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잠재우다 |
보스톤코리아 2009-08-24, 16:01:48 |
지난 8월 17일 대한민국의 새벽 4시, 평소 같으면 모든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다. 바로 이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TV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 시키고 일희일비 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끼여 있었다. 금년도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Championship 에서 세계 랭킹 110위에 불과한 양용은이라는 무명의 한국 선수가 10여 년 동안 부동의 랭킹 1위 타이거 우즈를 여유 있게 물리치고 (3타자) 우승을 쟁취하는 통쾌한 장면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세 번째 라운드에서 선두를 잡으면 마지막 날에는 꼭 우승컵을 차지했던 “역전불패” 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지난 5년간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의 평균 타수는 68.03으로 거의 4언터파를 치고 있는데 우즈와 함께 플레이한 동반 선수는 72.5 타로 거의 5타의 차이가 난다. 그 예로 2007년의 PGA Championship 에서 캐나다의 스티븐 에임스가 마지막 날 우즈와 맞붙었을 때 76타를 쳐서 69타를 친 우즈에게 우승컵을 내준 적도 있었다. 동반 플레이어인 양용은 선수는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SBC Championship에서 우즈를 2위로 제치고 우승한 적은 있지만 정작 PGA 에 진출하여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 PGA 카드를 잃고 퀄리파잉을 2번이나 치러야만 했다. 금년만 해도 3월에 Honda Classic에서 우승 하기 전까지는 퀄리파잉에서 18위를 기록해 대기 선수의 자격만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3라운드 선두 우즈에게 2타 쳐져서 양용은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작년도 PGA Championship 우승자 파드레익 해링톤은 “우즈라고 항상 이긴다는 법은 없다. 그가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우즈를 꺾겠다는 집념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말이 씨가 되었는지 우즈는 “3라운드 역전불패”의 신화를 깨뜨리고 패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우즈를 꺾은 것은 해링톤 이 아니고 아무도 주목조차 하지 않던 양용은이었다. 양용은은 3라운드를 마치고 마지막 라운드를 우즈와 동반 라운드하게 되었을 때 “떨리기는 하지만 내 나름대로의 경기를 펼치겠다.” 고 하면서 아주 담담한 표정이었다. 승부가 갈린 것은 301 Yard 의 짧은 파 4 인 14번째 홀이었다. 그때 까지는 양용은과 우즈가 6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해링톤이나 루카스그로버 등의 선두 그룹들은 벌써 우승권에서 멀리 떨어지고 있었다. 양용은의 티샷이 그린 바로 못 마치는 러프에 떨어지고 우즈의 티샷은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우즈가 벙커샷을 깃대에서 8 feet 에 떨어뜨려서 버디가 확실하게 되었을 때 양용은의 환상적인 Chip Shot 이 20 Yard 떨어진 홀에 그림같이 빨려 들어가서 이글이 되었다. 버디펏을 성공시킨 우즈를 한타 차로 앞서게 되어서 승패가 결정된 것이다. 양용은은 바로 이 순간에 우즈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근처까지 접근한 예는 1971년 대만의 Liang-Huan Lu. 선수가 British Open 에서 한타 차로 Lee Trevino 에게 진 것과, 1985년 US Open 에서 대만의 T.C Chen 이 볼을 두 번 때리는 Chipping 을 해서 Andy North 에게 우승을 내준 일이 있을 뿐이다. 이번의 우승으로 양용은은 135만 불의 거액을 챙겨 금년 수입이 330만 불로 수직 상승을 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PGA 경기와 메이저 대회에 5년 동안 참가 자격을 확보하였다. 매년 퀄리파잉을 치러야 했던 그에게는 엄청난 혜택이다. 금년의 President Cup 에서도 남아공의 사바티니를 제치고 출전 자격을 획득 하였다. 이상은 양용은 개인이 받는 혜택이지만 공적으로는 그의 우승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골퍼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PGA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1999년 LPGA 초년생인 박세리 선수가 US Open 을 우승한 이래로 7명의 한국 여자 선수들이 11번의 LPGA Major 대회를 석권하게 되었다. 그 여파로 현재 LPGA 선수의 1/4 이 한국 선수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작년에 LPGA British Open을 우승하고 금년에만도 4승을 챙긴 신지애 선수가 박세리 선수의 대를 이어 선전하고 있다. 남자 선수로는 최경주 선수가 PGA 에서 6승을 거둔 데 이어 양용은의 PGA Champion이 뒤를 이었다. 이번에는 한국의 남자 선수들이 PGA 무대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금년 4번의 메이저 대회는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사연이 많은 대회였다. Masters 에서는 48세 고령의(?) Kenny Perry 가 역사상 제일 나이가 많은 Masters Champion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Play Off 에서 아르헨티나의 Angel Cabrera 에게 져서 응원했던 수많은 미국인들을 실망시켰다. US Open 에서는 부인이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은 Phil Michelson 에게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동정의 응원을 보냈지만 무명의 Lucas Glover 선수에게 마지막 몇 홀을 남기고 무너져 버려서 역시 실망을 안겨 주었다. British Open 에서는 59세의 노장 Tom Watson 이 마지막 Hall에서 8 feet 의 우승 Putt를 실수하는 바람에 Stewart Cink 에게 연장전 에서 패배하게 되어 수많은 골프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겨 주었다. 3개 대회 모두 인간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재가 포함 되었기 때문에 모두 인상적인 대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양용은의 PGA Championship 우승은 앞에 말한 3개 대회보다 더욱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대회였다. 금년에 가장 인상적인 메이저 대회를 뽑는 팬들의 투표 결과는 양용은 선수가 우승한 PGA Championship이 거의 50% 를 득표해서 1위, 2위로는 Tom Watson이 선전한 British Open 이 30%를 득표했고, Masters 가 13%, US Open 이 8% 의 순서였다. 제주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클럽을 마련할 돈조차 없었던 양용은 선수가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고 있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물리친 쾌거가 전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것이 틀림 없다. 김은한 ㅣ 본지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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