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M 지방 감리사로 떠나는 홍석환 목사
보스톤코리아  2010-06-14, 16:54:15 
8년 간 북부스톤교회 담임을 맡았던 홍석환 목사­
8년 간 북부스톤교회 담임을 맡았던 홍석환 목사­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뉴잉글랜드연회(New England Annual Conference)로부터 영적 지도력을 인정 받아 오는 7월 1일 뉴잉글랜드연회 로드아일랜드 / 동남부매사추세츠(Rhode Island Southeastern Massachusetts, 이하 RISEM) 지방 감리사로 사역을 떠나는 홍석환 목사를 만나봤다.
홍 목사는 지난 9일 수요일 오전 9시 북부보스톤감리교회 목사실의 탁자 위에서 잔잔히 피어 있는 보랏빛 꽃을 마주하고 앉아 지난 8년 간 교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 보았다.

이번에 파송 받아 가는 일에 대한 각오는 어떠한가?
RISEM 지방 감리사는 해당 지역 70여 개 교회를 돌보고 목사들의 목회를 돕고 감시하는 일을 한다. 70개 교회중 한국 교회는 1군데이고 모두 미국 교회이다. 최근에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 소수민족이 모여 드는 상황으로, 백인 위주의 지역이다. 교회를 돌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목사를 이동하는 등 모든 일을 영어로 해야 하는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그러나 한 가지 믿는 점은 사람은 미국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모두 똑같지 않겠나…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하면 잘 소통하리라 믿는다. 하나님을 믿고 사는 사람이지만 인정이 필요하므로 목사는 외롭다. 영적 리더이기 때문에 나를 의지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의지할 사람은 심히 적다. 다행히 나는 사람을 잘 돌보는 은사를 받았다. 다른 분야도 다 그렇겠지만 특히 목회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정말 중요하다. 정성을 기울이면 언어 문제는 극복 되리라고 본다.

떠나는 심정은 어떤가? 아쉬운 점은?
그동안 참 재미있게 목회했다. 하고 싶은 말 다하고, 교인들 눈치 안보고 목회할 수 있도록 우리 교인들이 잘 받아 주어 고맙다.
요즘 이메일이나 전화를 자주 받는다. 한인회보에 싣던 칼럼을 못보게 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전해 온다. 어떤 이는 돈을 대줄 테니 써달라고까지 한다. 한인회보 지면을 교회가 유료광고로 사용하는 것이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좋은 기독교 복음을 쉽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가급적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가장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사람들과 소통할 때 일반적이고 상식적으로 다가갈 수 있길 원한다.
종교적 언어에 사람들이 식상해 있다. 진부해지고 타락해서, 언어가 주는 파워를 상실하였다. 인문문학적 소양에다 평범한 말로 강력한 복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글이나 설교가 너무 파격적이라고 불평하는 교인들도 있다.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 파격으로 들릴 만큼 교회에서 쓰는 용어가 빛을 잃었다. 그러나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지면을 통한 복음전도이기 때문이다.
내가 목회하면서 제일 즐기는 것이 설교이다.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 그들로부터 오는 응답, 감사는 정말 보람되다. 이제 감리사직을 맡으면 영어로 설교를 해야 하는데, 얼마만큼 전달이 될 지 아쉽다. 한국만의 미묘함을 영어로 표현할수 있을지 걱정이다.

