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
보스톤코리아 2006-09-19, 08:36:42 |
김영애 (브루클라인 거주)
난 요사이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왜냐하면 내 거실창문 너머로 한그루의 봉선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 한그루를 얻기 위해 내가 들인 몇 달의 노력은 태교를 잘해 건강한 아이를 얻은 엄마의 기분에 견주면 너무했나(?) 4월 5일! 한국의 식목일! 한국에선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야단이지만 난 꽃씨를 심었다. 아주 오래 전에 한국에 가서 받아 온 꽃씨. 아주 잘 익고 좋은 꽃씨만 가져왔다. 채송화· 나팔꽃· 봉선화 몇 년 전 채송화 씨를 화단에 뿌렸는데 실패했다. 그리고는 꽃씨들은 서랍 깊숙이 있었다. 꽃씨들을 보면 다시 싹을 틔어야지 하면서 한번의 실패와 이곳의 기온과 너무 오래된 씨앗이라 잘될까 하는 걱정에 다음에, 다음에 하다 올해 다시 시도했다. 4월이지만 밖의 기온은 밤·낮으로 차고, 낮기온도 햇볕이 있는 곳만 따스해 싹을 틔여 옮겨 심자하고 우리집에서 제일 따스한 방에다 봉선화·나팔꽃 각각 5개의 씨를 심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싹이 나왔나 확인하고 매일 물주고 한 보름 만에 몇 개의 싹이 나왔다. 그 기분이란... 싹을 틔운 것을 떡잎4장이 나왔을 때 옮겨 심어야 잘 자란다는 기억에 떡잎4장이 되기를 기다렸는데 떡잎2장만 나오고는 콩나물 자라듯 줄기만 쭉 커져 휘어지려고 하고는 더 이상 떡잎이 나올 생각을 안해 화분에 옮겨 심었다.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추운데 하는 걱정과 잘 자라려면 이까짓 추위쯤은 이겨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냥 밖에 놓아두고, 아침으로 간밤의 추위로 죽지 않았나 확인하고 물주고. 이런 내 정성도 아랑곳없이 며칠 만에 죽어버렸다. 난 오기가 발동했다. 올해만큼은 꼭 성공해야지 하는 마음에 5월이면 4월보다 따스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번에 직접 화분에 씨를 뿌렸다. 매일 아침으로 싹이 나왔나 확인하고 물주고, 이번에도 보름 만에 싹 하나가 나왔다. 잎을 보니 봉선화다. 이것 하나라도 잘 자라주기를 바라면서 약물도 주고, 이렇게 얻은 한 그루의 봉선화는 줄기도 굵으면서, 튼튼하고 잎도 풍성하게 잘 자랐고 꽃봉오리도 많이 달렸다. 음력 7월이 윤달이라 두 번 있지만 계절의 순리는 어길 수 없나보다. 입추가 지나니 하늘은 높고 푸르고, 가을 기분이 나는데 꽃봉오리는 많지만 꽃을 피울 기미가 안보여 꽃을 못보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가을 한낮의 따가운 햇빛으로 모든 곡물·열매들이 잘 익는다는데... 내가 사는 집 둘레는 햇빛이 건물에 가려 이곳·저곳 몇 시간만 비추는 지나가는 햇빛밖에 없다. 햇빛이 모자라 봉선화 꽃이 안피나 하면서 우리집에서 제일 많이 햇빛이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겨놓은 이틀만에 꽃봉오리가 하나 둘 만개하더니 오늘은 제법 많이 만개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봉선화! 이 꽃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생각나는 한 분이 있다. 사업운이 안 따라 노년에 형 회사에서 고문이라는 직함을 갖고 계셨던 분. 그 분은 회사의 행사 때마다 노래를 시키면 언제나 봉선화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처량하게 들리던지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아팠을까? 지금 내가 생각나는 가사는 오직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여름철에... 혹시 그 분은 자신의 처지를 봉선화라는 노래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사춘기 시절 한참 꽃말 찾기를 했을 때 봉선화에 대한 사연은 조금은 가슴 아픈 기억이 난다. 오늘 다시 한번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봉선화에 대한 노래·꽃말들을 찾아서 음미해 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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