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레스토랑 소개 - "Arrows"
보스톤코리아  2006-08-26, 23:31:14 
모든 음식의 재료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했어요~"
Berwick Road, PO Box 803, Ogunquit, ME 03907, 207-361-1100, www.arrowsrestaurant.com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난 농산물이 자신의 체질에 가장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지 얼마가 지났는지에 관계없이 계절마다 한국의 딸기, 참외, 포도, 배 등의 맛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걸 보면 우리 몸은 아직도 우리가 태어난 땅을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운 고향 땅의 과일과 채소 등의 맛을 떠올리며 장을 보러 나서 본다. 무슨 양념으로 무쳤는지 양념 맛은 없고 봄 내음만이 가득했던 봄나물 무침 하나만으로도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았던 어머니가 차려주셨던 밥상을 떠올리며...
영양을 생각해 육류 코너부터 들른다. 소고기를 보니 미국 내에서 발견된다는 광우병 이야기가 떠오른다. 담백한 닭고기로 대신해 볼까 하지만 역시 이 놈들의 살을 찌운다고 꼭꼭 가둬놓고 머리만 내밀어 사료를 먹을 수 있게 한다는 사육장 얘기가 떠오른다. 돼지고기를 보니 고기 양을 늘리려고 성장촉진제 같은 걸 먹인다는 얘길 들었다. 육류를 포기하고 채소와 과일 코너로 향해 보지만 농약과 방부제 그리고 예쁜 색깔을 내기 위해 착색료를 첨가한 농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니 한숨만 나온다. 대부분은 남미 등에서 먼 길을 거쳐 온 작물들이다. '신토불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태어난 땅의 농산물은커녕 내가 발붙이고 사는 땅의 농산물 찾기도 힘들다.
장을 보러 나가서 이런 경험을 하는 분들이 참 많을 것이다. 눈을 꼭 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이것들을 사서 먹지만 마음 한 켠은 늘 갑갑하기만 하다. 이런 갑갑한 마음을 한번쯤 홀가분히 떨쳐 버리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맛있는 고급 식당이 하나 있다. 보스턴에서 한 시간만 운전하고 가면 되는 거리인 메인주의 Ogunquit시에 위치한 "Arrows"라는 이름의 식당이 그 곳. 이 식당은 모든 음식의 재료를 유기농법으로 재배·사육한 농산물과 육류 등만 사용한다. 이 식당은 4월 말에서 추수감사절까지만 문을 여는데, 식당 바로 앞마당에 위치한 정원에서 재배한 유기농법 채소가 이 식당에서 조리되는 모든 음식에 사용되는 채소 재료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Arrows가 이 정원에서 재배하는 토마토만 10가지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식사 후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이 채소와 허브, 꽃 정원을 와인과 함께 천천히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Arrows는 2001년에 <Gourmet Magazine>에 의해 '미국 최고 식당 50곳'(미국 전체 50위이다!) 안에 들었을 정도로 맛과 질, 서비스 등에서 손색이 없는 곳이지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음식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점이다. 샐러드류는 15불 내외, 애피타이저는 16~22불, 메인 코스는 42~44불,  그리고 모든 디저트류는 10불이다. 이외에도 Arrows는 두 종류의 '맛보기 메뉴(tasting menu)'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Lobster와 Monkfish chop, 소고기 요리, 야채요리, 치즈, 디저트가 포함된 메뉴는 1인당 95불이고, 주방장이 10가지의 각각 다른 음식을 소개해 주는 맛보기 메뉴는 1인당 135불이다. 일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을 골라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이 10개 코스의 "An Indulgence Tasting Menu"를 경험해 보는 것도 특별한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가지 음식에도 흐트러진 느낌이 나지 않아 음식 하나하나에 주방장이 엄청난 공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매우 인기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특히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데, 한가지 주지해야 할 점은 예약을 취소할 경우 1인당 50불의 취소 벌금(cancellation fee)이 있다. 터무니없다고 생각이 되지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곳은 예약한 테이블은 반드시 비워놓고 있기 때문에 마련된 정책이다. 그러므로 예약을 할 경우 반드시 그날 스케줄을 한번 더 확인하고, 시간을 넉넉히 두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조금 일찍 도착한 대부분의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와인을 마시며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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