처음 부임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어제 송별회를 하는데 교인들이 ‘목사님이 떠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와 떠나야 하는 이유 2가지’를 말해 내 가슴이 뭉클했다.
떠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 중 첫번째는 이제 교회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할 수있는 능력이 있는데 떠나면 안된다는 것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우리가 목사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이 나를 내가슴을 울리게 하였다.
그렇지만 떠나야 하는 이유는 ‘We proud of you.’ 한인으로서 미국 교회를 감독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란다. 또 한가지는 “새가 새끼를 낳았는데, 새장 밖으로 끌어 내 줘야 하듯이 목사님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도록 놔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평온하고 편안하지만 처음 부임해 왔을 때는 나의 독특한 목회 방식이 맞질 않아 힘들어 하는 교인들이 많았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부임 당시 개신교에 많이 실망해 있던 내가 교인들을 일깨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기본적 단계로 “목사에게 답을 찾지 말고 묻는 법을 배우라”고 설득했다. “같이 고민하고 기도하고 성경 안에서 답을 찾자”며 시각을 넓히고 심화 시키는 작업을 했다.
처음 교인들은 생각하고 질문하여 자기 고유의 신앙세계를 형성하는 일이 “복잡하다”며 힘들어 했다. 그래도 밀어부쳤다. 이것이 내 교인 사랑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도 교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끝없는 질문과 회의, 그리고 스스로의 깨달음을 훈련하는 제자 교육을 통해 교회와 교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교인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고, 나는 꾸준히 격려하며 기도하며 도왔다.
지난 8년간의 과정에서 “목사도 답을 주는 구세주가 아니라 문제를 안고 있는 동지”라는 교회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었고, 성경 공부와 교제를 통해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영적인 친구로서 신뢰를 구축 해 왔다.
인터뷰가 끝난 후 북부보스톤 교회 노인 사역에 참가한 홍석환 목사(오른쪽 맨끝)
인터뷰가 끝난 후 북부보스톤 교회 노인 사역에 참가한 홍석환 목사(오른쪽 맨끝)
 
어떤 목회자의 모습이고 싶은가 ?
나는 권위를 싫어한다. 교인들은 나에게 “제발 체통 좀 지키라”고 하였지만 목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나도 사람이다. 나도 당신이 필요하다. 욕심많고 잘난체 하고 싶은 사람일뿐이다. 내가 권위를 내세우면 나만 힘들고 외롭다. 거룩하지도 않은데 왜 나보고 거룩한 체 하란 말이냐?”라며 그냥 친구처럼 되고 싶었다.
나는 옛 선사들 중 ‘부엌에서 누룽지 얻어 먹는 땡중’의 이미지를 닮고 싶다. 누룽지나 얻어 먹는 한심한 땡중이 알고 보면 득도의 경지에 오른 도인으로 주변 사람들 속에 섞여 보이지는 않지만 영적인 파장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계, 스스럼 없게 만나고 싶었다. 평범하고 친근한 그 일상속에서 묻어 나는 영적인 교감, 상호간의 신뢰, 영적 영향력을 주어 사람들이 영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 좋다.

지난 8년 간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
4년 전 내 아들이 하나님 곁으로 떠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교인들은 이 문제를 놓고 함께 기도하고 아파했다. 그 때 교인들이 목사를 돌보았고 나는 교인들의 품에서 어려운 위기를 잘 넘겼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상호간 연결고리가 생겨 났다. 그 때 내가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는가가 살아있는 설교라 생각했다. 또 교인들은 나의 신앙을 본 것 같다. 그때 어려움을 함께 겪고 아파하면서 숨겨진 교회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풀린 느낌이다.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가장 깊은 인생과 만남을 체험한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뜻밖의 선물’은 그때 당시 내 상황과 마음과 내 고백을 솔직하게 써서 나눈 글이다. 웹사이트가 큰일을 했다. 예수 믿으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잘못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예수믿고 병 나았다는 간증들은 많다. 하지만 예수 믿어도 어려움은 여전하고, 기도해도 목사의 아들이 죽는 일도 있다. 어떻게 고통의 문제를 신앙적으로 정리한 것이 책이 되었다.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8년간 북부보스톤감리교회의 목회는 나의 목회를 마음껏 심고 가꾸고 열매를 맺은 좋은 밭이었다. 교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지난 8년간의 목회가 좋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것 같아 흡족한 마음으로 떠난다.

홍석환 목사는 목원대학교 신학대학원(Th. M.)을 졸업하고 에모리대학교 캔들러신학대학원(M.T.S.)를 수료한 후 보스톤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Ph. D) 학위를 받았다.
홍 목사는 논문에서 존 캘빈의 하나님의 형상과 동시대의 중국의 왕양명의 양지 이론을 비교하면서 궁극적으로 사람이 변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명한 바 있다. ( Ultimate Human Transformation; Imago Dei in John Calvin and Liang-chih in Wang Yang-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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