너지가 강하게 상호 작용하는 것을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길령이가 예수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이다. 소리꾼이 한국 전통 “상여소리”를 부르며 ‘오호’ 구음을 외칠 때 참여하는 뮤지션들과 관객들이 같은 구음을 외치며 화답하며 국악과 재즈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던 것 같다.  
   
재즈는 대부분 평균율에 기초하여 작곡되고 복잡한 화성이 가미가 되지만 멜로디에 메이저와 마이너적인 느낌이 공존하고, (피아노와 타악기를 제외하고) 실제 연주에서 평균율에서 표현되지 않는 음들이 연주된다는 점, 특히 모던 재즈에서 반복되는 리듬 패턴을 초월하는 즉흥 선율을 연주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한국 음악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공통성을 넘어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은 결합하는 주체가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담을 때 가장 잘 어우러진 음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인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신다면?
-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위로를 얻게 되는 텍스트가 있는데 바로 성경의 전도서 3장이다. 이 본문은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는 구절로 시작해 죽고, 나고, 심고, 거두고, 울고 웃는 등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쉽지만은 않은) 계절들이 나열되어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짐, 죽음의 문턱이 멀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는 현실 속에서 전도서 3장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서 반복되는 이 계절들이 향하고 있는 최종 선한 목적이 무엇일까?’ 즉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음악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물놀이 전통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들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계절의 흐름에 반응했던 전통사회 농부들과 남사당패들의 삶, 인생의 순환’ 등이 삶에 대한 현재의 고민과 어우러져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이라는 작품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인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에서 달나라 옥토끼 사제인 ‘레인’과 소리꾼의 꿈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오른 ‘순이’의 판타지적 만남은 긴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100년동안의 비를 내리는 사제직을 은퇴하는 레인, 유랑했던 남사당패 꼭두쇠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가족들을 뒤로한 채 전혀 다른 길을 가고자 했던 순이.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 만남 뒤에는 어떤 모습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해 보았을 때, 다시금 전도서 3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삶의 마지막 계절, ‘죽음’ 대한 어려운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이 두 인물을 비롯하여 작품에 등장하는 레인의 동료 옥토끼 사제들 (가스펠 코러스), 사물놀이 및 재즈 밴드 토끼들은 창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관, 유학생으로의 개인적인 경험,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음악을 만들어 온 동료 연주자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활동 방향은?
- 개인적으로는 계속 진화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고민하고, 창작해 내는 일을 성실히 감당하고 싶다. 

얼마 전 오랫동안 함께 앨범 작업을 해 온 사운드 엔지니어가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한동안 마음이 아팠고 씁쓸함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은 것은 지금 주어진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과 음악가로서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보스턴에 오는 국악 재즈 소사이어티 멤버들 그리고 이곳에서 합류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할 것 같다. 

<공연 정보>
사물놀이 판타지: 계절 (Samulnori Fantasy: Seasons)
일시: 2022년 9월 10일 (토) 오후 7:30
장소: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 조던홀 (290 Huntington Ave. Boston, MA)
티켓 및 정보: www.kcsboston.org (사전 등록 시 무료 입장)
홍보 영상: https://youtu.be/UEWR-lnVMWE
공동 주최: 보스턴 한미예술협회, 주 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

bostonkor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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