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깃든 우리 역사 7 : <근정전 (勤政殿)> |
보스톤코리아 2010-04-19, 12:19:58 |
모두 세가지 부류의 동물들이다. 첫째는 사신(四神), 둘째는 간지(干支) 가운데 지지(地支) 십이지신(十二支神), 셋째는 이름이 분명하지 않은 서수(瑞獸)들이다. 사신은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가 동서남북의 층계를 지키고 있다. 십이지신은 각 동물이 대표하는 방위와 시간띠에 따라 배열 되어 있다. 동쪽은 토끼, 서쪽은 닭, 남쪽에 말, 북쪽에는 쥐가 지키고 있고, 그사이 사이에 나머지 짐승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유독 돼지, 용, 개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빠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모든 짐승들의 장점을 하나씩 선택해서 태어난 동물이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커다란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 이런 식으로 최고의 것을 구비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능력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용은 임금에 비유되는 신령한 동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태어난 용에게도 치명적인 실수가 하나 있었다. 얼굴 중앙에 들어갈 코를 그만 돼지의 못생긴 코를 따다 부친 것이다. 완벽한 몸매를 지니고도 들창코가 됐으니 임금을 상징하는 용이 돼지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돼지가 빠졌고 개가 빠진 것은 행여나 신하들이 개처럼 서로 짖어댈까 염려해서 빠졌다고 하는데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근정전의 정면 좌우 모서리에는 향로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배가 불룩하고 다리가 3개 달린 청동제 유물이 있다. 이것은 향로가 아니고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삼족정(三足鼎)이라는 솥이다. 옛날 중국의 하(夏)나라에서 전국 아홉 주의 쇠로 9개의 솥을 만들었는데, 이 솥은 9개 주를 거스르는 왕권을 상징하며 온 백성들이 평안하게 살고 하늘의 복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받들어졌다. 하나라에서 은(殷)나라, 주(周)나라로 왕조가 바뀔 망정 이 솥은 계속 다음 왕조로 전하여 내려왔다고 한다. 삼족정의 이러한 정신을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서 왕권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근정전 앞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층 월대 모서리에도 역시 청동으로 된 원통모양의 물동이가 있다. 이것은 주요 전각의 모서리에 물을 채워 넣어 화마를 막는 주술적 도구로 사용한 “드므”라는 것이다. 관악산에서 경복궁으로 내려온 불귀신이 ‘드므’ 속의 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어이쿠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벌써 와 있구나.” 하면서 도망간다고 하는 물탱크를 말한다. 근정전은 정면이 5칸, 측면이 5칸 해서 25칸이 되는 큰 전각으로 밖에서 보면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내부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한 층으로 뚫려 있다. 근정전 앞문에서 들여다 보면 뒤켠에 사람 한길 가까이 단을 쌓고 그 위에 용상(龍床)이 보이는데 세면 짜리 나무병풍 삼곡병(三曲屛)이 용상을 옹위하고 있다. 삼곡병 뒤에는 임금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따라 다니는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이라는 병풍이 있다. 해와 달과 5개의 봉우리, 소나무, 파도가 그려져 있다. 붉은 해는 왕을, 하얀 달은 왕비를 상징하고, 5개의 산봉우리는 우리나라의 5대 명산인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삼각산을 지칭하고 있다. 바로 조선의 국토를 의미하고 있다. 소나무는 생명력을, 파도는 왕의 다스림이 전국 곳곳에 퍼져 나가달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왕에게 이 나라를 잘 다스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근정전 천장을 쳐다보면 구름 사이에서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는 그림이 있다. 쌍룡희주(雙龍戲珠)라는 유명한 그림이다. 용은 여러 동물이 각각 지니고 있는 장점만을 취하여 합성한 동물이다. 용에게는 여타 동물들이 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능력이 있는 이유도 너무나도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용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능력 때문에 흔히 임금을 용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용상, 곤룡포, 용안등 임금에 관한 많은 것들에 용자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경복궁의 법전인 근정전의 천장에 용의 그림을 그려놓은 이유는 이곳이 바로 임금의 집이고 활동공간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왕이 있는 궁전에는 용의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五爪龍)이 그려져 있고, 황제의 궁전에는 발톱이 7개인 칠조룡(七爪龍)이 그려져 있다. 조선은 고종황제 때부터 황제의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근정전의 용은 7개의 발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덕수궁의 법전 중화전의 용은 발톱이 5개인 오조룡이 그려져 있다. 광화문에서 근정전까지는 왕과 외부에서 들어온 관료들이 만나는 공간 즉 외전(外殿)이다. 근정전은 외전에서 제일 안쪽에 있는 전각으로 한달에 4번씩 왕과 관리들이 공식적으로 만나고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는 등, 국가의 공식 행사를 치르는 전각이다. 근정전 바로 뒤쪽에는 임금의 공식 집무실인 편전(便殿)이 있는데 사정전(思政殿)이라고 부른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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