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과 점(占)-2
보스톤코리아  2010-05-17, 11:27:28 
▶▶지난호에 이어서

우리나라의 이조 시대에는 점서(占筮)를 점산(占算)이라고 개칭했다. 점산관(占算官)은 천문학과 점술(占術)을 시험하여 선발했다. 세종 때에 이르러 음양학을 명과학(命課學)이라 개칭하고 천문학과 함께 관상감에 예속시켜 명과학 교수와 명과학 훈도를 두고 점술의 교육을 담당케 했다.

우리 한국의 점 책으로는 현재 25종이 전래되는데 그 중 신라 말기의 ‘도선선사비결(道宣禪師秘訣) 고려말기의 ‘무학대사비결’(無學大師秘訣) 이조 선조 때의 ‘서산대사비결’(西山大師秘訣) 그리고 같은 시대의 ‘남사고비결’(南師古秘訣)과 이지함의 토정비결(土亭秘訣)이 유명하다. 무당과 판수의 잡점에 대한 설명은 잠시 뒤로 미루고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내는 관상 법에 대한 것부터 먼저 말하기로 한다. 관상에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는 말이 있다.

형체를 보고, 색깔을 살펴서 그 사람의 장래운명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관상쟁이들은 흔히 사람의 외모만 보고 말하기를 “코가 큰 거지는 없다. 귀 부리가 늘어져야 귀한 상이다. 아래턱이 빠르면 재물이 없다. 입 둘레가 턱밑으로 빠지면 궁색하다. 사마귀나 거미가 눈 밑에 있으면 부모나 자식을 일찍 잃는다.”는 등 매우 상식적인 말을 한다. 관상술에는 영음찰리감모변색(聆音察理鑑貌辨色) 이라는 말이 있다. 즉 목소리를 듣고 이치를 살피며 용모를 보고 기색(氣色)을 분별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의 용모는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체격이 건장하고 용모가 단정한 남자가 슬기롭고 도량이 넓다는 것이다.

관상에는 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해석도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눈과 코를 중심으로 본다. “비안즉기지여신”(鼻眼崱基知如紳)이라고 하여 눈과 코를 보면 그 사람의 장래를 귀신같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우(尾羽)눈가에는 산천정기(山川精氣)를 띄고 두 눈에는 일, 월(日月)의 광채를 머금은 호남이라야 인물이라는 것이다.
초한(楚漢)이 중국 천하의 패권을 놓고 다툴 무렵 제후국인 진 나라에 괴통이라는 관상쟁이가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자기는 관상술을 전문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관상학에 능통하다고 자랑했다.

괴통은 한나라 고조 유방의 수하장군인 한신(韓信)에게로 가서 그의 관상을 봐주면서 말하기를 원래 “귀하고 천한 것은 골상(骨相)에 있고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은 색상(色相)에 있으며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결단 여하에 있다고 하였다.(‘사기’회음 전, 참고)괴통은 진 나라의 설객(設客)이었지만 그의 관상 법은 후일 관상술의 그 표준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관상술에 있어서도 일정한 범례가 있다는 사실이다. ‘서경’홍범에 보면 5사(五事)라고 하여 다음과 같은 5가지의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1. 태도, 2. 언어, 3. 시력, 4. 청각, 5. 사상으로 사람은 첫째 그 태도가 공손해야 하며 둘째는 그 말이 확실해야 하고, 셋째는 보는 것이 확실해야 하고, 넷째는 듣는 것이 분명해야 하며, 다섯째 생각하는 것이 슬기로워야 한다. 이것이 사람의 인격을 보는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상은 흔히 혼인을 중매하는 할머니, 매파가 별로 식견도 없이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 못하면 뺨이 세 대라고 하면서 생년월일도 맞추어 보지 않고 찰떡궁합이니 천생연분이니 하면서 관상을 본 말을 잘 옮긴다. 그런데 관상을 잘못 보고 함부로 말했다가 혼인을 그릇 치게 하는 일도 있지만, 그보다도 무서운 일은 아리따운 남자의 일생을 불행하게 만든 예도 많다.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는 말이 있다. 형체를 보고 색깔을 살핀다는 것이다. 목세안면(目細顔面)하면 필시호색(必是好色)이라는 것이다. 또 미인은 박명하다고 한다.
누가 마릴린먼로의 관상을 보고 점을 친 사람이 있는지는 모른다.
여자가 너무 아름답고 요염하면 치인외부(癡人外婦)라고 하여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 용모가 아름답고 요염하면 남자를 바보같이 만들어 집안을 거덜 내거나 나아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것이다.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애처 달기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나는 지금 여자는 그 용모가 아름답고 부덕을 겸비해야 한다는 여성의 덕, 용, 언, 공(德, 容, 言, 工)의 4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명심보감’에 보면 현부영부귀 악부영부천(賢婦令夫貴 惡婦令夫賤)이라는 말이 있다. 어진 부인은 그 남편을 귀하게 만들고 악한 부인은 그 남편을 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자는 용모도 중요하지만 유순한 덕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부인 황발흑면(黃髮黑面)은 추녀였다고 한다. 제갈량은 자기를 훈도한 선생님이 천거한 규수라 말없이 받아드렸다는 것이다.

흑인 여성이 아니다. 가난에 찌들려 고생 고생하면서 자란 규수라 얼굴이 꺼멓게 타고 영양실조로 머리가 노랗던 것이 아닌가 본다. 그러나 여덕이 있는 그녀는 남편 제갈량을 도와 크게 출세 시킨 현숙한 여인으로 그 이름이 후세에 알려져 있다.
사람의 생김생김이나 그 색깔을 보고 그 사람의 장래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의 솔로몬 왕은 그 전도서에서 말하기를 “우매 자는 말을 많이 하거니와 사람의 장래의 일을 알지 못하나니 신후사(身後事)를 알 자가 누구냐”고 하였다. 말재간이 있는 사람은 흔히 남의 관상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말을 많이 하는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옛날 주 나라 우왕에게 발탁되어 중국을 통일한 현자 강태공은 말하기를 범인불가역상(凡人不可逆相)이라고 하여 보통 사람은 남의 관상을 앞질러 점칠 수 없다고 하였다.
사람의 운명판단은 높이 쌓은 도사나 승려, 그리고 성직자가 아니고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별로 흥미도 주지 못하고 가치도 없는 저속한 관상술을 가지고 얘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다음은 우리들의 관심을 자주 자극하는 수상(手相)과 풍수(風水)에 대하여 말하기로 한다.

저번 글(18호 신문)에서 생긴 오자를 다음과 같이 정정합니다.
고전(古戰)은 고전(古典)의 오식이며, 임(任)은 임(壬)의 오식이므로 정정한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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