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립스 선장 구출 작전 성공, 그러나
보스톤코리아  2009-04-20, 14:08:23 
지난 주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억류됐던 미국의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리처드 필립스 선장(53)이 12일 극적으로 구출됐다. 이날 미 해군 특수부대는 인도양에서 해적들의 공격을 받자 선원들을 대신해 인질로 붙잡힌 필립스 선장을 구출하기 위해 기습 작전을 감행, 무사히 구출해 냈다.

미 해군은 "필립스 선장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즉각 공격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협상 도중 해적 3명이 필립스 선장의 등에 AK47 자동 소총을 겨누자 공격을 감행했다. 해적 3명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미 군함에서 협상 중이던 해적 1명은 생포됐다.

빌 고트니 해군 중장은 바레인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현장의 해군 지휘관은 필립스 선장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판단, 해군 특수전 요원과 해군 병사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고트니 중장은 또 해적들이 줄 곧 억류돼 있는 필립스 선장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몸 값을 요구했으나 "미국의 정책은 해적들과 협상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음을 분명히 했다.

오마 대통령은 필립스 선장 구조 후 발표한 성명에서 "필립스 선장이 구출되고 안전하게 미 함정에 승선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의 안전은 우리의 최고 관심사였고, 이번 구출로 말미암아 그의 가족들과 선원들도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소말리아 지역 해적들을 근절시키기 위해 인근 국가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은 소말리아 정부의 보안군 훈련 및 자체 해안경비대 창설 지원을 골자로 하는 해적 소탕 방안을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들은 미 해군의 공격으로 자신의 동료들이 사망한 것에 대해 "우리는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몸 값만 요구했을 뿐이었다"며 미국인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 필리핀, 그리스 등에 선적을 둔 외국 선박 12척과 선원 230여 명을 억류 중이다.

앞서 필립스 선장은 지난 8일 해적들이 머스크 앨라배마호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인질로 붙잡혀 소말리아 항구 도시 에일에서 300마일 가량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무장한 해적 4명에게 억류돼 있었다. 지난 9일 밤에는 바다에 뛰어 들어 탈출을 시도했으나 총을 쏘며 추격해 온 해적들에게 다시 붙잡혔다.

필립스 선장은 해적들이 배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선원들을 대신해 스스로 인질이 되기를 자처, 다른 선원들을 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필립스 선장이 모든 미국인에게 귀감이 될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 해군은 억류 중인 필립스 선장을 구출하기 위해 첨단 장비로 무장한 3척의 구축함까지 동원해 소말리아 해적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해적들의 가족을 동원해 필립스 선장 구출 협상을 벌여오다 소득이 없자 전격적인 구출 작전을 감행했다.

필립스 선장은 풀려난 뒤 "(나를 영웅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미 해군과 해군 특수부대원"이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지역은 해적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해적을 완전히 없애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제해양협약상 해적선 나포가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해적선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군함이 먼저 보조선을 파견해 서류 심사부터 거쳐야 하고,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그 배가 입은 손실을 배상해줘야 한다.

해적 수에 비해 단속을 시행할 군함은 부족하고, 해적을 붙잡더라도 오랜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소말리아에 넘겨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 또한 해적에 맞설 수 있도록 선원들을 무장시키는 방법은 국제해상기구에서 반대하고 있다. 영해 내에서 교전이 벌어지면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고, 선원끼리 총격전을 벌일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정성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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