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귀재' 칼 로브 내리막길?
보스톤코리아  2006-09-12, 23:47:25 
▲ 2005년 칼 로브(왼쪽)과 부시 대통령의 모습.

'공화당 독주 시대' 지휘... 반전여론 번지자 위축
11월 선거서 판가름... 하원서 다수당 확보 전망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민주당)이 뉴딜 정책으로 국민들을 사로잡은 뒤 미국에선 20여년간 ‘민주당 시대’가 계속됐다. 근래에는 90년대에 들어 민주당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8년 동안 역시 민주당이 워싱턴 정계를 장악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에게 무너지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새로이 공화당이 집권당이 되었다.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20년 동안의 민주당 집권기에 자라난 보수적 선거전략가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은 ‘공화당 시대’를 여는 게 꿈이었다. 2004년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만 해도 그의 꿈은 실현되는 듯 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선거 후, 최측근 정치참모인 그를 가리켜 “이번 선거운동의 설계자”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칼 로브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선거운동의 귀재라 불리는 로브의 목소리에 공화당 출마자들이 더이상 귀를 귀울이지 않는 것이다. 일부 공화당 출마자들이 칼 로브의 조언에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그와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최근 몇 년동안 로브 선거전략의 핵심은 이른바 ‘2T’였다. ‘테러리즘’(Terrorism)과 ‘유권자 동원’(Turnout)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선거 때마다 국가안보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켜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심리를 자극했다. 그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한 보수성향의 기독교 복음주의 표가 부시 대통령의 2000년, 2004년 선거 승리에 결정적이었던 데는 로브의 공이 컸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 악화와 더불어 미국민들의 반전여론이 높아지면서, 국가안보를 앞세우는 그의 전략은 올 11월 선거에선 더이상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상·하원 후보 가운데는 부시의 이라크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부시, 로브와 ‘거리두기’를 통해 선거에서 살아남으려는 것이다.
메릴랜드 부지사인 마이클 스틸(공화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화당에 뿌리를 두는 것이 (11월 선거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볼티모어 선>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부시의 최측근인) 칼 로브는 일부 후보들이 백악관과 거리를 두려 하는 기묘한 상황에 자신이 처해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고 말했다.
보수 색채가 너무 강한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에 의존해서 선거 승리를 노리는 로브의 유권자 전략도 정통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영향력있는 보수 평론가들이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백악관과 공개적으로 절연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 선>은 “11월 중간선거는 ‘공화당 독주시대의 지속’이라는 칼 로브의 목표가 얼마나 성공적일지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상원은 몰라도 하원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올라서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하원 승리는 곧 부시 행정부의 입법 활동이 더이상 불가능할 것이란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의 귀재'라 극찬한 로브가 이번 11월 중간 선거까지 어떤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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