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때문에 퇴진한 전설
보스톤코리아  2010-06-11, 21:45:45 
작년 생일에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기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는 헬렌 토마스 기자.
작년 생일에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기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는 헬렌 토마스 기자.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정성일 기자 = 49년 동안 백악관 출입 기자로 활동하며 백악관의 전설로까지 불렸던 헬렌 토마스(89) 기자가 한 마디 말 때문에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되었다. 토마스 기자는 지난 7일 유대인을 비난했던 자신의 최근 발언으로 각계의 비난이 쇄도하자 결국 기자직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토마스 기자가 속해 있는 허스트 코퍼레이션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 동안 허스트 뉴스 서비스의 컬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토마스가 오늘 부로 사직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이민자 2세인 토마스 기자는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관련 행사에서 한 온라인 신문 랍비라이브(RabbiLive.com) 기자의 “이스라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야 한다(Jews should get the hell out of Palestine)”고 말했다.

토마스 기자는 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점령당했다”면서 “유대인들은 폴란드나 독일, 미국 등 어디로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기자의 발언 내용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은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며 파장이 확산 되었다. 결국 그녀는 4일 개인 성명을 통해 “내 발언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토마스 기자는 “당시 나의 발언은 상호 존중과 인내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에만 중동 지역에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나의 진심 어린 신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공격적인 질문으로 10명의 대통령과 수 많은 백악관 대변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토마스의 발언은 이미 많은 논란을 야기했었다. 그녀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도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구호 선단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시점에 이스라엘에 대한 말실수가 터져 나오면서 유대인뿐만 아니라 평소 그녀의 과격한 발언에 반감을 가진 인사들이 모두 들고 일어났다.

백악관 기자단은 “도저히 옹호하기 힘든 발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유대인회의(WJC) 앨런 스타인버그 대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그녀는 홀로코스트와 2차 세계 대전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맹비난 했고,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토마스의 발언은 모욕적이며 비난 받을 만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토마스 기자는 백악관 브리핑 룸에서 언론사 이름 대신 유일하게 자기 이름을 붙인 의자를 가진 기자였다. 일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헬렌 토마스라는 이름의 동판이 새겨진 백악관 브리핑 룸 맨 앞줄 한 가운데 지정석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취재의 개척자로 인정 받아온 토마스 기자가 오는 8월 4일 90세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평생 직업을 잃은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1943년 UPI통신사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헬렌 토마스는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를 시작으로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조시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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