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를 극복한 음악가 김치국 씨
보스톤코리아  2010-07-26, 15:50:48 
버클리대 여름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난 후 기자재 앞에 앉아 있는 김치국 씨
버클리대 여름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난 후 기자재 앞에 앉아 있는 김치국 씨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버클리와 NYU에서 작곡과 편곡을 전공한 후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들을 음악가의 길로 인도하는 한인이 있다.

영화 및 게임 음악 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치국(28세) 씨는 버클리대 여름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독학으로 터득한 컴퓨터 기술을 이용,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악보 그리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버클리대로부터 시각 장애를 딛고 음악가로 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인정 받은 것.

그의 스승이자 그를 버클리대 측에 적극 추천한 잭 페리콘(Jack Perricone) 교수는 “시각장애인인 그는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기에 최고의 교사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장애인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도전정신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지금까지 오게 했다고 말하는 치국 씨는 두 명의 동반자와 함께 영화음악과 게임음악 제작사(http//www.serotonics.com)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내세울만한 사무실을 갖추지 못하고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운영 하고 있지만, 그들이 만든 작품은 여러 차례 인정 받고 국제영화제 출품작 등에 사용 되어 왔다.

버클리대를 다니던 시절, 치국 씨를 가까이서 지켜 봐왔던 선배 공영숙 씨는 치국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높이 샀다.

“치국이는 연주를 즐긴다. 우리 같은 정상인들이 받는스트레스를 그는 받지 않는다. 그런 점이 열정으로 배어 나온다”고 말했다.

치국 씨는 다섯살 때 심장수술을 받은 후 실명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당한 일이라 기억하고 있는 사물의 모습이 별로 없는 탓에 답답하거나 우울해한 적은 없다고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청력이 발달 하게 된 것이 음악을 사랑하는 그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한때 치국 씨에게 음악을 포기하라던 아버지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리는데, 어떻게 음악을 포기할 수 있어요”라는 아들의 말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는 것.

세살 때부터 누나들의 피아노 연주를 어깨 너머로 배웠던 치국 씨는 이미 6살 때부터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는 등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는 것이 치국 씨 어머니(장춘자)의 말이다.

눈은 안보였지만 건반을 익혀 연주하던 치국 씨는 중학교 시절 잠시 음악을 중단했다. 당시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기회가 미국에 더 많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을 졸라 미국 내 장애인 중학교에 지원, 입학허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그곳의 프로그램이나 환경이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는 정상적인 아이들과 같은 교육을 받고 싶어졌고, 적극적으로 부모님을 설득,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이때부터 장애인 시설이 없는 학교 생활을 혼자 해 나가야 했고, 학우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공부도 해야 했다.

치국 씨는 서툰 영어로 수소문한 끝에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컴퓨터에 설치했다. “그후로 모든 학습은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치국 씨는 “눈은 보이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고 알고 싶은 정보를 다 알아볼 수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이 많다. 궁금한 게 있으면 꼭 알아봐야 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한다. 그리고 한번 잡으면 거기에 빠져 든다.”

28년 간 치국 씨를 돌보아 온 어머니 장씨의 말이다. 장 씨는 치국 씨가 긍정적이고 활발한 것에 대해 감사해했다. 그러나 어머니로서는 마음 한켠이 늘 무거웠음을 밝힌 장 씨는 아들의 적극적 사고와 도전의식, 열정이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다른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길 바랬다.

치국 씨가 전공한 작곡과 편곡은 상당한 음악기호와 이론을 습득하고 수많은 창작과 연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잭 교수는 치국 씨를 통해 감명 받았다고 말하며 “누구든지 높은 수준의 맡은 바 역할을 해 낸다면 그는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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