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나는 현장에 있어야 빛이 나는 사람”
보스톤코리아  2009-11-09, 11:36:48 
강연후 청년들에게 덕담과 함께 사인을 해주는 한비야 씨
강연후 청년들에게 덕담과 함께 사인을 해주는 한비야 씨
*보스톤에 온 지는 얼마나 됐고, 얼마나 있을 건가?
지난 8월 10일에 왔다. 2010년 6월까지 있을 거다.

*보스톤에 온 근 세달간 대외적인 활동은 없었던 걸로 안다. 이번 강연을 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나?
내가 한인천주교 청년회 소속이라 청년들을 위해 한 거다. 청년들에게 월드비전을 상징으로 한 구호 개발, 구호개발을 상징으로 한 세계시민의식을 높여주고 싶다. 월드비전이나 구호단체 등은 다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다. 우리나라가 양적으로는 세계13위이지만 질적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떤 면에서 훌륭한 사람이 다른 면에서는 아닌 경우, 평가절하 되는 수가 있다. 그중 하나가 세계의식이 결여 돼 있는 경우이다. 그 사람들이 알고도 안하는 게 아니라 전혀 그런 방면으로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경우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두가지 시민의식이 있는 거다. 한국 사람이자 세계시민이라는 시민의식이다. 거창한 게 아니다. 종이컵을 쓰지 않는 것, 불필요한 물을 낭비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 한 방울이 없어서 사람이 죽는 곳도 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아낀 물이 그곳까지 고스란히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한정 된 자원을 어느 곳에서는 함부로 쓰고, 어느 곳에서는 없어서 고통 받는 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세계시민이라고 생각한다.

*보스톤에는 어떤 공부를 하러 왔나?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이다.

*그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굳이 보스톤을 택한 이유가 있나?
미전역에서 이 과정으로 석사과정이 있는 곳은 드물다. 특히, 인도적 지원 과목이 개설 돼 있는 곳은 이곳 터프츠 대학이 유일하다. 또한 지도 교수들이 모두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다. 가르치다 현장에 가고 다시 와서 가르치고 한다. 내가 원하던 학습 방법이다. 두달 동안 배운 걸 생각하면 내가 이런 것도 모르고 전문가 대접을 받았구나 싶어서 부끄럽다. 안왔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돕는 일은 그냥 도우면 되는 것 같은데 굳이 공부를 할 이유가 있는지?
도와주는 것도 잘 도와주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어떤 사람이 식량을 지원하는 데 식량을 지원하다 보면 그 동네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식량 지원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남을 돕는 일은 참 힘든 것이다. ‘잘 돕는 것’ 말이다. 돈만 있다거나 마음만 있다고 해서 다 되는 일이 아니다.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지원을 뜻하는 것인가?

그렇다. 당장 살아갈 수 있는 길도 돕고 장기적인 도움, 근본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낚시하는 법을 익히도록 가르치며 그때까지는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이런 경우가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한해서는 굉장히 노련하지만 지원 나가는 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나라에 재난이 닥쳐서 A라는 의사가 지원을 해서 나갔을 때, 그는 그 나라의 말을 모르기 때문에 그 나라 출신의 젊고 유능한 의사 B를 통역관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B는 통역관의 역할보다는 의사로서 진료를 했어야 한다. 자기 나라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더 잘알고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는 차라리 파견을 나가는 대신 돈으로 B를 지원해 주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어느 때는 돈을 보내주는 일이 효율적이고 어느 때는 사람을 보내는 게 효율적이고 어느 때는 안도와 주는 게 효율적이다. 이런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수가 있다.

*이곳에서 공부를 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른 구호 지원자들을 지도하거나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는 제의를 받게 된다면 현장을 떠나야 할 지를 두고 갈등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른 구호 지원자들을 학습 시키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갈등은 안한다. 이 일은 특이해서 모든 것이 현장을 바탕으로 한다. 현장에서 그들을 가르치거나 후진 양성을 하면서 현장을 오간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선생님들 모두 현장분들이다. 일년 중 반은 현장에 있고 반은 후진 양성을 한다. 내가 지도해야 할 입장이 된다면 나 역시 그러할 것이다.

*결론은 현장을 떠날 수 없다 말인가?
당연하다. 현장에 있지 않으면 힘이 없어진다. 설득력도 없어지고 현실감도 없어진다. 현장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나는 현장에 있어야 빛이 나는 사람이다. 어디에 있어야 빛이 나는지를 아는데 거기에 있지 않는 건 바보 아닌가?

*현장에서 일할 때 많이 피곤했을 것 같다. 어떤가?
집에 가서 침대에 누울 때는 파김치가 돼서 널부러 진다. 그러나 자고 나면 또 힘이 솟는다. 그건 많은 사람들의 기도의 힘이다. 아까도 나를 위해 9년 동안 기도하고 있다고 한 학생이 있었다. 그런 힘이 나를 돕고 있는 것이다. 바꿔 탄 차량이 폭발하는 등 죽을 뻔한 위기가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언가?
졸업후에는 어디로 갈 지 계획은 전혀 없다. 내년 6월까지 중견구호전문가 과정을 마칠 때까지는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

*이런 강연을 보스톤을 떠나기 전에 또 할 생각은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대외활동을 전혀 안할 생각이다. 공부하러 왔으니 공부하는 게 우선이다. 오늘도 가서 페이퍼를 써야 한다.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구호 사업을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돈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냥 돈이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이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세계 속에 일어나는 힘없는 국가들의 일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약소국가들은 힘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세계시민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구촌이 아닌 지구집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려면 머릿속에 세계지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김현천hckim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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